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제 실시에 즈음하여
학부제 실시에 즈음하여
  • 승인 2000.03.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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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기를 맞이해서 우리 주변에서는 과거 어느 때보다도 학사운영에 있어서 변화가 눈에 많이 띈다. 올해부터 졸업 이수학점과 필수과목이 대폭 줄어들었으며, 다양한 학문 분야를 동시에 공부할 수 있는 복수전공이 보다 용이해졌다. 무엇보다도 신입생들의 학창 생활에 가장 커다란 영향을 미치게 될 제도는 학과 구분 없이 통합적으로 운영하는 학부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올해부터 신입생들은 1학년 때의 성적을 바탕으로 2학년으로 올라갈 때 자신의 학과를 선택하게 된다. 이런 시한부 학부제의 시행으로 앞으로 대학 내에서는 과거에 볼 수 없었던 첨예한 학점 경쟁이 나타날 것이 예상된다. 신입생들은 대학입시가 1년간 더 연장되어 자신들이 대학에 입학한 것이 아니라 마치 고등학교 4학년에 재학중인 것처럼 느끼게 될 지도 모른다. 이렇게 대학 내에서 경쟁이 심화되면 학생들이 과거보다 학과 수업에 더욱 열중하게 된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대학 생활의 꽃이라 할 수 있는 동아리 활동을 비롯한 각종 학생 활동이 크게 위축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우리대학에서는 다른 어떤 대학보다도 학생들에게 강도 높은 교육을 실시하고 있고, 학생들이 학과 수업에 대해 느끼는 부담감 역시 비교할 수 없이 크다. 따라서 이번 학부제 모집이 가뜩이나 위축된 대학 내의 학생 활동을 더욱 침체시켜 대학 문화의 위기로 이어지지 않을까 염려된다.

대학 당국은 학부제가 대학 문화에 미치게 될 부작용을 사전에 파악하고 여기서 수반되는 문제점을 최소화하기 위한 다각도의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대학 당국과 교수들이 서로 협조해서 동아리 활동과 학과 수업을 연결할 수 있는 묘안을 찾는 것도 대학 문화를 활성화할 수 있는 한 방편이라고 할 수 있다. 학생들도 단지 점수 따기 좋은 과목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수강 선택을 해서는 안되며, 다양한 과목을 섭렵해서 세상을 보다 넓게 보는 안목을 기르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신입생들이 전공학과에 대한 귀속 의식이 불분명해져 대학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게 되는 것도 염려되는 현상 가운데 하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대학은 여러 학과의 선배들과 신입생들을 연결시키는 다양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1학년 학생에 대한 체계적인 학생 지도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신입생들도 학부제가 다양한 학문 분야를 사전에 포괄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선배들과 대화를 하는 데 보다 적극적일 필요가 있다. 특히 1학년을 담당하는 지도교수들은 학생들과 다양한 채널의 대화의 장을 마련하고, 학생지도를 위한 여러 정보를 서로 교환하고 협력하는 체제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 대학의 학사 행정을 담당하는 직원들도 과거의 타성을 벗고 새로운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수강 인원의 편중 현상을 사전에 방지하고 학과 배정 과정에서 생기게 될 문제점을 사전에 파악하여 대학 행정상의 혼선을 미리 막아야 한다.

교직원, 학생 등 대학구성원 모두가 자신의 맡은 바 소임을 다할 때만이 이번에 도입한 학부제 모집은 학생들을 위한 바람직한 교육제도로 무사히 정착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