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대학이 변한다-일본 대학들의 개혁 동향]
[21세기 대학이 변한다-일본 대학들의 개혁 동향]
  • 이정묵 / 기계 교수
  • 승인 2000.1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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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개혁 물살 타는 일본대학 타산지석 삼아야

필자는 99년 10월부터 6개월 여 일본 히로시마대학에서 연구연가를 보냈다. 또한 동경대, 오사까대, 큐슈대 등을 방문하기도 했었는데, 이들 대학들을 방문하면서 느낀 소감은 한마디로 ‘일본의 대학들이 새 세기의 변화에 부응하기 위한 몸부림을 치고 있다’는 것이다.

대학원 중심제로의 전면적 개편

일본에는 현재 99개의 국립대학이 존재한다. 제일 먼저 창설된 동경대학은 1877년에 국립 제국대학으로 발족하였다. 그 뒤를 이어 1945년 세계대전이 종식되기까지 6개의 국립 제국대학이 추가로 창설되었으며, 종전 후 교육개방의 흐름에 힘입어 99개로까지 증가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일본 정부가 90년대의 거품경제의 붕괴를 겪으면서 막대한 국고지원이 필요한 국립대학을 지원하는데 상당한 부담을 느끼게 된 것 같다. 그 결과로 국립대학의 독립법인화가 거론되기 시작하였고 현재는 법인화가 실현단계로 접어 들어가고 있는 중이다. 독립법인화란, 국립대학 예산이 전적으로 국고지원으로 이루어졌던 종전의 지원체제에서 탈피하여, 각 국립대학이 독립채산 운영을 할 수 있는 법인을 설립해, 국고지원과 자체수입 예산으로 대학을 운영해 가는 제도이다. 이렇다보니 이때까지 안일하게 국고지원에 의지했던 국립대학들에 회오리바람이 불어닥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한 예로 일본 국립대학의 정교수(석좌교수와 유사, 즉 정교수 밑에는 보통 조교수 1∼2인과 연구조수 3∼4명 정도가 배정됨)에게 매년 당연 지원시되던 연구비 300만 엔 내지 500만 엔이 독립법인화 체제하에서는 자동이 아니라 그 필요성을 정당화 할 수 있는 근거자료를 제출해서 심사를 거친 후 지원액이 결정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지금까지 이런 혜택을 받아왔던 교수들에게는 매우 어려운 도전이 아닐 수밖에 없다.

또한 일본의 정부기구와 기업체들은 소위 restructuring의 거센 바람을 맞아 상당한 진통을 겪고 있는 중인데, 유독 교육계만 무풍지대로 남아 있다는데 대한 강한 사회의 반발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이런 사회 분위기는 교육계도 구조조정을 해야만 하는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는 것이다. 내가 있었던 히로시마 대학도 3년 안에 대학 직원의 25%를 삭감해야 된다는 문제로 각 학과마다 고심을 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제국대학 후신인 대학들에게는 구조조정은 비단 인건비 삭감 뿐만 아니라 기본구조를 학부중심으로부터 대학원 중심제로 전환해야 되는 중대한 문제를 안고 있다. 즉 종전과 같은 학부 강의 위주로 편성된 학과와 연구를 우선하는 대학원 학과(일본에서는 연구 과라 칭함)를 분리해 존립시키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대학의 구조는 학부강의 중심의 체제로, 대체로 학과 안에 학부과정과 대학원 과정이 공존한다. 그러나 이 구조가 일본에서의 구 제국대학(상기한 7개 대학)에서는 붕괴되기 시작했다. 즉 이제는 학부와 대학원이 반드시 한 학과 안에 병존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이러한 개혁의 선도자는 동경대학이라 할 수 있다.

이 대학 교수의 대부분은 대학원 연구과에 적을 두고 자기가 강의를 할 수 있는 학부학과에 겸직 또는 강사로 강의를 담당하는 체제이다. 종전의 학부학과에 적을 두고 학부와 대학원의 강의를 맡거나 연구를 지도하던 체제에서 완전히 뒤바뀌게 된 것이다.

이러한 연구중심체제는 점차적으로 대학원생 수를 늘리는 반면, 학부학생 수를 줄이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따라서 대학원에는 타대학 학부졸업생이 자기대학 졸업생 수와 비등한 숫자로 입학할 수 있음을 말한다. 우리대학은 다행히도 창설시부터 연구중심대학의 기치를 내걸고 대학체제를 구비한 덕분으로 현재 일본 대학들이 당면하고 있는 문제는 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아직도 교수들의 적은 학부학과에 속해 있는 게 일본의 연구중심대학 체제와 다른 점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정확한 비교는 안되겠지만 우리대학의 특수대학원 같은 체제 형태가 대학원의 주체를 이루는 것이 일본대학들의 대학원의 개혁경향인데, 대부분의 교수들이 이런 대학원에 적을 둔다고 생각해보면 이해가 될 것이다. 진정한 의미의 연구중심대학은 일본의 제도가 더 합리적이 아닐까 생각된다.

