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공대와 나노테크놀로지]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에서 나노일렉트로닉스로
[포항공대와 나노테크놀로지]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에서 나노일렉트로닉스로
  • 이시우/화공 교수
  • 승인 2001.0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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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것이 위대한 나노의 시대를 향하여

태초에 신은 대폭발(big bang)의 엄청난 에너지로 주기율표의 원소들을 만들었으며 이들은 자연의 법칙에 의해 물질로 변환되어 이 우주를 형성하게 되었다. 신은 또한 주기율표의 원자 배열에 의해 생명체를 만들어냈으며 이후 긴 세월에 거쳐 진화를 거듭한 생명체는 생각하는 갈대인 인간을 비롯해 여러 종으로 자리를 잡았다. 자연에 때로는 정복당하고 때로는 이를 정복하기도 했던 인간은 차차 신의 손길을 어느 정도 이해하며 이를 인간 스스로를 위해 이용하기 시작했다.

분자와 원자의 존재를 알고 드디어는 물질 속에 살고 있는 전자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한때는 이것, 저것을 섞어 금을 만들겠다는 허황한 꿈을 꾸기도 하였으며 산화물로 존재하는 철광석을 탄소와 함께 반응기에 가두고 가열하여 쇠를 만들었다. 같은 방법으로 신이 인간에게 준 가장 큰 선물 중의 하나인 실리콘을 만들 수 있었으며 화학적인 변환으로 초고순도 실리콘을 만들고 원자 배열에 의해 단결정을 성장시킬 수 있게 되었다. 전자와 친숙해지기 위해 노력한 인간은 전자를 이용해 신호를 전달하는 방법을 터득했으며 전자와 광자는 고전역학의 법칙을 따르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고 양자역학의 탄생을 통해 이들의 많은 부분을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전화를 발명한 벨은 의사소통을 위한 기구로서의 전화의 보급과 청각 장애자를 위한 보청기를 꿈꾸었다. 전화 교환기를 위한 스위칭(switching), 소리를 듣기 위한 증폭(amplification), 20세기 초 진공관 트랜지스터가 모습을 드러내면서 트랜지스터(TR)는 이 역할을 해내는 도구가 되었다. 그 후 벨 연구소에서는 1930년대에 실리콘, 저메니움 같은 반도체의 전기적인 특성에 불순물이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고 있었고 드디어 1948년 크리스마스를 즈음하여 고체재료 트랜지스터가 발명되었다. n type과 p type 반도체를 이용한 접합형 트랜지스터였다. 역사는 이 세 사람의 과학자가 인류에게 가장 큰 크리스마스 선물을 하였다고 평가하였고 이 연구를 수행한 세 사람은 1956년에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1948년도의 이 발명은 창업자 벨의 정신과 그동안 꾸준히 연구되었던 반도체 특성에 관한 기초 연구가 바탕이 되었고 미국이라는 시스템에서 가능한 일이었다고 생각된다.

이를 바탕으로 한 집적회로 (Integrated Circuit; IC)가 50년대 말에 현실화되고 특허화 되었으며 정보화에 기여한 공로로 이 집적회로를 특허화한 발명자가 지난해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의 하나가 되었다. MOSFET (Metal-Oxide-Semiconductor Field Effect Transistor)의 발명과 이를 집적하여 전자의 흐름을 조절하고 이렇게 해서 태동된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는 70년대 초에 선폭 25마이크론 정도의 1K DRAM, 세계 최초의 마이크로프로세서 등으로 이어지고 실리콘 밸리에 많은 벤처 기업을 탄생시켰다.

오래 전 벨의 꿈은 결국 지금의 정보화 사회, 디지털 혁명이라는 인류 문명의 일대 전환점을 이루는 데 도달했다. 바로 microelectronics 기술 혁명이 이 모든 것을 만들었다.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기술의 성공은 단지 이 발명이 종이 속에 묻히지 않고 우리가 누리고 있는 정보화의 혜택으로(information at your finger tip) 이어진 것에 기인한다. 실리콘 소자는 기본적으로 실리콘, 산소, 질소, 알루미늄을 적재적소에 배열하여 도체, 반도체, 절연체, 유전체로 소자를 만들어 집적하는 것이며 작은 선폭으로 작은 면적에 더 많은 소자를 집적하는 공정 기술의 발전으로 지금에 이르게 되었다.

21세기의 입구에서 0.1 마이크론 (100나노미터) 가공기술에 의한 256메가 비트 기억소자, 마이크로프로세서가 곧 대량 생산으로 이어질 것이며 기가의 시대가 열릴 것이다.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공정기술은 이외에도 많은 기술 분야에 적용되어 수십 기가의 하드디스크, CD, DVD, 쓰고 지우기를 반복하는 광자기 디스크, 반도체 레이저, 정보고속도로인 광섬유 등과 같은 여러 정보전자 부품의 제조로 이어지게 되었다. 인간과 기계의 대화 창구인 각종 디스플레이의 눈부신 발전도 이 기술에 바탕을 두고 있다.

우리는 조만간 microelectronics에서 nanoelectronics로 진입할 것이고 아마도 ‘supercom at your finger tip’이 실현될지도 모른다. 이것이 많은 사람들이 나노기술에 거는 기대일 것이다. 조만간 우리는 공정 기술에서 100 나노미터의 벽을 넘을 것이며 기가의 시대를 거쳐 15년 후쯤 테라비트 소자가 실현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재의 소자 개념이 어디엔가 한계는 있을 것으로 생각되나 신의 영역에 도전하는 인간은 항상 그것을 모르고 달려왔다. 새롭게 quantum dot, single electron transistor (SET), 분자소자, 나노튜브, great magneto resistance(GM R) 등 나노 영역에서 거론되는 것들이 활용될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실제 일부 실현이 가능하더라도 집적이 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앞으로의 나노기술은 또한 여러 기능을 복합화한 system on a chip (SoC)을 가능하게 할 것이며 먼저 quantum system의 복합화가 이루어 질 것이다.

이외에 기계적시스템, 화학적시스템, 바이오시스템(MEMS : Micro-Electro-Mechanical System, lab on a chip, bio chip) 등의 나노 복합화는 더 먼 훗날의 이야기가 될 것이다.

나노기술센터는 물리, 화학, 재료, 전자, 화공 등 학제간의 조화가 이루어진 센터가 되어야 한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정보산업의 강국이 되어야 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필요 조건이며 치열한 경쟁 속에 이 분야에서 수월성을 유지해야 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임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