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내기 정신으로 돌아가자
새내기 정신으로 돌아가자
  • 승인 2001.0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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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신문과 방송을 통해 귀가 따갑게 들은 이야기의 모두(冒頭)는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사회 생활에서 원칙을 지키고 기초를 다지며 기본을 확립하자는 것이었다. 언론 및 사회 지도급 인사들은 모두 한 목소리로, 그동안 우리 사회를 이끌어 온 기본적인 시스템이 무너졌으며 우리 사회가 근본이나 기초가 갖추어지지 않았다고 도처에서 외쳤다.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에서는 원칙대로 하면 자신만 손해를 본다는 인식이 우리 의식의 저변에 강하게 깔려왔다. 따라서 어느 집단에 새로 들어가게 될 때 처음에는 배운 바대로 원칙을 지키지만 조금만 지나면 적당히 눈치를 봐서 행동하는 것이 처세의 기본으로 생각하곤 했다.

사회가 다원화되고 합리적 이성조차도 권력의 한 형태로 인식되면서 우리 사회에서는 남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저마다 자기 목소리만을 외치는 것이 관행이 되어왔다. 숨도 제대로 못 쉬던 과거의 권위주의 시대를 생각해보면 아래로부터 이런 목소리가 자유롭게 개진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역사의 진일보이다.

하지만 요즈음은 과거에 억눌려왔던 집단일수록 오히려 새로운 형태의 권력 집단이 되어 버젓이 우리 사회가 마련한 원칙과 질서를 무시하는 행동을 하는 것을 종종 보게 된다. 억눌렸던 사람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그 동안 보수를 자처해온 집단까지도 사회적으로 책임 있는 행동을 해야 한다고 목에 힘주며 외치던 과거 시절을 망각하고 무질서하게 떠드는 수많은 군상들 가운데 하나로 전락해버린 것도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결국 과거에 억압받던 사람들이나 지배 세력으로 군림하던 집단이나 할 것 없이 모두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온갖 편법을 동원하게 되면서 우리 사회에는 이를 통제할 중심이 사라져버렸다. 이렇게 집단 이기주의가 난무하고 사회의 통합적 질서가 무너지고 있는 지금, 우리는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을 좀더 냉철하게 직시할 필요가 있다.

올해 우리 대학에서는 개교 이후 열세 번째로 졸업생을 배출한다.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고 전 세계 유수 대학의 젊은이들과 당당하게 경쟁하며 형설(螢雪)의 공을 이룬 자랑스런 우리의 졸업생을 보면 대견하기 짝이 없다. 설레는 마음으로 사회로 진출하는 졸업생들은 이제 참신한 새내기로서 본격적인 사회 생활을 시작하게 될 것이다. 그 동안 대학에서 공부만 하다가 대학 문을 나서는 우리 졸업생들은 어쩌면 사회에서 이론만 알고 세상일에는 경험이 없는 백면서생으로 취급받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영화 ‘투캅스’에서 나오는 고참 형사의 모습보다는 사회 물정은 잘 모르지만 학교에서 배운 대로 실천하는 새내기 형사의 태도가 우리 사회에서 절실하게 필요한 때이다.

오랜 세월 동안 대학은 사회가 필요로 하는 기본적인 품성과 능력을 함양(涵養)시킴으로써 사회가 위기에 처했을 때마다 혼란을 극복할 새로운 지식 체계를 제공해왔다.

대학이 비록 겉으로 보기에 현실과 약간 동떨어진 교육을 실시하는 것 같아도 사회가 이것을 너그럽게 용납하고 교육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이유는 대학이 사회가 위기에 빠졌을 때 그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마지막 보루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제 대학의 문을 나서는 졸업생은 사회 초년생으로 원칙을 지키는 새내기 정신으로 무장하여 기본과 중심을 잃고 흔들리고 있는 이 사회를 바로 잡는 데 선도적인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