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계획보다 실천이 이루어져야 할 때
이제는 계획보다 실천이 이루어져야 할 때
  • 승인 2000.10.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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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우리 모두는 계획한 만큼 모든 일을 성취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계획은 필요 불가결한 것이다. 무슨 일을 하던지 10퍼센트 정도의 자원은 계획하는 일에 투입되는 것이 마땅하다. 그렇기에 우리는 끊임없이 장기계획을 세우고, 그 실행안을 도출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소비하는 것이다.

지난 5월 오랜 세월 동안 준비해 온 대학 장기발전계획이 발표되었다. 그 이전에도 제한된 범위에서는 그 내용이 공개되고 논의 되었지만, 대학 구성원 전원이 그 계획의 요모조모를 소상히 살펴 볼 수 있도록 웹을 통해 공개된 것은 지난 5월의 일이다.

이른바 ‘제3차 대학장기발전계획 실행안’이 그것이다. 그 계획초안 및 실행안 도출에 소요된 시간만 장장 33개월에 이르며, 실행안 수립 후, 다듬어 웹에 알리기에만 다시 4개월의 시간이 소요 되었고 그 발표 후, 다시 반년의 시간이 흐르고 있다. 총 145페이지에 걸친 그 계획은 향후 10년에 걸쳐, 총 1조 455억원의 추가 예산 투입을 전제로 한 실로 방대한 계획이다.

그러나 발표된 그 계획에 대한 우리 대학 구성원들의 반응은 실망스러울 정도로 냉랭하다. 그 무관심의 정도는, 그 계획의 발표와 함께 의견 개진을 위해 준비한 웹 게시판에 오로지 3편의 코멘트가 올라와 있으며, 그것도 7월말 이후로는 아무런 코멘트 조차 없다는 사실에 너무나 잘 드러나고 있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대학 장기발전계획 실행안’이라는 제목 자체에서만 적어도 네 가지의 가능한 해석들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 첫째는 ‘대학’이라는 말에 ‘우리 대학’ 이라고 느끼지 않을 정도로 주인의식이 실종되지는 않았을까 하는 심각한 우려이고, 둘째는 세태가 워낙 ‘빨리빨리’식이다 보니, ‘장기발전’이라는 말에 그만 흥미를 잃은 것은 아닌가 싶고, 셋째는 ‘계획’이라는 말이 ‘그저 계획’일 뿐이라는 식의 패배주의적 무력감, 끝으로 ‘실행안’이라는 말이 갖는 이미지에 걸맞는 상세한 실행계획이 그 실행안 안에 미흡하게 나타나 있을 뿐 아니라, 발표 후 6개월이 지나도록 그 안이 확정되지 못하여 아무것도 ‘실행’되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한 실망이 깊어졌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앞에 들은 그 어떤 하나의 이유도, 만의 하나 사실이라면 포항공대에는 밝은 미래가 없다. 요컨대, 우리 모든 대학 구성원들은 이 계획의 주인으로 ‘참여’해야 한다. 그리하여 멀리 앞을 내다보고 세운 이 장기 발전계획을 자세히 읽고 검토해야 한다. 그리고 그 계획에 포함된 70개의 실행안들을 하나하나 추진해나가야 한다.

아울러 앞에서 끌어야 할 사람들은 강력한 지도력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70개의 안을 제시하는 것으로 그칠 것이 아니라, 그것 하나하나가 대학 구성원 모두의 소망이 되도록 꿈을, 곧 비전을 제시하고, 모든 구성원들이 그 비전에 달콤하게 취하도록, 지도력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가 당선되고 자신의 집 앞에서 한 짧은 연설에서 외친 말이 생각난다. “이제 말하는 것은 그만하면 되었습니다. 이젠 일할 시간입니다. “

우리에게도 장기계획과 그 실행안을 도출하는 노력은 이제 그만하면 되었다. 그 모든 계획을 이제는 실행에 옮길 때가 된 것이다. 이젠 계획은 그만하고, 더 이상 실행안도 ‘안’으로 남아있게 해서는 안될 것이다. 지금은 ‘실행’ 그 자체를 감행해야 할 시간인 것이다. 9월초 우리 대학의 본부 보직이 개편되었으며, 정성기 총장의 임기는 이제 25개월이 지났다. 정성기 총장이 구성한 새 팀에게서 강력한 추진력과 비전을 볼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