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과학기술의 연구개발투자
나노과학기술의 연구개발투자
  • 승인 2001.05.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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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과학기술은 1~100 나노미터 크기의 구조물을 유기적으로 조립하여 복합기능을 가진 나노소자를 만드는 첨단 학문영역이다. 나노과학기술은 정보통신(IT), 생명공학(BT), 우주항공, 환경과 에너지, 신소재 등의 주요 첨단산업의 발전에 새로운 돌파구를 제공할 것이라는 기대와 잠재력 때문에 우리 나라에서도 국가차원의 나노분야 중점연구개발사업이 이미 시작되었다. 과학기술부는 21세기 프런티어 연구사업으로 테라급 나노기능소자의 개발을 위한 연구단을 선정하여 특정연구개발사업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이와 별도로 과학기술부와 산업자원부에서 나노분야의 중점육성과제를 도출하기 위한 기획을 진행하고 있다. 포항공대도 지난해 말부터 나노과학기술센터 설립을 위한 과제를 공모하여, 올 초 IT와 BT 응용분야의 나노센터를 지원하는 방안을 수립하였다.

미국은 선진국간의 치열한 21세기 과학기술 경쟁에서 지속적인 우위를 확보하기 위하여 국가적 나노과학기술 육성방안을 마련하였고, 그 내용을 공개하였다 (홈페이지: http://www.nano. gov/) 미국 전역의 나노과학기술분야 우수연구실들을 방문하고, 미국과학재단의 나노과학기술 연구센터에 참여할 연구자들을 면담하는 과정에서 보고 배운 미국 나노분야의 중점육성방안은 한국의 방안과 다른 점이 있다. 미국은 나노과학기술의 잠재력을 실제로 구현할 수 있는 기반을 쌓기 위한 기초과학분야의 연구개발에 중점을 두는데 비해, 한국은 산업화에 초점을 맞춘 응용분야의 연구개발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미국과 한국의 나노분야 육성방안에 왜 이런 시각차이가 있을까? 미국은 다양한 분야의 우수연구자들의 창의성을 바탕으로 “Bottom-Up” 방식으로, 한국은 정부 관련부처의 기획안을 바탕으로 “Top-Down” 방식으로 과제를 도출하는 차이 때문일 것이다. 미국의 나노분야 연구자들은 나노관련제품의 산업화를 나노과학기술 연구의 부산물로 여기는 데 비해, 한국의 연구자들은 산업화에 기여할 수 있는 나노관련제품의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과연 목표 지향적인 우리 나라의 나노분야 연구개발사업이 나노분야의 최첨단을 달리고 있는 미국과의 경쟁에서 앞서 나갈 수 있을 것인가? 우리 나라에 나노분야의 전문연구인력과 핵심기반기술이 이미 충분히 갖춰져 있다면 경쟁에서 불리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전망을 밝게 조명하지 않는다. 핵심기반시설은 열악하고, 전문인력은 태부족이며, 미국 등지에서 나노분야를 전공한 연구자들은 국내로 돌아오기를 희망하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미국의 대학과 연구소에서 문호를 대폭 개방하여 나노분야 전문연구인력을 적극 유치하는 노력을 엄청나게 기울이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나라가 21세기 나노과학기술의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나노분야 전문연구인력의 양성과 핵심기초분야 활성화에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 방안으로 나노분야 연구개발사업의 추진은 산업화를 목표로 하는 특정응용과제의 도출과 함께 나노과학기술의 핵심기초과학과 기반기술을 육성하는 Win-Win 전략이 필요하다. IT와 BT 등의 다양한 응용분야의 연구개발에 기초지식과 기반기술을 제공하는 나노기술의 핵심을 간추리면, 기능성 나노구조물을 만드는 화학합성과 구조를 맞춰 쌓는 분자공학, 나노구조의 기능과 성질을 파악하는 물리화학적 특성평가, 나노구조의 특성을 신기술에 도입하는 창의적 디바이스와 시스템 개념의 도출 등을 들 수 있다. Win-Win 전략은 합성과 분자공학의 핵심인 화학을 중심으로 물리, 재료, 화학공학, 생명, 전자 등의 다양한 분야의 우수연구자들의 학제간 공동연구노력 없이는 성공할 수 없다.

새로이 설립된 포항공대 나노센터는 나노구조의 기초를 배우고 기반을 다지는 핵심기초연구를 통하여 전문연구인력을 양성하고 핵심기반기술을 개발하며, 동시에 학제간 공동연구를 통하여 핵심기술을 산업화로 연계하는 균형있는 Win-Win 전략을 구사하는 연구소가 되기를 희망한다. 끝으로 포항공대 나노센터의 설립에 직접 또는 간접으로 참여한 많은 분들의 노력에 찬사를 보내며, 공대 구성원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격려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