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서울대 화학과 김희준 교수
[인터뷰] 서울대 화학과 김희준 교수
  • 정현석 기자
  • 승인 1970.01.01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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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도서 활성화 파급효과 매우 크다

- 이공계인으로서 교양 과학도서 저술 활동을 어떻게 생각하나

당연히 중요하다. 이공계인은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실감하고 있지만 이를 일반인에게 전달하지 못하면 사회적으로 이공계에 대한 지원을 기대하기 어렵다. 특히 초 중고등학교 학생들에게 과학의 재미를 전달하지 않고서는 장래 기초과학의 후속세대를 기대할 수 없다.

이공계에 종사하고 있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책도 필요하다. 최근에 읽은 Hydrogen이라는 책에는 수소에 관한 모든 물리학적 내용이 역사적인 관점을 통해서 흥미있게 해설되어 있다. 말미에 저자는 화학자의 눈으로 본 수소에 관한 모든 것에 대한 책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이공계인들이 이런 책을 직접 쓸 수 있다면 여러 면에서 의의와 파급효과가 클 것이다.

- 우리나라에서 교양과학도서 출판이 미약한 원인과 해결책을 제시한다면

번역과 달리 교양과학도서를 저술하려면 폭 넓게 공부를 하고 끊임없이 생각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과학의 전통 자체가 짧고, 대부분 과학자들이 어려운 여건 하에서 연구에 열중하다 보니 외국에서처럼 저술에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할 여유가 없는 것도 큰 원인이다. 옥스포드 대학 화학과에서는 두 사람의 교수에게 전적으로 교과서와 대중을 위한 교양 과학도서 저술에 매달릴 수 있도록 허용한다고 알고 있다. 유명한 Atkins 교수가 이 중의 한 사람이다.

- 하나의 주제에 관해 깊이가 있는 저술 보다는 일반인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단편적이고 흥미 위주의 책들이나 에세이 위주의 책들이 범람하고 있는 이유라면

앞에서 언급한 Hydrogen 같은 책이 나올 수 있는 것은 예컨대 미국은 이런 종류의 책에 대한 독서층이 두껍고, 또 좋은 책은 번역이 되니까 전문적인 저술가에 대한 사회적 수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이런 수준의 책에 대한 시장이 충분히 크지 않다. 그렇다 보니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 주종이 되는 악순환이 이루어지고 있다.

- 이공계인들이 교양과학도서 저술 활동을 전문적으로 하기 위한 인문소양 교육에 대한 평가는

이공계인들의 글쓰기 교육은 무슨 일에 종사하든지 글쓰기가 중요하기 때문에 하지 저술가가 되기 위해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글쓰기 교육은 논리적 사고 훈련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물론 글쓰기 훈련을 받은 사람이 많으면 그 중에서 좋은 저술가도 나오게 될 것이다.

서울대의 경우를 예로 들면, 서울대 이공계 학생은 졸업 전에 인문사회계열에서 적어도 두 개의 핵심교양과목을 이수하게 되어 있다. 문제는 얼마나 실속있는 교육이 이루어지는가 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