빛나지 않는 황금빛, 모노톤의 역사
빛나지 않는 황금빛, 모노톤의 역사
  • 공환석 기자
  • 승인 2018.04.18 17: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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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 인 골드2015.07.09 개봉감독 : 사이먼 커티스주연 : 헬렌 미렌,       라이언 레이놀즈
우먼 인 골드 / 2015.07.09 개봉 / 감독 : 사이먼 커티스 / 주연 : 헬렌 미렌, 라이언 레이놀즈

작품에 황금안료와 금박을 사용한 것으로 유명한 구스타프 클림트의 그림 중에는 ‘아델레 블로흐-바우어의 초상’이 있다. 아무리 그림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한 번쯤은 본 적 있을 이 초상화는 아름다운 황금빛과 함께 홀로코스트의 아픈 역사를 담은 그림이기도 하다. 이 그림을 소재로 한 영화, ‘우먼 인 골드’는 나치에 의해 강제로 빼앗긴 아델레의 초상을 되찾고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기 위해 분투한 실존 인물 ‘마리아 알트만’과 그녀의 변호사 ‘랜디 쉔베르크’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당시 ‘아델레 블로흐-바우어의 초상’의 가치는 무려 1,500억 원에 육박했지만, 작품 속 모델의 조카이자 영화의 주인공인 마리아에게 그림을 되찾는 일의 의미는 다른 곳에 있었다. 그것은 사랑하는 숙모의 마지막 모습을 되찾음으로써 유대인이라 핍박받아야 했던 그녀와 가문의 아픈 역사를 바로잡는 것, 상처를 치유하는 것이었다.

아델레의 초상은 ‘오스트리아의 모나리자’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었을 정도로 오스트리아 국민의 사랑받는 걸작이었기 때문에 초상화를 되찾는 과정은 몹시 험난했다. 마리아는 오스트리아 정부에 끊임없이 그림의 소유권을 주장했지만, 정부는 그림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오스트리아로 귀속된 것이므로 오스트리아 국가의 유산이라 주장하며 마리아가 반환을 요구할 자격이 없다고 일축했다. 

소송을 통해 그림을 되찾는 8년의 세월은 마리아에게 외롭고 긴 투쟁이었다. 두 번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았던 홀로코스트의 아픈 역사를 반추해야 했으며, 잘못된 역사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오스트리아 정부와도 홀로 싸워야 했다. 이런 모든 아픔의 기억을 뒤로하고 역사를 바로잡으려 했던 마리아의 투쟁은 용기이자 의무였고, 정의의 회복이었다.

결국, 작품을 돌려받고 극 중 이야기는 마무리되지만, 영화와 닮은 세계 곳곳의 아픈 역사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현재진행형의 비극으로 남아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영화는 한 개인이 겪어야 했던 역사의 참상을 통해, 과거가 단순히 흘러간 기록이 아니라 모든 이의 현재라는 점을 우리에게 일깨워주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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