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공대생의 학업문화] 표절 실태,사회적 위험수위에 도달
[포항공대생의 학업문화] 표절 실태,사회적 위험수위에 도달
  • 손성욱 기자
  • 승인 2000.12.06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다른 사람의 과제물을 보고 베낀 적이 한번도 없는 사람은 과연 몇명이나 될까? 요즘 우리 학교를 포함한 대학가에는 표절로 인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 유형도 가지가지로, 작게는 친구의 과제물이나 퀴즈 답지를 베끼는 것에서 시작하여 심한 경우에는 논문 표절까지 각양각색이다. 이러한 일련의 행위들이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최근 몇년간의 일로, 사회적으로 지적 재산권에 대한 인식과 표절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면서 문화 전반에 걸쳐 그동안 보이든, 혹은 그렇지 않든간에 비일비재하게 되풀이되어 왔던 표절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라 하겠다.

대학가에서 이러한 표절이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이것이 개인적인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인터넷을 둘러보면 레포트 자료를 제공하는 사이트나 홈페이지가 수두룩하다. 자신이 썼던 레포트를 자신의 홈페이지 자료실에 올려놓은 것은 그나마 ‘애교’에 속한다. 대부분의 레포트 사이트들은 레포트를 쓴 사람이 게시판에 파일을 첨부하여 올리면 방문자들이 다운받을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글씨체 등 세부적인 사항만 조금 바꾸어 마치 자신이 쓴 글인 양 제출하는 것이다. 심지어는 주제를 넘겨주면 돈을 받고 레포트를 작성해주는 사이트까지 있다. 이러한 사이트들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면서 학생들 사이에 급속히 뿌리내려 가고 있다. 이러한 사이트들을 이용하는 학생들의 논지는 다양하지만 정보 교환 차원에서 인정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다른 정보와 마찬가지로, 레포트 역시 공유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에 대응하는 학교측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행위들을 모두 범죄로 간주하여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가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항상 논란이 되고 있다. 물론 매번 다른 사람의 노력의 산물을 대가 없이 취하는 행위는 처벌받아야 하겠지만 일일이 그에 대응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며, 또한 그렇게 할 수 있다고 해도 처벌만이 능사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표절의 더욱 큰 폐해는 ‘바늘 도둑이 소도둑 된다’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 차후 학계에 진출해서까지 이러한 행위가 이어짐으로써 발생하는 문제이다. 이러한 면에서 얼마 전 불거져 나온, 국내 최고의 문학 비평가로 꼽히는 모 서울대 교수의 일본 서적 표절 사건은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다. 표절은 결과적으로 스스로가 무덤을 파는 것이나 다름없는 행위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러한 점에서 가장 기본적으로 전제되어야 할 점은 학생 스스로가 자기 자신의 일에 대하여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책임감을 바탕으로 자신의 일을 스스로 하면서 창작의 어려움을 몸소 느끼고, 다른 사람의 노력에 대해서도 존중하는 자세를 갖는다면 남의 창작물을 훔치는 행위는 결코 할 수 없을 것이며, 그로 인하여 발생하는 문제도 사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