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림길과 로드맵
갈림길과 로드맵
  • 승인 1970.01.0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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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 나는 인적이 드문 길을 택했다. 그리고 그 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 미국의 대표적 시인 프로스트는 ‘가지 않은 길’에서 많은 갈림길이 나타나는 인생행로에서의 선택의 갈등과 아쉬움을 이렇게 그려내었다.

19년 전 포항공대도 ‘인적이 드문 길’을 선택했다. 그리고 모든 것이 달라지게 되었다. ‘소수정예’‘연구중심대학’ - 초기에 포항공대만의 독특한 철학과 캐치프레이즈는 그 위험도 컸지만 김호길 초대 총장의 리더쉽과 포항공대인의 열정에 힘입어 새로운 신화를 창조해 내었다. 포항공대는 과학 및 공학 분야의 교육과 연구에서 우리 사회에 신선한 충격을 주며 우리나라의 과학 발전을 선도했고, 그 결과 단기간에 아시아 최고의 대학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현대는 역동적인 변화 속에서 불안정성과 혼돈이 점철하는 시대로, 대학도 여러 가지 시련과 도전에 직면해 있다. 특히 대학은 학생수의 자연감소, 이공계 기피, 인문학의 위기, 경제지상논리, 재정압박, 교육개방 압력 등 사회 경제적 시련 속에서 강도 높은 개혁과 경쟁의 시대를 맞고 있다. 이러한 환경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대학들은 정부지원의 감소와 맞물려 자연도태 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최근 혼돈의 시대를 반영하듯 ‘로드맵 (roadmap)’이라는 말이 인기를 끌고 있다. 로드맵은 사전적 의미로는 ‘도로지도’를 뜻하지만, 요즈음 일반적으로 청사진·이정표 등 어떤 사안에 대한 앞으로의 계획이나 방향을 두루 일컫는 말이다. 이 말은 참여정부에 들어와 특히 많이 쓰이면서, 북핵 로드맵 등 정치적인 사안뿐 아니라 국가기술혁신체계 로드맵, 국가과학기술 로드맵 등 과학기술계의 과제에도 널리 활용되고 있다. 우리 대학의 경우에도 대학발전위원회를 중심으로 ‘세계적 수준의 연구중심대학’으로의 발전을 위한 로드맵을 만들어 향후 여정의 중요한 길잡이가 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내년의 대학 설립 20주년을 눈앞에 두고 우리대학은 새로운 갈림길에 서 있다. 그 간의 안정을 바탕으로 점진적 발전을 도모할 것인가 아니면 진정한 ‘제2의 도약’을 가져올 수 있는 과감한 방향 전환을 할 수 있을 것인가? 대학의 트레이드마크인 ‘소수정예’를 고수해야 하나 아니면 규모의 경제로 ‘critical mass’를 형성해야 할까? ‘연구중심대학’의 틀 속에서 상대적으로 소홀해진 교육은 어떻게 해야 할까? ‘선택과 집중’의 틀 속에서 ‘학제간 대학원’과 기존 학과 및 프로그램들을 어떻게 조화해 나갈까? 한반도 동남단에 위치한 지역의 한계를 넘어 세계의 중심으로 어떻게 나아갈 수 있을까? 갈림길에서의 선택은 항상 고민스럽고, 다시 돌이킬 수 없는 것이다. ‘가지 않은 길’에 대한 아쉬움이 남지 않도록 대학 구성원들의 폭넓은 의견수렴과 공감대가 형성된 대학발전 로드맵이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당동벌이’(黨同伐異)로 상징되는 음울했던 작년 이후 ‘희망의 이유’를 찾아 나선 을유년 새해도 이미 절반이 지나갔다. 오랜 교내외 방황 끝에 부임한 박찬모 총장의 임기도 어느새 금년 8월이면 반환점에 이르게 된다. 박찬모 총장은 부임 이후 대학 분위기의 안정, 학제간 대학원 프로그램의 신설, 각종 연구사업의 유치와 재정확보 등 봉사하는 자세로 대학의 안정과 발전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해온 점에 대해 비교적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리더는 미래에 대한 꿈과 확신을 가지고 대담한 비전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다른 사람들과 차별화된다. 또한 리더는 때로 과감한 투자와 함께 철저한 위험 관리를 병행하는 첨단 경영마인드가 필요하다. 한국 마을의 갈림길에 대한 최근 연구에 따르면 평탄한 지형에서는 T 모양이 많지만, 험준한 지형에서는 Y 또는 y 모양의 갈림길이 더 많다고 한다. 우리 대학이 서있는 갈림길은 그 중 어떤 쪽일까? 과연 포항공대는 20년 전과 같이 ‘인적이 드문 길’을 선택할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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