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남북평화·협력을 위한 조건] 이질성 극복과 공통분모 넓히는 작업 필요
[시론-남북평화·협력을 위한 조건] 이질성 극복과 공통분모 넓히는 작업 필요
  • 박종철/통일연구원 남북협력연구실장
  • 승인 2000.08.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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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적십자회담의 합의에 의한 이산가족의 만남, 남북장관급회담, 남북한 외무장관의 만남, 남한언론계인사의 방북 등 여러 분야에서 남북관계가 빠르게 진전되고 있다. 그러나 남북한이 앞으로 화해·협력과 공존의 기반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남북한의 이질성을 줄이고 동질성을 넓히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남북공존과 통일은 기본적으로 남북한이 체제의 이질성을 극복하고 공생의 매커니즘을 마련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느 한쪽의 일방적 주도에 의한 흡수통일방식이 아니고 양측이 공존과 협력을 모색하는 경우, 양측이 공생할 수 있는 상호수용성이 전제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양측이 차이점을 인정한 가운데 가능한 분야에서 협력을 증진시키는 한편, 더 나아가서 양측이 각각 자기체제 내부에서 변화를 통해 공통분모를 넓혀나가야 하는 것이다.

남북한의 평화공존을 위해서는 첫째, 남북한이 각각 이념 및 체제의 상이성에도 불구하고 공존의 불가피성 때문에 상대방을 실질적인 정치체제로 인정해야 한다. 남북정상회담은 상호실체를 인정하는 결정적인 계기였다. 남북외무장관회담도 국제무대에서 남북한이 상호실체를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이었다.

북한은 정상회담 이후 휴전선지역에서 남한에 대한 비방.중상을 중지함으로써 신뢰구축 조치를 가시적으로 보여주었다. 또한 노동신문과 평양방송 등 언론매체들은 남한당국자에 대해 괴뢰라는 호칭사용을 중단하였다. 이에 호응하여 남한의 국방부는 김정일을 김정일국방위원장으로 호칭하고 북한당국 및 북한군대에 대해서 괴뢰라는 호칭사용을 중단하기로 결정하였다. 이러한 신뢰구축조치가 다른 분야로 확대될 경우 남북한은 상호공존을 제도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둘째, 남북한이 상호이익을 위해 호혜적 협력관계를 정착시켜야 한다. 경의선철도 연결, 임진강 수해방지사업 등은 남북한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시범적 사업이다. 이외에도 농업분야의 협력, 공동어로, 산림자원보호, 의료·보건분야의 협력 등 각 분야별로 남북한 모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협력사업이 추진될 수 있다. 각 분야에서 협력사업이 축적되면 남북한의 상호의존성이 증가하게 될 것이다. 남북한의 상호의존성 증가는 결과적으로 남북한의 협력관계를 제도화시킴으로써 실질적인 통일상태를 가져올 것이다.

셋째, 남북한이 각자 대내적 개혁을 통해서 공존영역을 확대해야 한다. 남한은 교류.협력을 활성화하기 위해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령을 정비해야 한다. 그리고 남북화해·협력시대에 상응하게 국가보안법 개정작업도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남북경협에 대비하여 정부는 대북투자에 필요한 법.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뿐만 아니라, 재원조달을 위해 다각적인 방안을 동원해야 한다. 특히 재원의 규모, 재원조달 방식, 경협의 우선순위 등에 대해서 국내 여론과 정치권의 합의를 이룩하는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정상회담성과에 대한 대내적 합의를 조성해야 한다. 정상회담에 대한 초당적 지지를 확보하고 이를 정치쟁점화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남북관계의 발전을 위해서 정부, 정당, 민간단체들이 역할분담을 하여 북한과 다층적으로 교류.협력을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남북국회회담을 추진하는 것도 남북문제에 대한 국회의 역할을 강화하는 방안이 될 것이다.

한편 북한도 대내적 개혁과 대외개방을 통해서 국제사회의 규범을 준수하고 다원적 가치를 존중하는 한편, 대남위협전략을 포기해야 한다. 그러나 북한이 단기간내에 이러한 체제변혁을 시도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따라서 북한으로 하여금 점진적으로 대외개방과 남북협력을 추진하도록 하는 인센티브망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바꾸어 말하면 북한이 경제적 이익과 국제적 위상 강화 등의 인센티브를 위해서 개방·개혁을 추진하지 않을 수 없도록 하는 국제적 협력망을 조성해야 한다.

넷째, 남북공존에 대한 국제적 협조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주변국들은 대체적으로 한반도 긴장완화와 협력을 지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변국의 이해관계는 조금씩 다르다. 따라서 남북한이 한반도문제를 평화적으로 관리하고 남북협력을 제도화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점을 주변국에게 입증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남북한의 주도에 의한 한반도평화와 안정이 주변국의 이해관계와 일치하고 동북아의 안보와 경제협력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설득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남북관계 전망 및 관련 이슈에 대한 분명한 청사진을 제시하여 향후 남북관계 전개방향에 대한 주변국의 신뢰를 얻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