또 하나의 큰 차이는 우리대학이 갖고 있는 특수대학원 즉 환경공학부, 철강대학원, 정보통신대학원 보다 좀더 복합적인 특수대학원을 창설하여 학부에는 없는 첨단 전공분야까지도 포함토록 하고 이러한 특수대학원이 기존대학원보다 중점적인 역할을 담당토록 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동경대학의 경우 ‘Graduate School of Frontier Scie nces(新領域 創成科學 硏究科 大學院)’가 1998년도에 창설되었는데, 이 대학원에는 Advanced Material Science, Advanced Energy, Frontier Informatics, Complexity Science and Engineering, Integrated Biosciences, Environmental Studies 등의 연구부(Institute라 부르고 있음)가 존재한다.

한 예로, Environmental Studies 연구부에만 교수 59명, 조교수 39명, 조수 및 강사 9명을 합쳐 104명의 연구진이 있다.

큐슈대학에는 지꾸시 캠퍼스에 ‘Interdisciplinary Graduate School of Engineering Sciences(綜合 理工學 硏究科)’가 창설되었다. 여기에도 Materials, Energy, Informatics 그리고 Atmospheric and Ocean Environments의 전공 연구부가 있다. 오사카대학의 공학 부문은 Graduate School of Engineering(대학원 공학 연구과) 및 School of Engineering(공학부)이 양립하고 있는데 대학원 연구과에는 공학부에는 없는 전공 연구부가 몇 개 존재한다. 대학원 공학 연구과에는 Applied Sciences; Mechanics, Materials and Manufacturing Sciences; Electronics, Information and Energy Engineering; 그리고 Global Architeture(토목, 조선,건축, 환경 등을 포함) 의 그룹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렇게 일본의 대학들은 21세기에 대비한 과학기술 발전방향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새 세기가 요구할 연구인력의 배양을 위한 정략적인 대학교육 개혁을 과감히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상기한 국립대학들은 기존의 대학원을 일시에 폐쇄하기가 곤란함을 인식하고 그대로 존속시키고는 있는데, 새로 창설되는 대학원에는 새로운 건물과 시설장비 및 기타 지원을 더욱 중점적으로 배정함으로써 교수, 대학원생들이 첨단 학술분야로 자동적으로 이동하도록 유인하는 정책을 구사하고 있다. 대학원 지망생이 적은 대학원은 자연 도태를 면할 수 없게 만든 셈이다.

일본에는 일반적으로 이공대학원의 진학 학생수가 법, 의학 경제계열의 대학원 진학에 비해 감소 경향을 보이고 있다. 특히 사양산업의 이공계 학과는 우수한 학생 모집이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 대신 정보기술계, 생명공학계 에너지 및 환경공학계, 그리고 신소재공학계에 우수학생이 몰리고 있는 추세이다. 따라서 학생모집이 어려운 학과는 새로운 분야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고 학과 명칭도 알쏭달쏭한 이름으로 바꾸어 학생들을 유인하고자 전력을 다하고 있다. 현재의 추세는IT, BT, EET (Energy and Environ ment Technology) 그리고 MMT (Mater ials and Manufacturing Technology)의 4개 분야에 중점적인 대학원 육성을 서두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개성이 빛나는 대학’

1998년 10월에 일본 대학심의회가 문부성 장관에 제출한 보고서가 있는데 제목이 “21세기의 대학상과 금후의 개혁 방책에 관하여 - 경쟁적 환경중 개성이 빛나는 대학”이라 되어 있다. 이 보고서 서두에 기술된 보고서 작성의 동기를 요약하면,

“21세기는 한층 유동적이고 복잡화된 불투명의 시대이고 지구권의 협조·공생과 또 한편 국제경쟁력의 강화가 요구되는 시대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소자고령화(少子高齡化)로 인한 생산연령의 인구 감소와 더불어 산업구조나 고용형태의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고 직업인의 재학습을 비롯해 국민들의 생애교육의 수요가 증대하고 있다. 한편 풍요한 미래를 개척할 원동력이 되는 학술연구의 진보가 가속화함과 동시 학제화 및 총합화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등 고등교육을 둘러싼 상황이 크게 변하고 있다. 따라서 대학 등의 고등교육 기관에 있어서의 구조개혁의 추진이 강력하게 요구 되는 시대, 즉 ‘知’의 재구축이 요구되는 시대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개성이 빛나는 대학’이란 우리나라에서도 흔히 대학교육 개혁의 캐치프레이즈로 사용되고 있는 대학의 특성화를 의미한다. 즉 각 대학이 일률적 모형의 제도로 구성됨을 피하고 저마다 특성있는 대학으로 발전하는 것을 뜻하는 것이다.

상기의 상황은 우리나라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고 본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어떠한 개혁의 비전을 가지고 대학발전을 꾀하고 있는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이제는 정말 급박하게 대학들의 개혁이 촉구되고 있는 시대를 우리는 맞이하고 있다. 짧게는 10년 대계라도 부지런히 준비하지 못하면 선두대열에서 낙오하는 대학이 된다는 사실을 우리는 직시해야 한다.

최고의 지성과 우수성을 자랑하는 포항공대인들로서는 우리대학은 어떻게 새 세기에 대비하는 제도를 개발해야 되는가를 각자 심각히 고민해 보아야 할 때가 되지 않았는가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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