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hO 2004] 성공적 개최를 위한 제언
[IPhO 2004] 성공적 개최를 위한 제언
  • 정현석 기자
  • 승인 2003.06.1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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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트’ 과학과 ‘일반인’ 과학의 괴리 극복이 선결과제

물리에 관심이 많은 학생들이라면 누구나 꿈꾸어 본, 청소년 물리 영재들의 두뇌올림픽인 국제물리올림피아드(International Physics Olympiad : IPhO). 물리올림피아드는 우리나라가 대회에 참가하기 시작한 지난 10여년 동안 우리나라의 물리 분야 영재 육성과 우리나라의 과학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기폭제의 역할을 했다. 과학 영재들의 실력은 해마다 향상되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물리올림피아드에서 매년 뛰어난 성적을 거두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물리올림피아드는 언론에서 입상 실적을 집중적으로 보도하며 우리나라 과학 영재의 우수함을 알리는 ‘과학 영재들의 행사’ 차원에 그치고 말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내년에 우리학교에서 개최될 제 35회 국제물리올림피아드의 의의는 결코 ‘영재들의 두뇌올림픽’의 차원으로 끝나지 않는다. 물리올림피아드는 이공계위기가 심화되는 사회 현실에 있어 물리를 포함한 기초과학에 대한 인식 제고와 기초과학 중요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형성으로 이를 극복하고, 과학 영재들로 대표되는 ‘엘리트’ 중심의 과학 문화와 일반 학생들의 과학 문화의 거리를 좁힐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할 것이다.

물리올림피아드는 개최국들의 과학기술의 위상을 알릴 수 있는 기회이며, 우리나라가 이를 개최한다는 것은 우리의 과학 역량이 일정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그에 반해 우리나라 과학 교육의 현실은 과연 어떠한가? OECD 국가를 대상으로 한 학업성취도 국제비교 연구(PISA)에서 우리나라 학생들은 과학분야에서 매우 높은 성취도를 보였지만 과학에 대한 흥미도 및 동기 부여는 하위권이었다. 획일화되고 정형화된 암기 주입 교육, 실험 기자재의 부족으로 실험 교육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아 일반 학생들은 양질의 과학 교육을 받기가 어렵다. 더욱이 다양한 과학문화 체험 기회의 부족은 대중이 과학을 더욱 가깝게하는 것을 어렵게 하고 있다. 장차 우리나라 과학 기술의 미래인 청소년들에게 과학의 꿈을 심어주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서, 물리올림피아드가 단순한 물리 경진대회를 벗어나 그동안 이루어져 왔던 과학 대중화 행사와 차별화 되는 새로운 과학 축제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것은 환영받을 만한 일이다.

물리올림피아드는 우리나라 과학 경시대회의 원형이었으며, 대표 선발 및 계절학교 프로그램을 통해 우리나라의 과학 영재들에게 도전과 동기 부여의 장이 되어왔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과학에 대해 지속적인 흥미를 가지고 문제에 대한 창의적 해결력을 기르기보다는 국위 선양의 명목 아래, 입시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과도한 선행 학습으로 많은 폐단을 수반하는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외국 학생들은 경시대회를 보러 온 게 아니라 과학을 즐기려고 온 것 같았다”는 한 올림피아드 참가 학생의 말은 우리나라 과학 올림피아드의 현주소를 대변한다. 더욱이 국제과학올림피아드에 참가한 과학 영재들도 의대로 진학하거나 외국 명문대로 유학을 떠나는 현실은 과학이 우리의 삶과 함께 숨쉬는 ‘과학 문화’가 뒷받침되지 않은, ‘엘리트’ 중심 과학의 부작용인 것이다.

이에 대해 국제청소년물리탐구토론대회(IYPT)는 창의성을 강조하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여 능동적이고 새로운 지식을 창조하는 과학 경진대회의 대안 모델로 그 위상을 정립하고 있다. 그러나 물리올림피아드도 그 오랜 역사와 함께 명실상부한 과학 영재들의 경진대회로 자리매김한 만큼, 참가자와의 만남의 시간, 학생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학술 세미나를 여는 등 의미있는 과학관련 특별 행사와 연계시켜 물리올림피아드가 ‘엘리트’와 ‘일반인’의 두 과학 문화의 괴리를 줄이는 역할을 다하는 방향으로 그 대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지난 2000년 우리나라 대전 KAIST에서 열린 국제수학올림피아드(IMO)는 국내 수학계 인사들의 열성적인 준비와 진행에도 불구하고 대회의 홍보 부족과 일반인들의 제한된 참여로 일반인의 관심권 밖으로 밀려나 ‘내부 잔치’에 머물고 말았다. 이번에 다시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물리올림피아드는 일반인들에게 다가가는데 실패한 수학올림피아드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체계적인 홍보로 올림피아드의 의의를 일반인들에게 알리는데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아울러 효율적인 대회 운영의 전제 하에 노벨 수상자들의 심포지엄에 일반인들의 참여를 대폭 확대하는 등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직간접적으로 올림피아드를 피부로 느낄 수 있게 함으로써 물리올림피아드를 ‘엘리트’ 중심의 과학과 ‘일반인’간의 과학의 괴리를 줄이는 명실상부한 ‘과학 학술 축제’로 승화시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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