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생 인권] 대학원생 부당대우에 대한 타 대학원 총학생회의 대응
[대학원생 인권] 대학원생 부당대우에 대한 타 대학원 총학생회의 대응
  • 황성진 기자
  • 승인 2018.03.07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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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대학원 사회는 교내에서 인권·성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응하고, 피해 학생의 관점에서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KAIST 대학원 총학생회 회장 한영훈 씨, 고려대학교 일반대학원 총학생회(이하 고대원총) 회장 권한대행 이정우 씨와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정우: 고대원총은 대학원생(이하 학생)을 위한 기구로써 기본적으로 학생 대리자의 입장에서 일을 처리한다. 우선 학생이 인권·성 문제로 고대원총을 찾아오면 상담을 진행한다. 상담 내용을 바탕으로 원총에서 해결 가능한 문제라면 원총 선에서 대처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학생이 처한 상황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교내·외 전문기관을 소개해 주고 있다. 교내의 해당 기관으로는 인권센터와 양성평등센터가 있어, 각각 인권 관련 사항과 성 관련 문제를 담당한다. 이들은 인권·성 문제 발생 시 해당 문제의 자체조사를 진행하고, 조사 결과에 따라 의견 표명을 할 수 있는 강력한 기구다.


최근 두 기관에 소속된 위원으로 학생을 배치하는 것을 확정하기도 했다. 사건의 가해자가 교직원인 경우에 징계 권한 자체가 학교 측에 있어 이른바 ‘솜방망이 처벌’을 받거나, 징계 면피용으로 교수직을 사직하면 이를 수리해버리는 경우를 봐왔다. 따라서 학생 대표가 인권위원이나 성 평등 위원직을 맡음으로써 이런 경우를 막기 위해 힘쓰고, 학생들의 대변인으로서 역할을 더 잘 수행할 것으로 기대한다. 다만, 학교 소속 인권센터에서 진행한 면담의 내용을 비밀 보장 관계로 알 수가 없어, 고민이 있는 학생들에게 고대원총에서 상담 외적인 도움을 주기 힘든 상황이다. 이에 카이스트 상담센터처럼 원총 산하의 독립적인 상담센터를 두는 것을 기획하고 있다.
다음으로, 고대원총은 학생들의 형사소송 진행 과정에 도움을 줄 수 있다. 구체적으로 검찰이나 국가인권위원회에 탄원서를 제출해 법원에 재정신청을 요구할 수 있다. 실제로 어떤 교수가 공갈죄의 명목으로 지방검찰청(이하 지검)으로부터 조사를 받았지만 불기소 처분을 받은 사건이 있다. 제30대 고대원총 회장단은 탄원서를 제출해 해당 지검에 재정신청을 요구했고, 결국 몇 년이 지나서야 해당 지검이 기소의 상당 부분을 인정해 재판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었다. 이제는 최종판결까지 이끌어나가고자 최선을 다하고 있다.


또한, 변호사의 자문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공판에서 변호사의 자문을 받을 수 있도록 고용 비용을 원총에서 일부 지원하고 있으며, 적은 비용임에도 학생을 위해 힘써주시는 변호사분이 계신다.


마지막으로 학생들이 겪는 문제의 공론화를 돕는다. 고대원총은 특별기구로써 대학원신문사를 산하에 둬 학생들의 고충을 기사로 풀어내기도 한다. 실제로 대학원신문사 편집진은 2016년 11월에 발행했던 216호 신문 기획 면에서 ‘대학 구성원들의 인권과 대학 인권센터 설립’이란 주제의 기사를 내보낸 적도 있다. 이는 대학원생 인권 문제와 관련해 앞으로 대학이 바라봐야 할 방향성을 제시함으로써, 교내 변화를 추구하는 분위기 조성에 일조했다고 생각한다.


이밖에도 대학원생들이 겪는 부조리한 일들을 다룬 ‘슬픈 대학원생의 초상’ 웹툰 연재, 대학의 정책 방향을 논의하는 대학평의원회에서 대학원생 처우 개선 의견 표명, 국회의원들 또는 영향력 있는 일간지나 방송 관련자들과의 소통 등 학생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


한영훈: 대학원 사회에서 주로 일어나는 폭언·폭행과 성 문제 발생 시의 대응 과정을 위주로 이야기하겠다. 보통 폭언·폭행의 경우 독립적인 원총 산하기관인 인권센터에서 피해자와 상담을 진행한다. 상담으로 해결되는 경우도 있지만, 추가적인 도움이 필요할 시 회장단 선에서 피해자와의 충분한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반면, 성 문제는 굉장히 민감한 문제라 전문 상담기관의 도움이 필요하다. 특히, 피해자의 심리 상태가 불안하기 때문에 교내 전문기관인 상담센터를 통해 심리상담을 진행하고 필요하다면 스트레스 클리닉 방문을 권하기도 한다. 또한, 사건의 전후 관계 이해를 위해 가해자도 총학생회나 전문기관인 인권윤리센터에서 상담을 진행하도록 하는 등 사건에 대한 1차 조사를 진행한다.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심의위원회가 열려 해당 문제를 심의하고, 이후 상벌위원회에서 징계를 결정하는 식으로 성 문제에 대처한다.


KAIST에는 교내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여러 기관을 두고 있다. 학생기관인 원총과 원총 소속의 인권센터뿐만 아니라 교내기관인 인권윤리센터, 상담센터, 스트레스 클리닉이 있다. 또한, 명예교수들로 구성된 ‘옴부즈 퍼슨 제도’는 총장 직속으로 운영돼, 교수와 학생 사이에서 중재를 돕는다. 작년에는 여성 안전 등 교내 위험들로부터 KAIST 구성원을 보호하고자 포용성 위원회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이밖에도 여러 센터 및 위원회들이 교내에 위치한다. 학교생활 중 문제가 일어났을 때 학생들은 교내 기관 어디로든 찾아갈 수 있다. 하지만 한 기관에서 내담자가 겪는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없기에 여러 단체의 협업이 중요하다.


따라서 원총은 교내 전문기관들과의 협업 절차로써 ‘인권 벨트’를 이루고 있다. 인권 벨트의 장점으로는 인권 관련 기관들이 실적을 올리기 위해서 각자 내담자를 두는 것보다 내담자의 익명성을 보장하면서도 피해자가 어떤 상황인지에 따라서 교내 유관기관에서 바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밖에도 원총회장은 10여 개가 넘는 교내 위원회에 소속돼 있어, 위원으로서 학생들의 의견을 대변한다. 특히, 학생들의 의사결정 규범을 논하는 교내위원회 위원으로 정식 인사발령을 받아 보직교수들과 동등한 발언권을 행사한다. 다만, 대학평의원회에는 현재 교수평의원회로 명칭과 구성이 모두 바뀌어 참여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