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숙된 학내 평가 문화를 정착시키자
성숙된 학내 평가 문화를 정착시키자
  • 승인 2001.04.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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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4월이면 과학의 날을 전후해서 과학기술 분야에서 많은 공헌을 한 사람들에게 상을 수여하고 있다. 올해부터 정부에서는 과학기술 분야에서도 훈장을 수여하여 과학기술자들의 사기를 높여주려고 애를 쓰고 있다. 특정 상훈 제도의 성공 여부는 모든 사람들이 납득할 수 있는 공정하고 합리적인 심사 기준과 평가 기준을 마련하고 이를 실제적으로 적용했느냐 아니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과학기술 연구개발에 대한 체계적인 평가가 예전에 비해 크게 강조되고 있다. 국민의 혈세로 지원을 받은 과학기술 연구개발 사업은 끝까지 그 성과를 추적하여 다음 지원 여부에 반영한다는 것이다. 현재 정부의 지원을 받은 정부출연기관과 3년 이상 지속적인 지원을 받은 대형 연구과제에 대한 평가가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학교 밖에서 이처럼 요란하게 진행되고 있는 평가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우리 대학에서도 학교의 발전과 미래를 위해 바람직한 평가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는 생각이 절로 나게 된다. 모든 연구 과제들이 평가를 받게 되듯이 대학에서 나름대로의 역할을 수행한 사람들은 자신의 행적에 대해서 적절한 절차에 따라 공정한 평가를 받아야 할 것이다.

얼마 전부터 우리 대학 내에서는 조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구조조정 노력을 꾸준히 전개시켜왔다. 이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대학의 교직원들의 급여 체계가 연봉제로 전환되었고 이에 따라 해마다 모든 교직원들은 계속 평가를 받아야 할 운명에 놓이게 되었다. 따라서 이제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평가 문화를 대학에 성공적으로 정착시키는 것이 무엇보다도 시급하게 되었다.

평가는 개인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학과, 학교 전체, 연구소 등도 조직의 발전과 궤도 수정을 위해 평가를 받을 필요가 있다. 이미 몇몇 학과에서는 스스로 자신의 학과를 평가하는 작업을 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 2년전에 실시했던 대학에 대한 평가 결과를 그대로 사장시킨 것은 대학 발전을 위해서 무척 아쉬운 일이었다. 평가가 자기의 살을 도려내는 어려운 일일지라도 대학의 미래를 위해서는 반드시 실시되어야 한다. 대학의 여러 조직에 대한 평가 작업은 대학 전체 차원에서 보다 체계적으로 진행시킬 필요가 있으며, 학교 전체에 대한 평가도 법인이 중심이 되어 해마다 추진해야 한다.

대학에서 보직자들의 역할이 날로 커지고 있는 지금 대학의 보직자들에 대한 평가 제도를 확립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시급하며, 총장도 이 평가 대상에서 예외일 수 없다. 누가 이들을 평가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인가는 일차적으로 법인에서 정해야 할 것이며, 대학 구성원들도 이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평가는 개인에 대한 인신공격이 아니라 조직의 발전을 위해 그야말로 사심이 없이 실시되어야 한다. 평가자가 마치 권력자처럼 군림해서는 안되며, 피평가자를 폄하하는 것만이 평가의 전부가 되어서도 안된다. 평가 대상의 공과를 공정하게 논해야 하며, 격려 차원에서 칭찬을 아끼지 말아야 하고, 향후 발전을 위해서는 매서운 지적도 있어야 한다. 평가 기준이나 지표에 대해서도 사전에 충분한 여유를 가지고 피평가자에게 미리 공지되어야 하며, 그 결과에 대해 승복할 수 있도록 구성원 사이에 충분한 합의가 도출되어야 한다.

바로 지금이 우리 대학 내에 성숙된 평가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우리 모두가 노력해야 할 때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