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산업 발전적 토대 구축하는 계기가 되어야
IT산업 발전적 토대 구축하는 계기가 되어야
  • 김정묵 기자
  • 승인 2002.10.0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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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인터넷 포털사이트 프리챌(http://www.freechal.com)은 대표적인 서비스인 커뮤니티 서비스를 오는 11월 15일부터 유료화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최대의 포털사이트인 다음(http://www.daum.net)의 ‘카페’ 서비스와 함께 젊은 직장인 사회와 대학가의 동호회, 동아리를 통신과 오프라인으로부터 옮겨온 것은 물론, 일부 대학의 강의 자료실로 사용될 정도로 사이버 공간 상에 새로운 모임 문화를 열어온 것으로 평가 받아온 ‘커뮤니티’ 문화의 중심인지라, 그 파문은 사뭇 크다.

프리챌 측의 구체적인 방침은 월 3천원을 내는 유료회원들에게만 5개의 커뮤니티를 개설할 수 있게 해 주고(현재는 모든 회원이 일인당 3개까지 개설 가능), 대신에 커뮤니티 상의 광고를 삭제하고 e-메일 용량 확대 등의 추가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으로 대부분의 네티즌이 프리챌의 커뮤니티 기능만을 이용하는 것을 감안하면 그리고 유료회원 등록을 하지 않은 운영자의 커뮤니티에는 운영자 자신만 볼 수 있다는 점 등은 사실상, 커뮤니티 이용의 기본료를 받겠다는 입장이다. 다른 포털사이트들이 무료로 제공되는 핵심서비스로 이용자들을 모아, 광고나 아바타, 쇼핑몰 등 간접적인 방법으로 수익을 추구하는 것과는 달리, 핵심서비스 이용에 대한 이용료 부가란 측면에서 ‘도박’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에 대한 이용자들의 반응은 상당한 반발로 나타나고 있다. 기본적으로 프리챌이 커뮤니티를 볼모삼아, 요금을 받겠다는 일방적인 ‘통보’를 해온 것에 대한 반감이다. 약 한달간의 유예를 두기는 하였으나 이미 방침으로 확정된 이후에 발표한 것이라 결정과정에서 이용자의 의견을 수렴하고자 하는 의도는 애초부터 없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그러나 주된 이유는 역시 ‘유료화’ 자체이다. 여러 편리한 기능을 갖춘 무료 커뮤니티 서비스에 이끌려 다른 포털사이트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은 삼년도 채 안되는 기간에 프리챌을 유력한 포털사이트의 위치에 올려놓은 이용자들에게 있어서 유료화는 그 자체로 불쾌한 것이다. 곧, 무료로 제공하는 서비스가 이용자들의 권리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다소간의 차이는 있지만 ‘커뮤니티 서비스가 월 3천원의 가치가 있냐’는 의견도 크게 빗겨나진 않는다. 프리챌 사이트 내에서만 가치를 지닐 수 있는 아바타 아이템의 경우, 한달에 3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아바타 아이템이 철저히 개인의 취향에 따르는 것이라 하더라도 실제적인 가치와는 무관하게 인식되어지는 가치의 단면이다.

인터넷의 출발은 정보공유의 꿈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인터넷이 다양한 정보와 서비스를 가진 새로운 세상으로 발전하게 되기까지는 ‘돈’의 세례를 거치게 되었다. 산업적인 가능성을 허락받았을 때만이 인력과 돈이라는 촉매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인터넷이 사람들 속에 파고드는 과정은 ‘돈이 안 드는’ 통로를 통한다.

인터넷 상점과 같이 기존의 서비스업을 온라인 상으로 옮겨 놓은 형태가 아닌, 정보검색, e-메일 등 인터넷의 탄생과 함께 하게 된 인터넷의 고유한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동시에 가장 대표적인 인터넷 서비스-는 사람들에게 그 효용을 인정받게 되기까지 서비스 자체는 무료로 시작했다. 그리고 소위 포털사이트로 불리는 이러한 서비스 사이트들은 새로이 출현할 때마다 네티즌의 일상화라는 시장으로의 진입을 위하여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하게 되었다.

그러나 일정 수의 이용자층만 확보해도 그 가능성만으로 투자금이 몰리던 인터넷 거품이 걷히고 실적을 내지 못하는 기업은 도태될 수밖에 없는 지금, 인터넷 기반 업체들의 수익모델창출은 지상과제가 되었다. 이에 따라, 국내 최초의 e-메일 서비스와 인터넷 카페를 앞세워 국내 최대의 포털을 유지하고 있는 다음의 다음커뮤니케이션이 쇼핑몰 서비스 등으로 수익성을 크게 개선하는데 성공한 것을 비롯, 최대의 검색 포털인 네이버와 게임 사이트 한게임의 NHN 역시 검색과 게임 부문에서의 프리미엄 서비스로 큰 폭의 흑자를 냈고 채팅 사이트인 세이클럽을 앞세운 네오위즈 또한 ‘원조’ 아바타 서비스에서 30억원에 이르는 매출을 기록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철저히 부가적인 서비스에서 수익성을 찾은 것이다.

프리챌의 경우, 지난 9월말 랭키닷컴이 발표한 50개 주요 사이트의 방문자 및 페이지뷰 조사에서 사이트에 대한 실질적인 이용지수라고 할 수 있는 방문자 당 페이지뷰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나 신규 서비스 전개에 유리한 위치라 평가를 받은 바 있다. 그러나 그간 팝업창이나 광고를 위한 기업체 커뮤니티 유치 및 홍보 등 무리한 광고 사업으로 이용자들의 적지 않은 원성을 사, 상당한 이미지 실추를 가져온 데다가 이번의 유료화가 이용자들의 이미지에 줄 영향, 그리고 직접적인 이용자 감소는 프리챌의 ‘무리수’를 읽어내게 한다.

인터넷 포털들의 분화와 전문화가 상당히 이루어진 현재, 서비스의 고급화와 맞물린 유료화는 업체들의 궁극적 지향점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동네 구석까지 들어선 PC방, 대다수의 가정에 들어선 PC와 초고속 통신망, 우리나라 인구수를 훨씬 상회하는 대형 포털들사이트들의 페이지뷰. ‘정보통신 강국’을 당당히 선언하게 하는 이런 낯설지 않은 풍경들이 생산적이고 발전적인 인프라로 전화되기 위해서는 관련된 산업이 어떻게 꾸려져 나가는 것이 적정한 것인가가 고민되어야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