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대학이 변한다-미국 대학교육의 어제와 오늘 ①]
[21세기 대학이 변한다-미국 대학교육의 어제와 오늘 ①]
  • 최상일 / 물리 교수
  • 승인 2000.09.2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학에 대한 적극적 지원이 미국을 강국으로 만든 밑거름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대학의 변화를 소개하는 것이 이 글의 목적이다. 현재의 변화를 알고 미래를 추측하려면 과거를 알 필요가 있을 것 같아 이번호에는 미국의 대학이 지금에 이르게 된 이야기를 하고, 다음호에는 미국대학 교육의 변화의 현주소와 장래를 이야기하겠다.

고대의 고등교육

잘 알려져 있는 성공적인 고대 교육자인 중국의 공자와 그보다 약 100년 후의 그리스의 소크라테스의 교육 방법의 특징은 무엇이었던가. 이 두 분은 소수의 학생들과의 대화를 교육방법의 핵심으로 삼았던 것 같다. 논어에서 볼 수 있는 공자와 학생들 사이의 대화는 간략하고도 핵심을 찌르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공자께서는 비유법을 또한 널리 사용하였다. 예를 든다면, 중용의 길을 설명하기 위하여 나무병을 사용하였는데, 이 병이 비어있는 경우 세우려 하면 한 쪽으로 넘어지고 물로 꽉 채우면 반대쪽으로 넘어지고 반쯤 채우면 넘어지지 않고 서 있었다고 한다.
소크라테스는 날카로운 질문을 하여 학생의 논리전개를 검토하고 이해를 증가시켰다고 한다. 소크라테스의 질문방법(Socratic questioning)은 지금도 미국의 법학대학원에서 널리 사용되는 교육방법이다. 소수의 학생을 상대한 대화를 통한 교육이 매우 효과적이었음은 더 말할 필요가 없겠다.

중세의 고등교육

피타고라스,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등의 고대 그리스의 고등교육이 어떤 역사적 변천을 거쳐서 현대의 대학교육에 이르렀는가 간단히 고찰해 볼 만 하다. 표면상 우리 대학제도는 그리스 교육의 전통을 이어받은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리스의 철학을 혐오한 로마제국에 의하여 그리스의 학교들이 문을 닫게 강요된 후 고대 그리스의 학문과 고등교육의 전통은 그리스 및 로마제국의 영토에서는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그러나, 서기 8세기에 이슬람교도들에 의하여 그들의 사원에 부속된 학교가 설립되었으며 이 학교에서는 종교와 관계없는 학문을 포함한 여러 가지 과목을 가르쳤다고 한다. 특히 고대 그리스의 학문을 이해하기 위하여 노력하였다고 하니, 이것이 지금의 대학의 시작이라고 생각된다. 현재 각 대학에서 사용하는 캡과 가운은 이 시기의 이슬람 대학에서 처음 사용되었던 것을 훗날에 유럽의 각 대학에서 사용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하여 그리스 학문의 전통이 이어지고 대학교육이 시작되어 13세기까지 계속되었다. 교육에 도움이 될 이 시기의 한 일화를 소개하겠다. 알-가잘리(Al-Ghazzali)라는 젊은이가 페르시아의 명성 높은 대학에서 4년간 수학한 후 그동안 모은 강의노트 한 보따리를 들고 집으로 돌아가던 도중 사막의 도둑을 만나서 모든 것을 뺏기게 되자, 그 노트들은 4년간 공부한 결과이니까 돌려 달라고 애걸하였다. 이를 들은 도적 두목이 노트를 던져주면서 대학에 공부하러 갔었던 줄 알았더니 노트 필기하러 갔었구나 하였다. 이 말을 들은 그는 깨달은 바 있어 대학에 다시 돌아가 4년 동안 필기는 않고 배운 것들에 관하여 많이 생각한 결과, 후에 이슬람 지역에서 제일 가는 철학자가 되었다.

