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밖의 지배질서를 거부하는 ‘무례’가 필요하다
대학 밖의 지배질서를 거부하는 ‘무례’가 필요하다
  • 유정우 기자
  • 승인 2003.05.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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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축제는 가장 눈에 띄는 대학문화이며 대학 문화를 대변하는 자리로서 시대의 흐름을 같이 하면서 60~70년대 ‘쌍쌍파티’, ‘민중·민족주의’ 시대인 80년대를 거쳐 90년대에는 연예인이 캠퍼스에 입성하기에 이르렀다. 이후 대학 축제의 코드는 ‘이탈’ 그리고 ‘속도’로 대변되기고 있다. 축제를 통하여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서나 축제라는 매개를 통하여 대학인은 즐거움을 얻고, 많은 것을 이야기하며 새로운 문화를 창조한다.

인간이 축제를 통해 즐거움을 얻는다는 것, 축제가 ‘즐거움’을 밑천으로 삼는다는 것은, 축제를 통해 기존 사회의 규범과 일상의 지배적 질서, 논리를 거부하고 ‘일탈’을 꿈꾸려는 욕망을 함께 한다는 뜻이다. 일상에서 억제되고 감금되던 것들을 뿜어내면서 우리는 즐거움을 만끽하고 기존 주류사회와는 다른, 따라서 시대의 즐거움이 아닌 새로운 즐거움의 문화를 창조할 수 있는 것이다. 지방자치자체단체 등에 의해 합리적으로 조직되고 제공되는 축제가 싱거운 이유도 이런 까닭이다.

지금 대학 축제는 어떠한가. 적게는 몇 백에서 많게는 몇 천명쯤 되어 보이는 대학생들이 하나되어 열광하며 즐기는 모습. 평소에는 쉽게 보기 힘든 풍경이다. 하지만 연예인이 입성한 캠퍼스에서 대학생들이 열광하고 하나된 그 곳에 자리잡은 주체는 ‘우리’가 아닌 ‘그들’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를 보며 열광하고 젊음의 열기를 뿜어낼 수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스스로 창출한 즐거움이 없는 그 곳에 못내 아쉬움이 남는다. 일상에 반하고 새로운 문화 창출은 커녕, 오히려 일상에서의 지배자와 지배 논리에 하나하나 접수되어 가고 있다. 행사 위주와 유명 가수들의 큰 무대로 사람들의 주목을 끌고, 대중스타는 분위기 한 번 띄어주고 거금을 챙겨간다. 또한 그 거금은 대기업의 협찬으로 마련된다. 이런 경향들이 점차 관습화되고 축제를 준비하는 학생들 역시 이 같은 행사없이는 학생들의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없다고 말한다. 학생들은 마치 텔레비전 속의 오락프로그램에서 가수를 보고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 혹은 유명한 가수가 아니면 채널을 돌리듯 행사장을 떠난다. 우리는 어느새 수동적인 즐거움의 수용자가 되어가고 축제 역시 인기 오락프로그램을 만들 듯 진행된다.
사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개인주의화되는 2000년대를 1980년대와 비교하며 아쉬워하는 것은 어리석을 수도 있다. 세상의 변화 속에 하나됨을 꿈꾸던 대동제의 의미 역시 바뀌어가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하지만 단순한 시대의 흐름을 넘어 요즘의 대학 축제는 더 이상 ‘대학의 축제’가 아닌 ‘사회의 축제’의 연장선이 되어버렸다. 학생들은 자의식 없이 그저 주류 사회를 따라가고 돈 되고 사람 몰리는 것을 우선시하는 세속적 질서를 굳게 믿는다. 현실 사회의 즐거움을 쫓아 협찬과 광고의 논리를 받아들이고, 유명가수의 거대한 무대를 만들고, 인기 오락프로그램을 보는 태도로 일관하는 축제를 대학 축제라 할 수 있을까. 대학은 현실 사회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공간이지, 대학 밖을 지배하는 질서를 ‘공손히’ 수용하는 곳이 아니다.

학생들은 더 이상 새로운 문화의 실험자이자 축제의 주인이 아니라 ‘매너’ 좋은 수용자가 되어버렸다. 축제가 대학 문화의 일부라면, 이러한 대학축제의 양상은 현재의 대학문화를 반영하는 것으로도 읽을 수 있다. 어느 대학이나 비슷하게 돌아가는 축제의 풍경, 이는 대학문화의 획일성이자 대학축제 자체가 대학문화의 일부가 아닌 ‘대중문화’의 일부임을 말해준다. 물론 축제를 부정적으로 보는 태도야말로 대학문화의 경직과 후퇴를 가져올 위험성이 더 크다. 축제를 통해 구성원들이 함께 느끼고 행동하여 새로운 즐거움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필요하다.

문화라는 것은 공동체의 공통된 생활양식이며 사상이다. 분명 대학인의 문화는 사회의 그것과는 다르다. 또한 대학은 사회에 대해 항상 건강한 비판을 가하면서 사회의 발전에 이바지하는 곳이다. 대학축제에서 조차 대중문화를 따라가는 것은 의미가 없으며 그저 현실의 주류를 확대, 재생산하는 것에 불과하다. 우리의 대학인들은 더 이상의 확대와 재생산이 아닌 새로운 문화 창출을 고민해야 할 필요성이 있으며 이에 요란한 행사와 가수들로 주목을 끌고, 먹거리와 술이 주류를 이루는 축제에서 함께 즐기는 축제를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축제로 변화시키기 위해 여러 대학에서 노력하고 있다.

물론 그 시작은 이색적인 게임이나 행사들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지만 이러한 노력들이 ‘대학의 축제’를 구성원들이 하나되어 즐거움을 함께하는 자리로 만들어 나갈 것이다. 이미 관행이 되어버린 이러한 경향과, 보다 많은 학생의 참여를 위해 주류문화의 유입은 불가피하지만 이러한 축제에 있어 학생들의 사회에 대한 자의식과 건강한 비판정신, 그리고 공동체를 통한 논의를 거침으로 대중 문화의 즐거움과는 또 다른 즐거움과 문화를 생산할 수 있다. 대학문화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축제를 통해 대학인이 함께하고 더 이상 수용자로서의 문화집단이 아닌 새로운 문화의 창출자로서 거듭나 건전한 사회를 만드는데 이바지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