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세계 경제, 미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 높아 덩달아 ‘휘청’
흔들리는 세계 경제, 미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 높아 덩달아 ‘휘청’
  • 김형기 / 경북대 경제하과 교수
  • 승인 2001.09.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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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존성이 강한 세계경제에서 급작스런 미국의 테러사건은 국제경제를 더욱더 혼란속에 빠뜨리고 있다.
중남미와 동유럽, 아시아 등 신흥시장 국가들의 통화가치가 급락하고, 미국 증시는 연일 급락하는 등 금융시장의 불안이 가속화되고 있다. 그리고 세계경제의 첨병 역할을 해왔던 정보기술산업(IT)은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으며, 무역 블록화를 통한 신보호주의의 대두로 자유무역 확대를 통한 경기침체 방어도 갈수록 어렵게 되었다. 또한 현재 미국의존성이 강한 세계경제에서 급작스런 미국의 테러사건은 국제경제를 더욱더 혼란속에 빠뜨리고 있다.


세계경제의 미국의존성

포디즘적 발전모델 이후 세계는 현실적으로 ‘미국 따라가기’식의 경제정책을 펴왔다. 미국식의 체제와 제도, 경제활동방식을 갖춰 미국처럼 잘 살아보자는 세계화의 논리를 가지고 ‘신경제’를 통해 보통기술의 끊임없는 혁신으로 거래비용은 줄이고 노동생산성을 높여 낮은 인플레 속에서도 고성장을 지속하고자 하였다.

이로 인해 국가간 교역의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덩달아 미국시장에 대한 세계 각국의 의존도 또한 크게 높아졌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멕시코 경제에서 25% 이상을 미국 수출이 차지하고 있으며, 캐나다의 경우 30%,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국가들의 경우 40%에 이르고 있어 미국 경제의 총제적 위기는 세계 곳곳의 나라들과 맞물려 돌아갈 수밖에 없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경기침체의 원인

이처럼 세계 경제가 공동운명체처럼 한 고리에 얽매여 있게 된 것은 1980년대에 시작된 신자유주의 정책에 따른 시장통합의 가속화 때문이다. 불행한 점은 맞물려 돌아가는 경제구조 속에서 세계경제의 뇌관인 미국 경제과 위태위태하다는 사실이다. 더구나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누적으로 허리띠를 졸라 매야하는 상황에 테러사태가 일어나 미국 금융시장의 미래는 더욱 불투명하게 되었다.

미국 경제 내에서 경기가 호황인 상황을 바라보면 경기침체의 원인은 당시 미국경제에 대한 안일함에서도 찾을 수 있다. ‘세계경제침체는 일시적인 것이며, 곧 반등할 것이다’는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 이사회(FRB)의장의 말을 위시하며 경기침체는 더욱 악화되었다. 경기가 호황인 상태에서 심리적 거품이 그 거품이 꺼지는 반대상황에도 경제가 곧 나아질 것이라는 낙관에 의해 존재했던 것이다.


국제경제 전망

EIU(Economist Intelligent Unit)는 ‘세계경제 전망보고서’에서 올해 선진국들의 경제성장률은 1974년 이후 가장 급격히 둔화되어 평균 1.4%, 신흥개발국은 4.8%까지 떨어질 것을 예측하였다.(이는 이번 사태 이후 더욱 급락할 것으로 보인다.) 아르헨티나에서 촉발된 경제위기로 미국 경제 침체의 가능성이 더욱 커지고 유럽과 일본 경제도 약세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미국경제의 불황은 세계 경제의 가장 큰 위협이다.

미국은 올 들어 1%대의 낮은 성장에 머물러 있었으나 테러에 의한 증시 급락은 불가피하게 경제성장률을 더 떨어뜨릴 것으로 보이고 있다. 여기에 지난 걸프전과 비교하여 미국 경제에 어떤 충격파를 던질지, 그리고 그 영향이 얼마나 지속될지가 가장 중요한 관심사다. 만일 걸프전과 비슷한 양상으로 파장이 미칠 경우 국제경제의 혼돈은 상당히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과거 걸프전만 해도 석유위기라는 한정된 위기에서 발생지역도 국부적이었지만 이번 사태는 국제 금융시장 한복판에서 일어났다는 점에서 더욱 부정적인 시각이 점쳐지고 있다. 벌써부터 달러화의 약세와 금값이 폭등하고, 국제유가 급등이 가시화되면서 경제회복의 길은 불투명해 보인다.

그나마 대형 악재 속에서도 예전부터 세계 각국이 불황에 대비한 나름대로의 대책을 수립하는 등의 준비를 해왔다는 점에서 생각보다는 큰 충격을 주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제 전망

세계 경제가 처해 있는 여건으로 보아 국내 경제에도 커다란 어려움이 예상된다. 사태전부터 정부의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하향조정되면서 마땅한 대책없이 미 테러사태를 맞이하여 국내경제의 체력은 메말라가고 있다. 더군다나 이번 사태로 인하여 미국의 소비심리 위축현상은 한-미간 무역에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주요 수출품목인 자동차 수출의 타격이 예상되며 정체되어 있던 정보기술분야의 회복 역시 더디게 진행되어 경상수지가 악화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가 기본적 인프라를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사태가 장기화되지 않는 한 시장 충격의 여파는 다소 단기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