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한 생활관 신청, 이제는 바뀌어야 할 때
답답한 생활관 신청, 이제는 바뀌어야 할 때
  • 박준현 기자
  • 승인 2018.03.07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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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VIS 내 생활관 신청 페이지의 모습
▲POVIS 내 생활관 신청 페이지의 모습

생활관 신청이란
우리대학의 학생들이 생활하는 생활관은 RC(Residential College)와 일반 생활관으로 나뉜다. 주로 1, 2학년 학생들은 RC에, 3학년 이상 학생들은 일반 생활관에 거주한다. RC에 거주하는 학생들은 3학년으로 진급하면서 자동으로 RC에서 퇴사처리되며, 생활관 신청일에 일반 생활관의 원하는 동과 호실을 신청하게 된다. 이후 이 학생들은 해당 호실의 ‘계속사용신청’이 가능하고 방을 변경하고 싶다면 ‘실변경신청’을 할 수 있다. 휴학이나 단기유학 후, 학교로 복학한 경우라면 다시 새롭게 생활관 신청을 해야 한다. 따라서 생활관 신청은 크게 둘로 나뉘는데, RC에서 일반 생활관으로 이동하게 된 경우를 ‘RC진급자 신청’, 휴학이나 단기유학 후 새롭게 신청하는 경우를 ‘복학생 신청’이라고 한다.

 

생활관 신청, 학우들 “원활하지 못해”
생활관 신청에 있어서 학우들의 불만은 예전부터 있었지만, 이번 신청은 더 많은 곳에서 불만이 터져 나왔다. 페이스북과 POVIS의 익명게시판에서도 관련 글이 올라왔고, 문의응답 게시판에서도 학우들의 질의가 있었다. 학우들의 불만을 좀 더 자세히 분석하기 위해서 포항공대신문(이하 본지)에서는 설문조사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생활관 신청에 참여해 본 적 있는 16학번 이상 학우 4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본인이 참여한 생활관 신청이 원활하게 이루어졌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65.2%(30명)가 ‘아니다’라고 응답했다.


원활하지 못하다고 응답한 이유를 물었을 때, 그 응답은 다양했다. 그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응답은 생활관 신청일시에 관한 것이었다. 남학생 RC진급자 신청에서 공지된 신청일시는 8시 30분이었다. 그러나 8시 30분에는 전산상으로 신청할 수 없는 상태였다. 혼란스러운 와중에 8시 34분경 다시 생활관 신청이 정상적으로 열렸다. 이번 RC진급자 생활관 신청에 참여한 박종현(전자 16) 학우는 “30분에 생활관 신청이 불가능해서 이에 대해 문의하려고 생활관운영팀에 전화하던 중 신청이 열렸다”라고 말했다.

▲POVIS 내 남학생 생활관 신청 팝업
▲POVIS 내 남학생 생활관 신청 팝업
▲POVIS 내 여학생 생활관 신청 팝업
▲POVIS 내 여학생 생활관 신청 팝업

여학생 RC진급자들 또한 생활관 신청에 혼란을 겪었다. POVIS 생활관 신청 메뉴에서 신청일시 이전에 생활관 신청 버튼을 누르면 신청일시를 포함한 팝업이 출력된다.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남학생 신청 팝업에서는 ‘RC진급자 2.12일 08:30 / 재학생 2.13일 신청’이라는 메시지가 출력됐고, 여학생 신청 팝업에서는 ‘RC진급자 12일 / 재학생 13일 09:00~ 가능함’이라는 메시지가 출력됐다. 이중 특히, 여학생 신청 팝업의 메시지는 다분히 중의적이었고, 이를 본 여학생 RC진급자들은 신청일시를 9시로 이해해 신청이 늦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복학생 신청 절차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올해 생활관 신청까지 매해 복학생들은 RC진급자들에 비해 하루 늦게 생활관 신청을 해야 했다. 그런데 이번 생활관 신청에서는 학부생이 거주하는 여자 생활관 1동의 수용인원이 모자라게 되면서 대학원생 전용이었던 여자 생활관 3동을 추가로 학부생들에게 개방하게 됐다. 많은 여학우가 친구들과 교류하기 좋은 1동을 선호했고, 하루 늦게 신청해야 하는 복학생들은 자연스럽게 3동으로 신청해야 했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이와 같은 늦은 생활관 신청에 대한 근거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복학생 신청일시에 관해 생활관운영팀과 직접 통화를 해본 학우들을 인터뷰했다. 주찬양(기계 14) 학우는 “복학생 신청일시가 늦게 설정된 이유를 물으니 ‘관례’라고 했다. 또, 복학생들은 되도록 3동을 신청해주면 좋겠다고도 했다”라고 말했다. 반면, 이민경(신소재 15) 학우는 “RC에 입주하는 신입생들을 위해, RC진급자들이 하루라도 더 빨리 짐을 빼야 하기 때문이라고 들었다. RC 창고에 짐을 뺄 때의 혼선을 피하기 위해서라고 받아들였다”라며 앞선 응답과 다른 답변을 들었다고 말했다.


