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 교육의 질을 높이자
대학원 교육의 질을 높이자
  • 승인 1970.01.0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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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신문 보도에도 나왔듯이 지금 대학마다 대학원생 모집이 대단히 힘들다고 한다. 지방대학들은 기존의 학생정원을 일부 줄였는데도 모두 다 채우지 못해 야단이다. 그들은 할 수 없이 동남아지역 등 외국유학생들로 정원을 채우기도 한다. 이들에게는 장학금을 지급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그래도 대학원생은 필요하다. 특히 실험을 해야 하는 이공계 교수에게는 대학원생의 확보가 필수적이다. 거의 모든 대학의 교수들이 요즈음은 논문으로 평가받는다. 연구비를 신청할 때도 논문수가 중요한 평가항목이 된다. 학생의 질이 약간 떨어져도 대학원생이 있어야 실험을 하고 논문을 쓸 수가 있다.
전국적인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우리대학의 대학원생 모집은 훨씬 낫다. 많은 지원자를 놓고 학생을 선택할 수 있으니 말이다. 대학에도 부익부, 빈익빈의 현상이 생기는지 모른다. 하여간 우리대학의 경우 대학원 지원자 수도 최근 줄어들지 않았고 오히려 질이 높아지는 느낌마저 있다. 다행한 일이다.
우리대학은 설립 당시부터 연구중심대학을 표방해 왔다. 연구중심대학이란 연구활동을 통해 교육을 하는 대학이란 말이다. 따라서 우리대학의 대학원 교육은 학부 교육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문제는 대학원 교육의 내용이다.
대학원 교육의 성패는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취득한 졸업생들에게 달려 있다. 우리가 원하는 졸업생은 학문적겚茱珦岵막?능력이 있고 리더십과 좋은 인성을 지니며 외국어를 포함한 의사소통능력을 보유한 인재이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 대학원 교육의 내용과 질이 우리의 목표를 반영하고 있는가? 우리의 관심은 여기에 있다.
대학원 교육은 전통적으로 사제지간의 연결이 강하고 교육의 대부분이 개인지도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교수는 제자에게 학문의 세계를 소개하고 학생은 연구의 방법 등 교과서에 없는 노하우를 배우게 된다. 따라서 예부터 훌륭한 스승아래 훌륭한 제자가 자란다고 했다. 그런데 대학원 교육을 개인지도에만 의존하다 보면 문제가 생긴다.
하나는 대학 차원에서의 품질관리가 어려워진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피교육자의 권리가 무시될 수 있다는 점이다. 가령 교수에 따라 졸업생의 질에 차이가 날 수 있고 교수마다 교육과 연구에서 강조하는 면이 다를 수 있다. 한편으로 ‘대학원생은 교수의 노예’라는 말이 있듯이 대학원생을 교육의 대상으로 보기 보다는 연구의 일꾼이라는 측면에 치중할 수가 있다. 우리대학과 같이 교수들에 대한 논문실적의 압력이 클 경우에는 그러한 염려가 더욱 커질 수 있다. 따라서 우리의 대학원 교육의 개선은 이러한 개인지도의 단점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여러 가지 좋은 아이디어가 있겠지만 다음과 같은 몇가지 구체적 제안을 하고 싶다.
첫째 대학원 신입생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오리엔테이션이 있어야 하겠다. 지금은 각 학과에서 따로 하고 있지만 대학 차원에서 해야 할 일이 있고 전체적으로 하면 보다 효과적인 내용도 있을 것이다. 각 학과의 오리엔테이션은 전체모임 후에 하면 될 것이다.
둘째는 대학원생들의 학업진도 보고제도이다. 이 제도의 핵심은 지도교수가 지도학생과 마주앉아 정해진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이다. 이 보고서에서는 그 학기에 듣고 있는 과목에 관한 정보, 참여하고 있는 연구과제와 하는 일, 준비하거나 제출한 논문, 학위논문 준비상황, 기타 추진 중인 자기계발 활동에 관하여 요약한다. 교수들은 ‘잡무’가 늘어난다고 불평할지 모르나 한 학기에 한번 정도이면 별 문제가 없을 것이다. 형식적으로는 이 보고서를 학과(가령 대학원 주무)에 제출하지만 실제로는 지도교수가 교육의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아울러 개별 지도학생에 대한 파일을 통하여 그 학생의 학문적 성장과정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셋째는 영어 의사소통능력시험의 도입이다. 영어의 중요성 그것도 의사소통능력의 중요성은 말할 필요도 없다. 일반적인 영어능력은 대학원 입학할 때 심사를 했으니 여기에서 원하는 것은 작문과 회화력이다.
넷째는 교양교육의 강화이다. 학부생뿐만 아니라 대학원생들에게도 자기계발을 도모할 수 있도록 다양한 과목과 프로그램이 제공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리더십, 경영기법, 체력단련 등과 관련된 과목을 생각할 수가 있다.
이러한 제안들의 실제 도입과 시행에 있어서는 그 시기와 범위, 방법 등에 관해서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 요컨대 전통적인 개인지도방식을 보완함으로써 우리대학의 소기의 교육목표를 보다 효과적으로 그리고 확실하게 달성할 수 있도록 서로 지혜를 모을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