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인재를 기르자
미래의 인재를 기르자
  • 승인 2000.11.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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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입시철이다. 이미 대학원 입시는 마무리 단계에 있고 학부생들의 선발도 조기졸업자 전형을 마치고 특차와 일반전형을 한 달여 남겨두고 있다. 학부생 선발방법의 변화와 변화된 방법에 따른 혼란스러움을 일부분 경험하고 있다. 중복지원이 가능한 입시제도는 대학들이 합격생 이탈 방지에도 힘을 쏟아야 하는 상황을 초래하고 있으며, 포항공대는 이런 복잡한 상황에서 실망하기도, 안도하기도 하였다.

포항공대는 어떤 곳인가? 최초로 연구중심대학의 모험을 시작하여 성공적으로 이루어 낸 곳인가? 지방의 조그만 사립대학으로 아직도 미래가 불확실한 상태인가? 누구에게 어떤 매력이 있어야 좋은 인재를 포항공대로 불러올 수 있을까?

포항공대인이라면 개교 초기부터 소수정예를 고집하며 연구와 교육에서의 효율성을 성공적으로 실현하고 있음을 알 것이다. 최근에는 학교 재정이 대폭 증가하여 미래를 위한 튼튼한 기반을 공고히 하였고, 세계적인 연구 성과들이 가시화되면서 교수들의 연구비 증가로 선진 대학들과 유사한 재정 형태가 구축되어 가고 있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는 적극적인 연구와 교육의 분위기 역시 상대적으로 매우 주목받고 있다. 졸업생들의 취업이나 성취도에서 그 동안의 노력의 결실이 서서히 보여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포항공대는 서울중심의 사고방식과 매커니즘이 지배적인 상황에서 대중적인 인지도가 부족한 곳으로 보여지고 있다. 작은 학교와 지방 소도시에서 나타나는 다양성의 부족과 문화적 욕구 충족의 한계를 느끼고 있다. 짧은 역사는 아직도 포항공대의 장래에 대한 불안감을 완전히 해소하지는 못하고 있으며, 개인적인 탁월성보다 학연, 지연 등에 기반을 둔 사회분위기는 기존의 인정받는 집단에 소속되고자 하는 보수적인 생각에 의해 포항공대의 가능성을 낮게 평가하고 있다. 이와 같은 요소들은 일부 포항공대인들에게 실망과 불안감을 주고 있으며, 넘기 어려운 장벽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제는 포항공대의 장점을 키우고 부각시켜 포항공대인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확실한 매력을 보여줘야 할 시기가 되었다. 현재의 지역적인 문제로부터 나오는 단점과 한계를 과감하게 인정하고, 이를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들을 찾아야 할 것이다. 모든 사람들에게 매력있는 곳으로 여겨지지 않더라도 뜻 있는 사람들이 오고 싶은 곳, 모험과 꿈을 시도해 보는 곳으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2002년부터 학생선발에 심층면접의 비중을 늘리는데 찬성하며, 궁극적으로는 건학 이념의 실현에 적합한 인재를 선발할 포항공대 식의 독창적인 방법도 개발하여야 할 것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모험적이고 또한 이러한 모험정신으로 성공한 나라를 꼽으라면 누구나 미국을 생각할 것이다. 초기 미국민이 자신들의 모국인 영국에 대해 상대적인 열등감만을 가지고 자신들의 모국의 시스템을 그대로 옮겨오고자 했다면 현재의 미국은 이루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들은 모국의 시스템이 갖는 문제점을 인식하고 좋은 점을 선택적으로 수용하고, 이와 더불어 그들 개개인이 가지는 꿈을 이루기 위해 모험을 감행하여 오늘과 같은 결실의 기반을 마련하였다. 개교 이래 포항공대는 국내 학교, 특히 KAIST나 서울대는 물론, 세계적인 대학들의 시스템이 가지는 장단점을 분석하고 이중 장점을 최대화하고 단점을 최소화하여 좀더 효율적인 교육, 연구체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다. 이제는 장점과 매력을 최고의 수준으로 만드는 노력을 통해 포항공대만의 색깔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할 시기이다.

현재까지의 성취에 안주하거나, 최소한의 현상유지를 위한 태도보다 실패할지도 모르지만 모험적으로 새로운 미래에 도전하는 과감한 전략이 시도되어야 한다. 학교당국은 구성원들의 사고 방식과 분위기를 장기발전계획에서 설정한 모험(adventure)을 즐기는 방향으로 유도하여야 할 것이다. 현실적인 관점에서 볼 때, 고등학교까지의 수동적인 교육에 의해 형성되었던 사고방식을 자발적인 동기부여와 이에 의한 적극적인 자세로 바꾸는 것은 상당한 노력이 요구되어지며 이 과정에 적응하지 못하고 방황하며 낙오되는 학생도 생길 수 있다.

교육에 있어서 학교당국은 효율만을 중시하는 방향에만 집착하지 말고, 이러한 학생들의 노력과 과정을 인내를 가지고 지켜보고 실패한 학생이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용기를 줄 수 있는 분위기와 제도의 정착에 힘을 쏟아야 한다. 이와 함께, 연구에 있어서는 탁월성을 위하여 비효율적인 요소들을 과감히 정리하고, 우수한 연구자들의 요구에 맞게 과감한 지원제도를 구축하여야 한다. 물론 아무리 학교당국의 열성적인 지원이 있다 하더라도 더욱 중요한 것은 학생, 교수들을 포함한 포항공대 구성원들의 사고의 혁신과 노력이다. 특정 집단에 소속해 있다는 자긍심은 집단에 속해 있거나 그 집단을 거쳐간 수많은 구성원들의 오랫동안의 노력에 의해서만 길러질 수 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포항공대가 표방하고 있는 연구중심대학의 이름에 맞게 교육과 연구가 캠퍼스에서의 생활과 어우러져 포항공대 사회만의 독특한 색깔로 나타나며, 포항공대라는 이름을 구성원 각자가 아끼고 가꾸어 포항공대인 임을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