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사립학교법으로는 사학의 부패와 비리 근절 못해
현 사립학교법으로는 사학의 부패와 비리 근절 못해
  • 도지호/ 전국교수노동조합 조직실장
  • 승인 2003.04.16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리나라의 사립대학은 전체 대학의 약 84%를 차지하고 있다. 그만큼 사립대학의 모습이 대학사회를 대변한다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사립대학의 현실은 어떠한가?

많은 학교에서 교비의 유용과 횡령, 교수들에 대한 교권탄압, 학생들의 자율적 활동방해 등 비리와 분규가 끊이지 않고 있으며, 특히 지방대학과 전문대학으로 갈수록 그 폐해는 더 크다. 결론적으로 이 같은 사립대학의 모습은 우연이 아닌 구조적으로 황폐화될 수밖에 없는 필연성을 갖고 있다.

사립대학은 사립학교법 제3조에 의거 학교법인이 아니고서는 설립할 수 없다. 학교법인은 대학에 필요한 시설ㆍ설비와 운영에 필요한 기본적 재산을 확보하여야 한다. 따라서 사립대학을 설립하고자 하는 자는 일정한 재산을 출연하고 법이 요구하는 바를 충족하여야 한다. 즉, 학생들이 정상적인 교육을 위한 교육기본시설과 지원시설 및 교육부령으로 정한 교원을 확보해야 하며 이를 위한 기본 재산을 마련해야 한다. 이렇게 사립대학 설립을 법으로 강제하는 것은 아무나 대학을 설립하지 못하게 하여 교육의 질적 발전과 안정된 학교운영을 사회적으로 보장하려는 데 있다. 대학설립은 학교법인이 기본적 충족조건을 확보하였을 때만 교육부가 인가하며 만일 조건이 미달되는 학교법인은 법령으로 인가하지 못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사립대학이 설립되고 나면 학교법인은 대학의 경영에 있어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야 한다. 먼저 학생과 교원의 증가에 따라 수익용재산을 출연해야 하는데, 이는 대학의 교육환경과 연구환경을 최대한 마련하자는 의도이다. 그리고 대학운영은 총(학)장에게 맡겨 법인과 학교의 역할과 권한이 올바르게 분화되도록 한다. 이 같은 자기 역할에 충실하면 진정 그 사학재단은 사회적으로 존경받을 것이다. 정부도 각종 지원과 세제혜택을 통해 대학과 재단에 보상할 것이다. 그러나 사립대학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내용적으로 보면 대다수의 사학재단과 학교는 한 몸이며 구조적으로 분리될 수 없다. 현 사립대학은 운영비의 90% 이상을 등록금과 국고보조금으로 충당하는데도 교육에 대한 공공성?민주성?투명성을 외면하고 사학재단이 학교를 사유화하고 있다. 재단이 책임질 법정전입금을 불과 5% 내외로 빈약하기 그지없으며 재정이 어렵다는 믿지 못할 고백과 함께 재정의 빈약한 책임을 학생들에게 전가해 해마다 등록금 인상을 통해 해결하려 한다. 이는 투명한 회계보고가 이루어지지 않는 현실에서 정말로 재정이 어려운지 알 길이 없다. 다만 지난 10년간 소비자물가지수와 등록금인상률을 비교해 보면 소비자물가지수가 172.6%이고 사립대학 등록금은 285.3%(전문대 331.4%)로 등록금인상이 훨씬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더욱이 등록금은 학생들이 보다 높은 질의 교육을 받기 위한 비용임에도 대부분의 사학재단은 등록금으로 학교건물 증ㆍ개축은 물론 토지매입 등으로 매년 많은 금액이 이월되고 있는 점은 이해하기 어렵다. 한 재미있는 사례로, 사립학교법에는 학교시설은 재단이 부담해야 한다고 명시하면서 시행령과 특례규칙 등으로 학교시설을 교비회계로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어 해마다 많은 등록금이 학교시설에 투자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사립대학의 성장은 등록금과 국고보조금으로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음에도 사학재단은 자신이 학교의 주인이라고 계속 고집만 피우고 있다. 이미 사립대학의 발전과정에 투자된 비용은 등록금과 국민의 세금이기에 교육의 공공성 뿐만 아니라 대학 그 자체도 공공의 재산인 것이다. 따라서 과거는 어쩔 수 없다손 치더라도 대학재정의 투명한 운용과 공개는 그리고 객관적 감사는 제도화되어야 한다.

한편으로 불투명한 재정운용을 비롯한 교비의 유용과 횡령, 교수 부당해직 등의 비리가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은 사학재단의 전횡과 이를 묵인하는 교육관료와의 유착, 그리고 구조적으로 뒷받침하는 잘못된 사립학교법에 있다. 그동안 수많은 학생, 교수, 직원 그리고 학부모들이 절실하게 사립학교법 개정을 요구해 왔지만 교육당국과 정치권은 대학주체들의 요구를 외면해 왔다. 그 이유는 바로 막대한 자금력을 가진 사학재단과 교육관료, 정치권으로 이어지는 비리 구조에 있다. 이러한 구조는 사학재단의 전횡을 더욱 강화시켜 급기야 대학을 전근대적 왕국으로 만들어 많은 사학이 족벌화되고 세금 한푼 안내고 자식들에게 넘겨지고 있다. 무소불위의 왕국은 눈에 거슬리고 바른말하는 교수에 대해 재임용 또는 계약해지 등으로 학문의 업적과 관계없이 해고시켜 종종 학원분규의 원인이 되기도 하며 이런 환경이 만연되면 교수들은 사학재단의 눈치와 입맛에 맞는 교육과 성과위주의 실적 쌓기로 상아탑으로서의 창조적이고 비판적 기능이 상실되어 학생들의 학습권은 애초에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의 대학은 이렇게 황폐화되고 더욱 가속화 될 것이다. 교육의 수요가 폭증하던 시기 재정적으로 어려웠던 국가가 사학재단에 떠맡겼던 그 빚을 교육의 사회적 기능을 포기하고 사학재단의 이해와 요구를 제도적으로 마련해 주는 것으로 상쇄했다. 또한 오랜 기간동안 뿌리내렸던 사학재단과 교육관료의 기득권을 놓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대학에 공공성ㆍ민주성ㆍ진취성을 이루기 위한 하나의 희망이 있다면 그것은 즉각적인 사립학교법의 민주적 개정이다. 2000년 코리아리서치가 조사한 사립학교법 개정에 찬성여론이 88.2%가 나왔던 점을 보더라도 개정이 사회적 대세임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사학재단과 교육관료들의 완강한 저항이 있더라도 교육의 미래를 위해 사립학교법을 반드시 개정해야 한다. 법의 개정은 재정의 투명한 운용, 재단 이사회구성에 있어 공익이사 1/3 참여, 대학운영의 대학주체들의 민주적 참여가 핵심이 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