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 형산학술제 평가] 대학축제 방향 정립 ‘미로에서 길찾기’
[2000 형산학술제 평가] 대학축제 방향 정립 ‘미로에서 길찾기’
  • 곽근재 기자
  • 승인 2000.10.11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학축제는 그 단어자체만으로도 지루한 일상에서의 돌파구로서 색다른 인상을 느끼게 한다.

예전의 대학생이라는 희소적 가치에서 출발한 ‘그들만의 축제’가 목적의식이 더해지고 대동이라는 단어가 포함되면서부터 대학축제라는 하나의 문화를 창조하게 되고 그들만의 놀이문화, 자치문화로 자리잡아 가게된 것이다. 그러나 같은 학교라는 것 하나만으로 그들이 하나가 될 수 있었던 시기는 예전 학생운동시기 이후 희미하게 사라져 가고 있는 중이다. 학생들의 개인적인 성향이 시간이 갈수록 짙어지면서 학생들의 대동의식은 반대 급부적으로 사라져 가는 게 현실이다. 올해 ‘2000 형산 학술제’에서도 이런 경향이 두드러져 그 결과적 측면인 학생들의 참여의식 부족과 다른 측면으로 바라볼 진정한 대학축제 방향의 상실과 그에 대한 모색방향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임을 역설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참여의식 결핍

지난 5, 6일 이틀 간 있었던 축제가 참여의식 결핍을 보여주었다는 것은 너무나 많이 들어 질릴 법한 우리학교 축제에 대한 평가다. 연휴와 주말이 겹침으로써 이때다 싶어 집으로 가는 학생들과, 자신과 축제는 무관하다고 생각해서였는지 모르지만 단지 쉬는 날로 ‘착각’한 학생들 또한 많았다. 이들은 형산제가 여태껏 그들이 단순히 생각해 왔던, 지향해 왔던 ‘놀고 즐기는’ 축제가 아니었기에 고개를 돌린 것이다. 3년 전 1, 2학기의 축제가 단지 주점의 주체만 바뀐다는 주장이 일어서 학술제로 성격이 바뀐 형산제가 올해에는 또다시 성격을 달리하였지만 축제의 모습이 기획행사에 치중되었던 것은 학생들의 참여의식 약화에 한 몫 하였다.

대동제로서의 의미

마지막 날 대동제때 학생들의 참여는 더더욱 미미하였다. 대동의 의미, 80년대 한참 뜨거운 시기에 고려대의 ‘석탑 대동제’로부터 시작한 대동제는 그 의미가 퇴색된지 오래다. 대동의 의미가 스스로 즐기는 현시대의 모습에 굳이 대동제라고 칭하는 본래의 의미를 잃은 것이다. 대학축제의 구심점을 잃은 채 대동이라는 의미의 겉표면에 단결되어야 한다는 소리없는 외침은 무의미하게 느껴질 뿐이다. 개인적으로 신나게 즐기는 축제가 되는 마당에 대동제의 무용론이 나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자기 자신을 표출하는 것으로 시작되어 화합과 만남이라는 거창한 모토는 대학축제적, 대동적 측면에서 현시대의 영향을 접목하여 새롭게 시도해 봐야 하는 것일지 모른다. 뻔한 판박이식의 축제에서 벗어 날려면 말이다.

방향의 상실

예를 들어 순간적인 젊음의 분출을 희망하는 부분이 있고 조용히 자기 문화 생활을 즐기는 쪽을 선호하는 부분이 있다고 하자. 전자의 경우 역사를 바라보면 강한 억압아래 묻혀 있던 표현의 욕구가 강한 목적성을 내포하며 문제의식 실현의 장으로 기능을 담당하였다. 그러나 그후 목적의식을 잃고 방황한 그들의 행사는 사회분위기에 휩쓸려 획일적인 흥미위주의 축제로 계속 이어져 갔다. 후자의 경우 현시대적 측면으로, 현실적 영향으로 개인적인 성향으로 가는 학생들이 늘어가면서 이 부분이 늘어나고 있다. 어찌되었든 간에 전자든 후자든 방향성을 상실해가고 있다는 점은 틀림없는 사실인 것이다. 축제에 참여하는 학생들 대부분 빠듯한 학부생활과 토플점수에 시달려야만 하는 일상생활에서 잠시 벗어나 시끄러운 음악소리에 머리를 흔드는 것, 그리고 우리와 달리 일상에 회의를 느끼고 학교를 뛰쳐나온 사람에게 열광하는 것, 이같은 일시적인 모습에 잠시동안만 들뜨지 않는지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그리고 축제기간에 외쳤던 함성이 목적성을 잃고 허공을 맴돌고 있지 않은지 생각해봐야 할 문제이다.

학술제로서의 형산제

공식적으로는 학술제로 알려졌던 형산제는 몇 개의 학과별 행사를 치르고 학술제적 측면에서는 빛이 바랬다. 홍보조차 제대로 되지 않아 학생들의 참여는 극히 저조하였다. 1학기 축제의 연장선에서 주점만 빠졌고, 주무대 위치만 바뀌었다는 말도 나왔다. 짧은 시간 준비를 해야하는 시간적 문제도 있었지만, 좀더 체계적으로 준비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더해졌다.

진정한 축제

사람들을 공동관심사로 묶을 수 있는 방법은 쉽지많은 않다. 축제 때 단지 술마시고 노는 것에만 익숙해져 있는 학생들에게는 학술제적 성격은 구미가 당기지 않는다. 단지 축제기간은 쉬는 기간일 뿐인 것이다. 그러나 학생의 무책임만으로 떠넘길 수 없다. 학생들 속에서 유명한 타 학교축제를 동경하는 것은 아직까지 그들에게 축제의식이 남아있음이다. 대동의식이라고는 말할 수 없지만,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그러한 축제를 원하는 것이다.
학교의 특성상 개인적인 일에 치우치는 일상생활 속에서 갑자기 모두가 함께하는 조금은 특이한 일상생활을 요구하기란 쉽지가 않다. 하지만 그것은 일상에서 자신을 표출하는 것이라는 소중한 가치와 그에 비해 사회적 가치를 낮게 평가하는 우리 자신을 향한 내부로부터의 반성을 한다면 당위적 측면의 대동의 가치는 자연스러운 과정을 통해 소화될 수 있을 것임을 다함께 고민해 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