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삶을 준비하는 몇가지 방법
행복한 삶을 준비하는 몇가지 방법
  • 승인 2002.0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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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새해가 밝아왔다. 밀레니엄 버그로 떠들썩했던 재작년, 새 천년의 진정한 시작이라는 작년과는 달리 차분하게 한 해의 시작을 맞이했다. 구태여 올 한 해의 유별남을 찾자면 월드컵이 있을 수 있겠고, 연말의 대통령 선거가 있을 수 있겠지만, 새해 첫날 모든 세상만사를 다 잊어버리고 차분하게 한 해를 맞이하고자 한다. 어쩌면 지난 해의 끝이 테러와의 전쟁, 문명의 충돌, 뿌리 깊은 갈등으로 얼룩져 있어 더욱 올 한해의 차분함이 절실하게 느껴지고 있는 듯 하다.

매일 맞이하는 아침 햇살이지만, 새해 첫날의 아침 햇살은 항상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괜시리 새해 첫날이 올 한해를 모두 결정지을 것 같은 마음에 한결 조신해지고, 올 한해의 결심을 새롭게 다짐해보기도 하며, 마음 속 소망을 빌어보고, 서로에게 덕담을 통해 그 소망을 같이 기원해주기도 한다.

대부분, 나이를 먹어가면서 새해를 맞이하는 마음가짐이 달라졌던 기억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세뱃돈이 새해 첫날의 모든 것이었던 초등학교 시절, 새해에는 성적이 좀 올랐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가슴에 품던 행복이 성적순이라고 생각되던 중고등학교 시절, 그리고 몇 년이 지나, 이제는 대학생이 되었고, 그리고 또 대학원생이 되었다. 올 한해 나의 소망과 나의 행복은 어떻게 달라졌는지, 아직도 행복은 성적순인가? 아니면 대학에 들어 온 순간, 이제는 어른이 되어버려 소망과 행복된 삶에 대한 생각이 없어져 버린 것은 아닌가? 행복된 삶은 저 멀리 영원히 잡을 수 없는 어린 시절 무지개와 같다고, 바쁜 일상 속에서 잊고 지내왔던 것은 아닐까?

무엇이 행복이고 행복한 삶이 어떤 것이냐에 대한 대답은 사람마다, 각자의 처지에 따라 다른 모습을 갖겠지만, 막연히 우리 모두는 행복한 삶에 대한 소망과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 몸이 아픈 사람에게는 건강이 모든 행복의 근원이겠고, 오늘 굶주리고 있는 사람에게는 한끼의 양식과 배부름이 무엇보다 큰 행복이리라. 올 겨울 고 3 수험생들은 원하는 대학으로의 진학이 자신의 행복된 삶을 결정지으리라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구체적으로 포항공대생들을 기준으로 하여 행복된 삶이 어떤 것인지를 생각해 보자. 우리는 건강에는 아직 절실하지 않은 것 같고, 의식주의 부담에서도 어느 정도는 자유로우며, 학교 성적에 그렇게 목을 매고 있지도 않은 것 같다. 그럼 무엇이 현재 우리의 소망과 행복된 삶의 화두가 될 수 있을까? 미래, 행복한 미래는 어떨는지.

우리 모두는 12년간의 초중고 기간을 거치고, 그 지옥같은 고3 수험생 기간을 거쳐 포항공대에 무사히(?) 진학하게 되었다. 그리고 막상 대학에 들어와서는 그동안의 노력에 대한 보상인 양, 어느 정도 삶의 여유를 즐기게 되었고, 전공을 선택하며 차분히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얼마나 절실하게, 그리고 심각하게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 가에는 만족스러운 답을 주지 못하고 있는 듯 하다. 무언가 시간의 흐름과 함께 저절로 키가 자라 왔듯이, 미래를 위한 준비도 자연스럽게 진행되고 있다는 착각 속에 살고있는 것은 아닌지, 포항공대에 진학하는 순간 학교 이름이 자신의 행복한 미래를 보장해줄 것으로 인식하며 살아온 것은 아닐는지.

대학 4년과 대학원 기간은 미래를 준비하는 중요한 시간이다. 졸업과 학위 취득후, 30여년, 혹은 40여년 동안 자신과 가족의 의식주를 해결해주고, 자신의 성취욕을 만족시켜주며, 자신을 사회적 개체로 인식시켜주는 방법 혹은 도구인 ‘일’을 준비시켜주는 시간이다. (물론 자신의 전공과 다른 일을 통해 세상을 살아가는 경우에는, 그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작아지겠지만, 이 경우는 애써 짠 고기 그물을 가지고 산에 올라가 나무를 해오는 것과 무엇이 다르랴.)

지금까지 우리가 살아온 삶의 기간보다 앞으로 살아가야 할 날이 더 많은 우리에게, 우리의 ‘일’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으며, 이미 우리에게 ‘전공’이라는 이름으로 서서히 접근하고 있다. 전공은 앞으로 한평생 자신의 일과 인생의 기반이 될 토대를 마련해주는 울타리가 될 것이다. 자신이 사랑하고 재미있어 하며, 남들보다 잘할 수 있는 일을 하며 살아가는 인생길은 분명 우리에게 커다란 행복을 가져다 줄 것이다. 더우기 사회에서 인정받고, 사회에 기여할 수 있게 된다면 더욱 좋지 않으랴. 어쩌면 이러한 “나 자신의 일”을 찾아가는 과정이 바로 포항공대에서의 시간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지금 이곳에서의 생활은 자못 심각해지고, 우리는 많은 책임감과 조신함을 학교 생활에서 느껴야 할 것 같다. 짧은 4년 동안 자신이 사랑하고 한 평생 함께 할 일을 찾는 작업은 그렇게 쉽지 않은 과정이기 때문이고, 자기 혼자만의 고독한 선택의 작업이기 때문이다.

선택은 결단의 과정이지만, 선택 대상을 잘 알고 있는 경우, 더 큰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물론 때로는 운도 작용할 수 있지만, 장기간에 걸쳐 선택의 폭을 줄여가는 과정에서 그 역할은 줄어들게 되며, 얼마나 많은 준비가 되어있느냐는 선택자의 시각에 따라 바르게 결정될 확률은 증대되기 때문이다. 이제 그 선택자는 내가 되어있고, 선택의 폭은 전공이란 이름으로 내 앞에 놓여있다. 올 한해 전공 속에 깊이 빠져보기도 하고, 연구 참여를 해보기도 하면서, 자신의 행복한 미래의 모습을 전공과 일 안에서 그려보는 새해 첫날이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