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언론개혁 어떻게 이룰 것인가-‘ 언론자유 ’는 ‘ 국민의 자유 ’가 되어야 한다
[시론] 언론개혁 어떻게 이룰 것인가-‘ 언론자유 ’는 ‘ 국민의 자유 ’가 되어야 한다
  • 성유보 /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이사장
  • 승인 2001.03.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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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는 지금 민주사회·시민사회로 나아가고 있는 중이다. 지난날 박정희·전두환 군사독재 철권통치 시절 우리 국민들은 하고 싶은 말, 듣고 싶은 말은 커녕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할 정도로 짓눌린 시대를 살아왔음은 30대 후반이 넘은 세대는 다 아는 사실이다. 그 엄혹한 시대의 물꼬를 돌려세우기 위해 한국사회는 엄청난 희생을 치루었다.

그 누가 말했던가?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란다”고. 불행하게도 지난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의 한국사회 민주화운동을 보면 이 말이 엄연한 현실임이 드러나고 있다. 그리고 이 민주주의 제단에 가장 많은 피를 바친 사람들은 꽃다운 학생들이었다. 한 사회의 미래를 짊어질 기둥으로 자라나야 할 학생들이 수도 없이 감옥가고 고문받고 실종되고 쓰러져간 그 토양위에 이나마의 민주주의가 서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한국언론들은 민주화운동자체를 외면하고 심지어는 독재권력의 홍보·나팔수가되어 박정희·전두환 두 군사독재자를 “위대한 민족의 지도자”라고 찬양했고 민주화운동세력들을 걸핏하면 ‘급진세력’, ‘폭력세력’, ‘좌경세력’, ‘용공세력’으로 몰았었다.

1987년 ‘6월항쟁’으로 한국의 ‘절대권력체제’는 무너졌고 언론자유의 숨통은 트였다. 그러나 그 언론자유의 최대수혜자는 우리 국민들이 아니라 독재권력에 굴종하고 아부하고 타협했던 언론사들에게 돌아갔다.

민주화운동에 ‘무임승차’했던 언론사들이 그나마도 민주시민사회로 나아가고 있는 한국사회에 순기능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언론개혁’이라는 사회적 요구가 날로 증폭되는 오늘날의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무임승차한 언론사의 언론 자유

언론은 한마디로 한 사회의 눈과 귀이다. 따라서 이 눈과 귀가 누구의 것이냐를 보면 한 사회체제가 어떤 사회인가를 알 수 있다.
왕조체제, 독재체제의 언론은 절대권력자의 눈과 귀로 봉사한다. 절대 권력자가 시키는 대로 움직여야 할 의무만 존재하는 절대왕정, 독재체제하의 국민들은 많은 것을 알아서는 안된다. 그 정반대의 정치철학을 가진 민주주의사회에서는 그 사회의 주인이 국민이며 모든 권력은 국민들의 위임, 위탁으로 창출된다. 당연히 민주주의사회에서는 언론도 그 사회의 주인인 국민들의 눈과 귀가 되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한국언론을 보면, 한국의 언론들은 국민들의 눈과 귀가 되려는 의사를 전혀 가지고 있지 않다.

한국의 언론들은 지금 ‘국민의 자유’가 되어야 할 ‘언론자유’를 언론사 사주, 언론종사자들이 멋대로 쓰고 말하는 자유로 착각하고 있다. 자신들의 이익이나 권력행사를 위해서 있는 사실도 없는 것처럼, 없는 사실도 있는 것처럼 보도하고 해설하며, 어떠한 사실은 정도 이상으로 과장하고 또 어떤 사실은 정도 이상으로 축소하기도 한다.

