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복무기간 단축, 국방력 약화가 아닌 약진의 기회
군 복무기간 단축, 국방력 약화가 아닌 약진의 기회
  • 김건창 기자
  • 승인 2018.03.28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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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전 후보자 시절, 군 복무기간을 육군 기준으로 현행 21개월에서 18개월로 줄이겠다는 공약을 제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올해 3월 중으로 정부와 국방부에서 더욱 구체적인 안을 내놓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아직 이렇다 할 언급이 없자 일각에서는 사실상 공약 이행이 어려운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이를 계기로 최근 군 복무기간 단축에 대한 찬반양론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군 복무기간이 줄어들면 현역병 숫자가 감소하는 것은 당연한 순서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68만여 명에서 많게는 50만 명까지도 줄어들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로서, 서울에서 2~3시간 거리에 언제든 우리에게 총구를 들이밀 수 있는 130만 명의 적군이 있다. 언뜻 보면 스스로 무장해제를 하자는 이야기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러나 이는 무척 구시대적인 발상이다.


현역병 감소는 육·해·공군의 기계화로 해결할 수 있다. 오늘날 전쟁의 양상은 더는 2차 세계대전이나 6·25전쟁과 같지 않다. 보병과 보병만이 서로 맞붙는 시대는 지났다. 무인기와 인공위성이 적의 위치를 포착하며, 버튼 한번 누르면 미사일이 날아가 적진을 초토화한다. 이는 앞으로 더 많이 보게 될 광경이며, 언젠가는 로봇이 사람을 대신해 전쟁터로 투입될지도 모른다. 이런 흐름에서 뒤처져 언제까지나 머릿수에만 만족할 수는 없다.


미국과 비교했을 때, 미국 인구는 우리나라 인구의 6배임에도, 군병력은 2배 남짓이다. 미군이 전 세계에 파병돼있고, 자국 내에도 배치돼있음을 생각해보면 이는 절대 많은 수치가 아니다. 이는 그만큼 미군의 현대화가 잘 돼 있다는 것을 뜻한다. 우리나라는 2017년 기준 GDP 세계 11위권의 경제 대국이다. 또한, GDP 대비 국방비 2.6%로 분쟁지역을 제외한 국가 중 최상위권이다. 이런 나라에서 군 현대화 비용을 마련하지 못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우리나라가 분단국가라는 점을 들어 반박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번엔 과거 독일의 사례를 보자. 서독이 냉전 시기 자유 세계의 최전방 보루였음을 부정할 사람은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소련이라는 거대한 적 앞에 놓인 서독의 군 복무기간은 짧을 때는 12개월, 길 때는 18개월에 불과했다. 보병의 중요성이 상당했던 당시였음에도 현재 우리나라의 복무 기간보다 짧았다. 물론, 오늘날에도 무법지대에서 치안을 유지하는 역할은 군대가 하므로, 유사시 북한 지역을 관리할 최소한의 군병력은 남겨놓을 필요성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혹자는 전투력 저하에 대한 우려를 표출하기도 한다. 이는 군 전문 인력 선발로 해결할 수 있다. 직업 군인, 즉 부사관을 확충하는 것이다.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해 사무직 공무원의 수를 늘릴 것이 아니라 부사관의 처우를 개선하고 자리를 늘린다면 높은 수준의 전투력도 유지하면서 자연스레 청년 실업 문제 해결의 실마리도 찾게 될지 모른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GDP 대비 국방비를 조금 더 늘릴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이나 미국, 러시아, 영국 등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더 많은 비중을 국방비에 쏟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그리 어려운 것은 아니리라 생각된다. 게다가 몇몇 군사전문가들이 우리나라 한 해 국방비 중 수조 원이 방산비리로 증발한다고 지적하기도 하는 만큼, 비리 근절로 확보한 예산을 부사관뿐 아니라 징병된 병력의 처우에도 투자한다면 전투력 저하에 대한 우려 역시 말끔히 사라질 것이다.


군 복무기간 단축은 많은 청년의 20대를 돌려줄 것이고, 국군의 현대화를 한발 앞당기는 촉매가 될 것이며, 국군의 복지가 향상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것이다. 혹시나 군 간부들이 자신의 밥그릇을 잃게 될까하는 생각에 반대하는 것이라면, 본인들의 이기심을 부끄러워해야 할 것이다. 또한, 청와대에서는 이를 강력히 추진해 공약을 꼭 지키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