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전문인 양성과 그 미래
여성전문인 양성과 그 미래
  • 승인 2001.10.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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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학과 교수님께서 그의 지도 여학생 결혼식 주례사에서 “한 학생 졸업시키는데 우리는 적어도 1억 이상을 투자하니 졸업 후에도 적극적으로 활동해 주길 바란다”는 당부를 하셨는데, 후에 신부 어머님으로부터 무척 고맙다는 연락이 왔다고 한다. 여성들을 아주 훌륭하게 교육시켜 놓고도, 그 소중한 자원을 사장시키는 우리나라 주례사에서나 나옴직한 말씀이다.

우리나라의 ‘여성 권한 척도’는 늘 바닥권을 헤매고 있다고 한다. 그간 우리 사회에서 남성의 전유물인 것처럼 여겨졌던 분야에의 여성 진출을 비롯한 전문직 여성수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긴 하나, 여성들의 중요 요직에의 발령 및 고위직 진출은 아직 턱도 없이 미흡하다 할 수 있겠다.

유엔 개발계획(UNDP)이 매년 발표하는 여성권한척도(GEM)란 여성 국회의원 수, 고위 행정관리직 및 전문 기술직의 비율, 남녀 소득 차, 정책 결정 과정 참여도 등을 종합해 그 나라의 여성이 남성에 비해 어떤 정도의 권한을 갖고 있는가를 보여 주는 수치이다. 우리나라의 전체 공무원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22.4%이나 1급에는 여성이 한 명도 없고 2급 0.5%, 3급 1.7% 정도를 겨우 차지하고 있다는 통계적 현실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가 GEM조사 대상 64개국 중 61번째가 되었음은 새삼 놀라운 일이 아니다. 한편 여성의 취학율, 평균수명, 문자 해독율 등에 근거한 남녀평등지수(GDI)는 146개국 중 29위라니 이는 비교적 높은 수준이라 할 수 있겠다.

우리 사회에 팽배한 남성 중심적 우월주의 사고는 자유와 평등의 개념의 요람이라 하는 대학사회 조차에도 예외는 아니다. 얼마전 서울대 여교수회가 건의문을 내고 정식으로 여교수 ‘임용목표제 실시’를 주장하고 나섰다. “여학생 비율은 해마다 늘어 이미 전체 학생의 30%를 넘어섰는데도, 이들을 지도할 여교수는 지난 10년 동안 줄곧 6%대에 머무르고 있는 실정이라며, 여성 학문 후속세대 양성을 위해서도 여교수 채용 확대는 필수불가결한 일”임을 강조하여 앞으로 5년 안에 서울대 여성교수 비율이 10%에 이르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여교수 채용 저조가 아직도 여성을 ‘불편한 존재’ 정도로만 여기는 남성 편의주의적 관행 때문이라는 일부 주장이 사실이라면 개인은 물론 국가적으로도 엄청난 손실이며, 인재 양성 및 학문연구라는 대학의 근본 사명과는 상반되는 셈이다.

‘임용목표제’란 여교수가 일정비율을 점유할 때까지 잠정적으로 우대조치를 하는 것으로 미국의 하버드대학이나 MIT 등을 비롯한 다수의 대학들이 이런 방법으로 여교수 채용을 확대하고 있어, 소수민족이나 여성이 교수라는 전문직종에 진출할 비교적 많은 기회를 갖게 되어 대학 정책 결정에도 주요한 몫을 차지하는 핵심 역할 등 대학과 학문의 발전에 이바지하는 민주적 제도로 자리잡았다. 현재 국내 대학 전체 여교수 비율이 14.1%에 불과하며, 그나마 이과나 공과 부분은 거의 전무할 정도인 현실을 생각하면, 지금의 구도로 보아 불공평한 현실을 단기간에 바로잡을 수 있는 가장 현실적 해답으로, 이는 동등한 실력자를 발탁할 수 있는 공정하고 합리적인 채용의 기회를 마련해 달라는 요구라 할 수 있겠다. 이제 대학은 교수들의 중의를 모아 여교수 채용목표의 적절한 비율과 함께 이를 단계적으로 달성하는 계획을 수립해야 할 것이며, 정부는 잠정적이지만 이에 대한 적극적이며 체계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최근 들어 여성 과학자를 중심으로 한 각 분야 여성인협의회 발기대회 및 이와 관련한 활동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따로 이런 조직을 만드는 것에 대한 자존심의 문제와, 외부 눈길 또한 곱지 않은 것이 사실이지만, 한국적 현실을 감안할 때 이러한 조직력은 전문 여성인의 양성 및 저변 확대 외에도 여성에게 보다 적극적인 중요 활동 기회를 제공하게 되어 잠재된 고급 인력의 발굴 및 활용의 계기가 됨으로써 국가 경쟁력 상승에 이바지 할 것이다. 물론 이것이 단기간에 끝낼 수 있는 해결책이 되기를 희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