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생 학과 선택에 대한 제언
신입생 학과 선택에 대한 제언
  • 승인 2000.03.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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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제 모집에 따라 금년에 정시모집으로 입학한 학생들은 올해가 가기 전에 전공을 택해야 하는 기로에 서있다. 학부제모집은 1년 동안 신입생들에게 다양한 과목을 접하게 하여서 학생들의 학과 선택에 도움을 주려는 취지에서 도입되었다. 이러한 취지에도 불구하고 교내에서는 이 새로운 제도가 학과간 학생수의 심각한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또한 이 제도를 처음 적용받는 학생들은 자기가 원하는 학과에 갈 수 없게 될 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하고 있다. 이런 걱정이 단순한 기우로 끝날 지 아니면 정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지는 현재로는 판단하기 어렵다. 혹시 발생하게 될지도 모르는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서 학교가 할 일과 학생들이 생각해보아야 될 점을 미리 짚어본다.

우선 각 학과는 학생들의 학과 선택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입문과목 개설에 보다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2000년 1학기 현재 10개 학과 중 2개 학과만이 이 과목을 개설하고 있는데, 2 학기에는 보다 많은 학과가 이런 과목을 개설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는 소위 인기 있는 학과도 적극 참여해야 한다. 입문 과목을 개설하는 목적이 학생들에게 학과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데 있기 때문에 학과의 대중적인 인기 여부에 관계없이 과목의 개설에 관심을 두어야 할 것이다. 한편, 학과 사정상 입문과목을 개설하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어려운 경우에는 학과를 소개하는 강연이나 세미나 등을 개최하여 신입생들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이와 함께, 학교당국은 일부 특정 학과에 많은 학생들이 지원할 경우 학점에 의해 처리하겠다는 현재의 입장을 신중하게 다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학점에 의한 처리는 학생들의 자유로운 학과 선택에 반하는 것이며 1학년 전체 혹은 1학년 1학기 성적만으로 어떤 학생의 가능성을 예단하는 것은 비교육적이며 비합리적이라고 할 수 있다. 자기가 가고 싶어하는 학과 진학에 실패한 학생들이 휴학을 한다던가 혹은 아예 자퇴를 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이에 대해 보다 유연한 정책결정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한편, 많은 학생들은 어떤 학과가 자기의 적성이나 관심에 부합하는지 잘 모르고 있으며 어떤 학과에서 무엇을 가르치는지에 대한 정확한 정보도 가지고 있지 못하다. 후회 없는 학과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입문과목을 수강하거나 혹은 기타 다른 방법을 통하여 전공하고 싶은 학과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얻어야 한다.

또한 신입생들은 시류에 편승하여 학과를 선택하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현재 학생들이 선호하고 있는 학과들이 누리는 인기는 장래 직업선택이나 경제적인 측면에서 볼 때 타당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점 때문에 자기의 관심과 재능을 도외시하고 “친구따라 강남가는”식의 학과선택을 하는 것은 현명치 못하다. 시류의 부침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만이 자기 만족을 가져다 줄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기 바란다. 그리고 혹시 자기가 원하는 학과진학에 실패할 경우에는 복수전공이나 부전공을 택하여 그 분야의 과목을 수강하는 방법을 권하고 싶다.

올해 처음 도입된 학부제모집이 그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려면 학교당국과 각 학과의 지속적인 노력과 홍보가 필요하다. 그리고 학생들은 충분한 정보를 얻은 후에 소신있게 학과를 선택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