유럽의 대학은 중세 성당 부속학교에 기원을 두고 있다. 이들 부속학교는 11세기 초에 교황의 명령에 의하여 설립되었고, 소규모였으며, 사제들에게 교회 기도문을 읽을 수 있을 정도의 초보적인 교육을 실시하였다. 그러나 11세기에 시작한 도시 인구의 증가와 더불어 이들 학교도 규모와 학생 수가 커졌으며 12세기 후반에는 볼로냐, 파리, 옥스포드 등에서는 수백명의 학생을 갖게 되었다. 이들 중 몇 개 학교가 교황에 의하여 대학(Universitat)이라는 직위를 얻게되었던 것이다. 이들 대학에는 신학, 법학, 의학의 3개 전공학부가 있었으며, 이들 전공으로 들어가기 전에 이수하는 교양학부(Arts Faculty)가 있었다. 교양학부는 문법, 수사학, 논리학의 3학과목(trivium)과 고대 그리스의 피타고라스의 학교에서 시작한 4 학과목(quadrivium)인 산수, 기하학, 천문학, 화음학(음악)의 7개 학문을 두었다. 이것이 근대의 문리과대학(college of liberal arts and sciences)의 근원이다. 현재의 미국 학제에 의하면 신학, 법학, 의학은 학사학위를 받은 후에 입학하기로 되어있으며, 문리과대학 졸업생을 선호한다. 미국에는 독립된 문리과대학(liberal arts college)이 다수 존재하며, 많은 우수인재를 양성하고있다. Williams College, Swarthmore College, Haverford College, Reed College 등은 우수인재 양성으로 널리 알려진 독립된 사립 문리과대학이다. 이들 대학 졸업생 대부분이 종합대학의 대학원, 의과대학원, 법학대학원, 경영대학원 등으로 진학한다.

미국의 대학

미국의 대학을 크게 구분하면, 연구중심대학, 학사과정 교육에 전념하는 문리과대학, 2년제 전문대학 혹은 초급대학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이들은 다시, 사립, 주립, 시립으로 분류된다. 오래된 사립대학의 대부분은 종교재단에서 설립한 것으로, 영국의 옥스포드 대학을 본 딴 것이며, 이중 하바드(Harvard), 프린스턴(Princeton), 예일(Yale) 등이 대표적이다. 18세기 후반에 영국에서 일어난 산업혁명이 독일에서 확산된 것은 약 100년 후가 된다. 산업화에 뒤진 독일은 대학들을 산업체를 위한 과학연구사업에 투입하였고, 이것이 독일을 일류 산업국가로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독일에서 유기화학이 크게 발달한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었고, 빛의 에너지가 양자화되어 있다는 것을 발견하여 물리학의 새 장을 연 플랑크는 등불 산업을 위한 연구를 하다가 이 발견을 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과학연구를 중심으로 한 독일의 대학제도를 미국에서 처음 도입한 것이 사립인 죤스홉킨스대학(Johns Hopk ins)이다. 이 대학은 의과대학을 중심으로 설립되었으나 다른 의대와는 달리 기초연구를 중심으로 하는 의과대학이었다. 그 후에 역시 사립으로 캘리폴니아공대(Caltech)가 이공계 연구중심대학으로 설립되고, 많은 다른 대학들이 이들을 모범으로 훌륭한 변신을 하여 현재의 연구중심대학으로 자리잡게 되었으며, Carnegie Educational Foundation의 통계에 의하면 127개의 연구중심대학이 현재 존재한다. 미국에서 200년이 넘은 대학은 사립대학이거나, 사립대학으로 시작하여 후에 주립이 된 것이 대부분이나, 몇 예외가 있다. University of North Carolina, Universi ty of Georgia 등은 각 해당 주의 주민 자제들을 교육시키기 위하여 주의회 의결에 의하여 미국 독립 직후에 설립된 대학이며 오래 동안 그 주의 유일한 대학으로 존재하며 연구중심대학이 된 대학들이다.
사립, 주립을 망라한 이들 주요대학은 2차대전을 승리로 이끄는데 큰 공헌을 하고, 종전 후에도 연방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얻어 미국을 세계 제 1의 과학기술과 고등교육의 보금자리로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