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의 신뢰받는 원전정책 수립해야
주민들의 신뢰받는 원전정책 수립해야
  • 김주영 기자
  • 승인 1970.01.0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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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투표 앞두고 심각한 지역간 갈등 풀어야
11월 2일, 방폐장 유치 신청을 한 포항, 경주, 군산, 영덕 4개 지역에서 주민투표가 실시된다. 주민투표권자 총수의 3분의 1 이상의 투표와 유효투표수 과반수의 찬성을 얻은 지역 중에서 유효투표수 대비 찬성률이 가장 높은 지역의 예상 부지를 후보부지로 선정한다.
중겴鄕蔓?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의 유치지역지원에 관한 특별법(이하 특별법)이 제정된 3월 이후, 여러 시민단체들이 정부 및 지자체를 비판하고, 반대운동을 벌여왔다. 부지를 확정짓는 주민투표일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지만, 아직도 이 같은 갈등과 대립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시민단체가 제기한 방폐장 부지 선정의 문제점을 짚어 보면, 앞으로 다수의 이익과 안전이 걸린 민감한 사항을 결정해야 할 때 무엇을 고려해야 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시민단체들은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 내지 못한 원자력 정책, 특별법의 문제점, 법이 시행되는 과정에서의 문제점 등을 들어 부지선정 정책을 비판해 왔다.

국민적 합의가 부재한 방폐장 부지 선정
부안사태 이후 정부는 방폐장 터 선정을 포함한 원전정책 전반을 ‘사회적 협의기구’에서 논의해 추진하자는 중재안을 내 놓았다. 그러나 이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원자력위원회를 열어 중재안을 철회하였고, 사용 후 핵연료와 중겴鄕蔓?핵폐기물 처분장을 나눠, 중겴鄕蔓?처분장 터를 우선 선정하는 법을 제정하였다. 중겴鄕蔓?폐기장을 우선 추진하고, 사용 후 핵연료 처분에 관한 논의를 공론화에 붙여 추진한다는 것이다.
원자력 에너지가 위험하다고 인식되는 상황에서, 국민의 동의 없이 추진한 특별법은 시민단체들의 거센 반발을 초래했다. 에너지 대안 센터 이필렬 대표는 “핵폐기장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 가장 시급한 것은 정부가 자신의 진정성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다. 이는 사소한 사안이라도 공론화를 통해서 투명한 방식으로 결정할 때에만 이루어질 수 있다. 방사능이 약해서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중겴鄕蔓?핵폐기물 처분도 기술자들의 자문만이 아니라 다양한 방식의 공개적이고 광범위한 토론을 통해서 결정하는 것이 성공의 첫걸음이다”고 강조했다.

찬성률이 0.1%만 더 높아도
특별법에는 ‘방폐장 유치 신청을 한 지역이 2개 이하일 경우, 여론조사를 통하여 주민투표 실시 요구지역을 추가로 선정할 수 있다’는 조항과 ‘부지적합성이 인정된 지역 중 주민투표를 거쳐 ‘유권자 3분의1 투표, 과반 이상의 찬성표’를 얻고 유효투표수 대비 찬성률이 가장 높은 지역을 후보부지로 선정한다’는 조항이 있다. 이 조항들은 무엇보다 신중하게 결정되어야 할 방폐장 부지가, 경제적 혜택을 위한 지역 간 유치경쟁을 통해 결정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았다. 실제로 10월 4일에서 8일 진행된 주민투표 부재자 신고 결과, 부재자 비율이 군산 39.4%, 경주 38.1%, 영덕 27.5%, 포항 22% 등 지나치게 높게 나와 지역 간 경쟁의 치열함을 보여주었다.
포항 KYC는 “방폐장 부지 선정이 경제 논리에 치우칠 필요는 없다”며 “여러 지역이 방폐장 유치에 열을 올리게 되면 지역 간 갈등이 유발된다. 오히려 정부가 합리적으로 한 지역을 선정하여 주민들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효율적이다”고 주장했다.

관리체계곂ズ맛?문제점
특별법에 명시된 유치지역위원회는 방폐장 유치지역 지원을 위해 구성된 범정부적 기구이다.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여 관계부처 장관과 핵폐기장을 유치하는 지자체장, 한국수력원자력(주)로 구성된다. 이러한 구조는 지자체장과 원전사업자 대신 민간위원이 배석하는 원자력위원회와 인적구성이 동일하여, 유치지역 지원이 원자력 기구의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를 낳는다.
또한 유치지역위원회에 해당 지자체장을 포함시킴으로, 지역 내 방폐장을 찬성겧莩淪求?여론이 자유롭게 형성되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다. 지난 8월 4일, 민주노동당 인권위원회, 환경운동연합, 녹색연합 등으로 구성된 ‘중겴鄕蔓?방폐장 부지선정 절차 민간법률조사단’은 기자회견을 통해 “지자체들이 방폐장 유치를 위해 공무원을 동원하고 관련 단체를 만들어 재정을 지원하는 등 주민투표법, 공무원법, 지방재정법을 위반하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양성자 가속기 유치, 과기부 입장 분명히 해야
과학기술부(이하 과기부)는 정부의 원자력안전규제 기구로서 핵폐기물 처분장의 안전을 담당하는 동시에, 원자력 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과기부가 양성자 가속기를 방폐장 후보부지가 있는 지자체의 관할지역 내에 설치한다고 공표함에 따라, 시민단체는 과기부가 안전 규제자로서의 역할을 공정하게 수행할 수 있는 지에 의문을 제기했다. 녹색연합은 “안전규제기관이 나서서 지원을 약속하며 핵폐기장 유치를 권유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과기부는 안전규제자로서의 역할을 공정하고 일관되게 하라”고 주장했다.
사실 양성자 가속기사업은 모든 예산을 과기부 사업의 후원자인 한국수력원자력(주)로부터 지원받아 진행된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과기부가 이 사업을 핵폐기장 부지 선정과 함께 진행하는 것은, 엄정한 방폐장 시설의 관리자로서의 역할에 결코 어울리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