언론의 취재현장을 보더라도 국민들의 삶의 현장은 안중에 없다. “공교육이 붕괴된다”는 심각한 목소리가 나온 지 오래인데도 언론의 교육취재는 교육부, 교육청 따위를 맴돌면서, 대학교육의 현장, 초·중·고등학교 현장 뉴스는 없으며, 학부모나 학생, 교사나 요구들의 현장의 목소리들을 들려주지 않고 있다. 기업의 현장, 금융의 현장, 노동의 현장, 농촌의 현장 심층취재기사들은 왜 나오지 않고 있는가? 언론들이 정치권이나 관청주변을 맴돈다고 해서 그들이 국민들을 대신해서 정부정책이나 권력의 부정·부패·부조리들을 비판하고 감시하는데 열심인 것 같지도 않다. 해마다 터져나오는 각 종 ‘부정·부패리스트’나 작년의 ‘정현준 게이트’같은 대형 스캔들에 대해서도 그 진실추궁에 한국언론은 참으로 무력하다. 따라서 한국언론이 관청가를 맴도는 것은 언론사나 언론인들의 사적이익이나 권력행사에 필요한 정보를 얻기 위한 것이 주된 목적이 아닐까 하는 의심마저 갖지 않을 수 없다.

한국언론 무엇이 문제인가

언론개혁은 다름아니라 언론을 국민의 품으로 되돌려 세우는 것이다. 언론개혁운동은 ‘사회적 자유권’으로서의 언론자유를 확립하려는데 초점이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 시대의 언론자유에 최대 장애물로 등장하고 있는 재벌언론·족벌언론사주들의 ‘봉건주의적 언론권력’을 제한하는 과제가 될 것이다.

언론사 지배주주의 소유지분한도 제한, 소유와 편집의 분리를 법제화하자는 요구는 여기에서 비롯된다. 언론개혁을 요구하는 시민·사회·현업언론인단체들의 연대단체인 ‘언론개혁시민연대’는 현재 이 문제와 관련하여 언론사 지배주주 및 그 관련인사들의 소유지분을 30% 이내로 제한하고 언론사주와 언론종사자(50% 이상의 언론종사자가 노동조합에 가입했을 경우에는 노조)가 합의하는 편집·편성규약을 제정하고 편집·편성위원회를 설치 운영하는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같은 요구는 언론개혁의 시작에 불과하다.

현재 한국의 신문·방송시장은 독·과점 카르텔체제를 형성하고 있고 그 독과점 언론사들에 의해 판매시장·광고시장이 좌우되고 있다. 이 독과점 판매·유통시장, 광고시장을 민주적·경쟁적 시장체제로 전환시키는 것도 언론개혁의 중요한 과제이다. 민주적 다원사회는 다양한 사회세력의 다양한 목소리가 제도적 특혜나 차별없이 표출되어야 한다.

독과점 언론들의 여론 독점을 해체하기 위해서는 민주적이고도 공정한 판매·시장질서의 확립이 필수적인 것이다. 이를 통해서 다양한 지역언론·전문분야 언론들이 언론시장에 자유롭게 진입하고 튼튼하게 뿌리내려야 하는 것이다.

이 사회적 자유권으로서의 언론은 궁극적으로 정치권력이나 재벌로 대표되는 자본·금융권력을 위한 것이 아니라 모든 국민, 시민사회를 위한 것이다.

모든 자유가 그러하듯이 이 같은 언론자유도 다른 제 3자가 국민들에게 가져다 쥐어주는 것이 아니라 시민사회가 스스로 쟁취해야할 과제이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이 같은 언론개혁운동의 일환으로 오는 3월 30일 ‘신문개혁국민행동본부’를 출범시킨다. 시민·사회운동가 중심의 언론개혁운동이 바야흐로 국민대중운동으로 전환하려는 역사적 시점에 서 있는 것이다.

지난 1960년대, 70년대, 80년대 한국의 민주화운동사에서 학생운동이 항상 선도적 위치에 서 있었듯이 이제 막 닻을 올리는 ‘신문개혁국민행동’에 있어서도 학생세력, 대학신문·대학방송이 운동의 선두대열에 서 주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