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교육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필요하다
교양교육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필요하다
  • 승인 2001.11.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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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포항공대가 개교한지 15년이 되어온다. 그 동안 열심히 달려서 많은 기록을 세우며 빠른 시간에 발전을 이룩한 것이 사실이지만, 이제는 우리가 가는 방향에 대해 점검할 필요가 있다. 그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의 하나가 교양교육이다. 인간과 사회에 대한 폭넓은 이해, 비판적 사고력, 도덕성 등을 바탕으로 한 책임감 있는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는 능력 없이 훌륭한 과학기술자, 지도자가 될 수 있을까?

포항공대는 단순한 기술인을 길러내는 기술전문대학이 아니라 과학과 공학에서의 지도자 양성을 목표로 하는 최고학부임을 감안할 때, 포항공대에서의 교육은 분명 전문지식의 교육 및 연구와 함께 탄탄한 교양교육을 바탕으로 하여야 한다. 여기서 교양교육이라 함은 전공(전문적, 기술적)교육과 대비되는 개념의 교육과정으로 개인의 전인적 발달을 위한 보편적 지적능력 개발을 목표로 하는 것을 일컫는다. 따라서, 문학, 예술, 철학, 역사, 정치, 사회, 경제, 심리 등 인문사회 분야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돕기 위한 교과과정으로, 이는 학생들로 하여금 탁월한 지적능력과 인간 및 사회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지도자로서 현명한 판단과 선택을 할 수 있는 자질을 기르는 기본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교양교육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앞으로 포항공대에서의 인문사회교육은 좀 더 강화되고 활성화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학생, 담당교수, 대학당국 모두가 교양교육에 대한 인식을 새로이 해야 한다. 아무리 훌륭한 교양교육의 교과과정을 시행한다 하더라도 구성원들의 인식이 선행되지 않으면 성과를 거둘 수 없다. 우선 학생들의 경우, 인문사회분야 교육의 중요성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 할 뿐 아니라, 이 분야의 교육도 체계적인 교육과정을 통해 가장 효율적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대학에서의 교양과목의 강의는 광범위한 각 분야에 대한 체계적인 가이드 역할을 함으로써 학생들이 보다 효율적으로 지식을 습득하고 비판적 판단력을 계발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대학과정은 실제로 인문사회분야의 교양교육을 체계적으로 받을 수 있는 유일한 기간이다. 전공분야는 대학졸업 후에도 계속 접하게 되지만, 교양분야는 대학을 벗어나면, 체계적으로 배울 기회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세계적 명문대학의 경우 학부에서는 전공교육보다는 교양교육에 역점을 두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다양한 인문사회학 분야에 대한 이해가 결코 쉽게 얻어지는 것은 아니다. 전공분야의 공부 못지 않게 열심히 읽고 깊이 생각하는 가운데 생기는 것이다. 단순히 재미있게 얘기하고, 막연히 생각하는 것으로, 또는 전공공부를 하다 머리를 식히기 위해 가볍게 듣는 것으로는 교양교육의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 교양과목은 적당히 공부하고 쉽게 학점을 올리는 정도도만 생각하는 풍토, 전공공부에 밀리는 교양과목에 대한 잘못된 인식은 이제 지양되어야 한다.

교양교육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변화를 위해서는 담당교수들의 훌륭한 강의 뿐 아니라 철저한 학사관리가 필요하다. 그리고, 교양교육의 중요성에 대한 대학본부 및 이공계학과 교수들을 포함한 대학 사회 전체의 보다 확실한 인식이 요구되며, 교양교육의 강화를 위한 적극적인 투자도 뒷받침되어야 한다. 교양교육은 이제 더 이상 포항공대에서 보조적인 서비스 교과목의 교육이 아닌, 유능한 과학기술자 이전에 훌륭한 인간, 양식있는 지도자를 키우는 포항공대 교육의 중요한 부분이 되어야 한다. 포항공대가 진정한 세계의 일류 대학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학생들의 전인적 교양교육에 보다 많은 관심을 돌려야 한다. 더 늦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