심지어 복학생 생활관 신청 그 자체도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했다. 앞서 복학생 생활관 신청은 13일로 예고됐으나, 실제로는 시스템상 복학생 신청자도 12일에 RC진급자와 함께 신청할 수 있었다. 일부 복학생이 이를 파악하고 12일에 생활관 신청을 했으며, 다른 복학생들도 더 늦어지게 될까 봐 신청을 서둘렀다. 이에 몇몇 복학생 신청자들이 미리 신청돼 있다는 걸 파악한 다른 복학생 신청자들과 RC진급자들이 생활관운영팀에 해결을 요구했고, 생활관운영팀은 12일에 신청한 복학생들에게 문자로 취소 통보를 한 뒤, 해당 학생들을 전원 신청 취소 처리했다. 그러나 이로 인해, RC진급자들이나 복학생들 모두 혼란을 겪었으며, 해당 조치의 취지와 실효성에 대한 의문을 빚었다.


각각의 문제들뿐만 아니라 생활관 신청일시에 대한 공지가 교내회보에서 ‘동기방학 중 생활관 운영계획’(2017년 11월 27일 공지)에 통합 공지돼 검색이 어려웠던 점, 9동과 같은 리모델링 생활관에 새롭게 신청 가능한지 알지 못해 혼란을 겪은 점, 생활관 신청 시 입력해야 할 정보를 잘 알지 못해 어려움을 겪은 점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했다.

 

생활관운영팀 “개선 노력 중,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이해해 달라”
본지에서는 앞서 발생한 여러 문제의 해명과 앞으로의 개선 방안에 대해 질의하기 위해 생활관운영팀을 직접 찾았다. 생활관운영팀의 이수우 팀장과 이태명 씨가 인터뷰에 응했다. 먼저, 남학생 생활관 신청이 4분간 지연된 것에 대해서는 “30분에 열리지 않았다는 전화를 받고, 입사신청 제한시간 설정을 삭제하니 정상적으로 열렸다. 앞으로는 재차 확인해서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라고 해명했다.


이후 해당 시스템의 전산 담당자인 정보전략팀의 이희주 씨에게 이 문제에 대해 질의했을 때는 “시스템상으로 30분으로 설정해놓으면 그때 열린다. 해당 연락을 듣고 다시 확인해보아도 시스템의 문제는 없었다. 시간 설정이 잘못됐다면 그럴 수 있겠지만, 시간 설정에 대한 기록은 남지 않아 정확한 이유를 알긴 어렵다”라고 답했다.
교내회보의 생활관 신청 공지에 대해 생활관운영팀은 “다음 신청부터는 1월 말쯤 재차 공지할 수 있도록 개선하겠다”라고 답했다. 또한, 신청 팝업의 중의성 문제에서는 “그 문제에 대해서는 미처 파악하지 못했다. 시스템을 다시 한번 확인하겠다”라고 답했다.


이후, 앞서 답변이 갈렸던 복학생 신청이 하루 늦는 이유에 관해 물었다. 이 팀장은 “RC진급자들은 확실한 재학생이고, 휴학생이나 단기유학생은 그와는 조금 다르다. 복학예정자라고 명단이 오더라도 이들이 실제로 복학할지는 알 수 없다. 또한, 생활관 정책에서 가장 우선시하는 부분이 ‘재학생 룸메이트 동반신청’이기 때문에 재학생 신청이 하루 먼저 진행돼왔다”라고 답했다. 12일에도 복학생이 신청 가능했던 문제에 대해서는 “재학생과 복학예정자를 시스템상으로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라고 답했고, 기존에도 복학생들이 RC진급자와 동시 신청 가능했는지를 묻자 “그렇다”라고 답했다. 이에 생활관운영팀에서는 “구분도 어렵고, 학생들이 많이 원한다고 하니, 다음 신청부터는 RC진급자와 복학생이 동시에 신청 가능하도록 하는 것을 고려 중이다. 그렇지만 정확한 학생 의견 수렴을 위해서는 생활관자치회와 논의가 필요하다”라며, 제도 변경을 시사했다.


각 문제에 대해 질문한 후, 좀 더 근본적인 생활관 운영 문제나 향후 계획에 관해 물었다. 2인실 생활관 1인 사용 문제와 룸메이트 동반신청에 대해서는 “2인실 1인 사용자들을 줄일 방안을 검토 중이다. 룸메이트 동반신청을 학교 차원에서 권장하고, 앞으로 장기간 1인 사용자들에게 패널티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한, 학부생 중에도 1인실에 대한 수요가 있는 것으로 파악돼, 현재 대학원생들에게 운영하는 것과 같이 1인실을 제공하는 것도 고려 중이다”라고 답했다. 18학번 학우 중 여학생이 기존 60여 명에서 100여 명으로 증가한 데 있어서 생활관 신청 시 발생할 문제에 대해 “14동을 추가로 개방하는 등의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큰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생활관 신청, 앞으로도 산적한 문제들
앞서 학우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생활관운영팀 인터뷰를 진행한 결과, 앞으로 산적한 문제들이 매우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신청일시 설정과 이에 대한 공지 문제, 신청 팝업 등에서는 생활관운영팀이 즉시 개선을 약속한 만큼, 다음 생활관 신청에서는 이런 문제들이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생활관자치회 및 동민들의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고 한 문제들에 대해서는 상당한 시간뿐만 아니라 학우들의 적극적인 참여도 필요할 것이다. 현재 RC에 거주하거나 졸업을 앞뒀다고 해도, 이 문제들을 진급자 혹은 복학생만의 문제라고 생각하지 말고, 우리 모두의 문제라고 생각하며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