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환경르포] 골프장과 폐기물 매립으로 ‘살찌는’ 포항
[포항환경르포] 골프장과 폐기물 매립으로 ‘살찌는’ 포항
  • 김정묵 기자
  • 승인 2003.02.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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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공업도시라 하면 거대한 공장 굴뚝과 그 굴뚝에서 뿜어져 나오는 연기, 그리고 그 아래 잿빛 도시를 으레 떠올린다. 그러나 대표적인 공업도시 중의 하나인 포항에 위치한 포항공대 구성원들에게 이러한 풍경은 낯설게 느껴진다. ‘Postech Park’라 불릴만큼 녹지와 조화를 이루어 조성된 캠퍼스에다 지리적 위치또한 쾌적한 환경을 자랑하기에 더욱 그러할것이다. 그러나 포항 시내 어디가 다 그렇듯 대학 건물 옥상에 오르면 동남쪽으로 포스코의 거대한 공장 굴뚝이 보인다.

그동안 포항의 환경 문제라 함은 주로 송도 문제에 관심이 맞추어져 왔다. 포스코 준설과 형산강 직강고사에 따른 포항의 명물 백사장 유실은 실로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좀더 가까운 환경 위협이 포항에 존재한다.

수도권의 폐기물까지 처리할 정도로 국내 최대 규모의 산업 폐기물 처리업체인 그레텍. 지난 94년, 그레텍(당시 유봉산업)은 부실공사로 지었던 폐기물 매립장 제방이 폭우에 무너져 수천톤에 달하는 유독성 산업 폐기물들을 유출시켜 주변 농지, 공장지대 뿐만이 아니라 형산강까지 오염돼 전국을 떠들썩하게 한 바가 있다.

이후 폐기물 유출을 비롯한 경영난으로 아남그룹에 넘어가 아남환경으로 이름을 바꾸었으나 3년전에 폐산과 폐유를 처리과정을 거치지 안은 채 불법 매립하여 민주노총 포항협의회(이하 민노총)로부터 고발당한 바 있다.

아남환경은 폐산 불법매립이 밝혀지기 이전인 98년에도, 워크아웃에 몰린 적이 있었는데 폐산 불법매립이 알려진 이후 시민들의 반발에 따라 협의를 거쳐 사명을 그레텍으로 변경하나 2001년 12월, 부도 처리되어서 법정 관리에 들어가 올해 1월 15일 동양종합건설(이하 동양)에 매각되었다. 한편 이 과정에서 충격적인 사실이 알려졌다. 법정관리 중인 그레텍 인수를 위한 실사 과정 중, 00년의 폐산 불법매립외에도 97년 제 7매립장이 불법적으로 조성되었고 심지어 94년 유출사고 이후에 그 유출물들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은 채 방치하여 온 사실을 동양 측에서 알게 되어 이를 양성화시켜 줄 것을 지난해 7월경에 포항시 측에 요청한 것을 12월에 포항환경운동연합(이하 환경련)과 민노총이 알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환경련과 민노총은 시 당국에 항의하는 한편 관련자를 고발한 상태이다.

우려되는 것은 시 당국의 자세이다. 우선 지난해 7월에 동양 측의 요청이 있었을 때부터 시 당국은 불법 매립지 조성과 유출물 방치를 확실히 알고 있었을 것이나 각 사안별로 회사측 관련자와 시 당국자에 대해 처벌ㆍ문책 시도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고 이에 대해 밝히려는 노력은 환경단체들만의 몫인 상황이다. 한편으로는 불법 매립지 복구 요구에 대해 법정관리인 측에서 제시한 실사자료를 토대로 재정적인 이유를 들어 매립장 바닥에 매트를 깔아 환경오염을 방지하는 정도로 유지하자는 동양 측의 양성화 요구를 들어주려 하고 있다.

직접 찾아 본 그레텍 현장. 형산강 건너 포항철강공단 지역은 학교에서 불과 10여km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거리였으나 차에서 내리는 순간 전혀 다른 공기를 느낄 수 있었다. 특히나 그레텍으로 이어지는 좁은 2차선 도로는 도로 바닥은 물론이고 가로수잎, 인근 산의 수풀조차 ‘뚜렷한’ 잿빛을 띠고 대기 중에는 반짝이는 부유물들이 선명했다. 회사 부지는 물론이고 매립장을 둘러싼 초록색 펜스는 인근 야산까지 이어져 있었고 경비지역임을 나타내는 표지가 곳곳에 붙어있었다. 인근 야산에서 내려본 매립장에는 시 당국의 설명과 ‘의지’대로 바닥에 매트가 깔려있었다. 그리고 그 너머로 매립장 추가 조성을 위한 포크레인의 바지런한 움직임이 보였다.

환경을 위협하는 문제는 폐기물 매립장 뿐만이 아니라 정장식 포항시장부터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골프장 건설도 문제이다. 현재 포항시에는 5개의 골프장이 추진부터 공사까지 다양한 단계에서 건설이 진행되고 있다. 그중 가장 극적인 예는 대보 골프장. 당초 청록산업이 폐기물 매립장 건설을 위해 허가받은 땅에 대해 해당 대보면 주민들이 6년째 반대 투쟁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청록 측이 주민들에 대해 재산 가압류 등을 신청하여 주민들이 고통을 받아오던 중 청록 측이 대안으로 골프장 건설을 제시하자 주민들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동의한 것이다.

그 외에 송라면에 과거에 대동건설이 추진 중에 있다가 민원에 의해 중단된 것을 인수하여 포항골프장이 공사를 추진 중이며 동해면 등지에서도 지역 유지와 시의원 등이 유치위원회를 구성하여 추진 중에 있다.

시 당국에서는 세수 증대와 관광수입 등을 그 이유로 제시하지만 클럽 하우스에서 소비가 충족되는 골프장의 특성상 관광 수입을 기대하기 무리인 반면 잔디 관리를 위한 농약의 과다 사용으로 수질이 오염돼 인근 농가에 대한 피해가 크며 가까운 경주 양남골프장의 예처럼 지하수가 고갈되어 주민들의 생존이 직접적으로 위협받기도 한다. 나아가 산림 파괴에 의한 대지의 수자원 저장 능력 저하는 가뭄이 잦은 형산강 수계 주민들에게 크게 우려를 끼친다.

그러나 이러한 골프장 건설에 대해 시 당국은 시장부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으며 지역 유지들과 지역 언론마저 맞장구를 치고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레텍 인수 실패 시에 시민들이 안게 될 부담‘, ‘세수 확대’ 등 경제적인 이유만을 앞세운 포항시의 환경 마인드 부재. 그로 인한 피해는 ‘강건너’ 멀기만 한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