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ㆍ대구대 사학분규
고려대ㆍ대구대 사학분규
  • 정현석 기자
  • 승인 2003.04.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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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과 학교 갈등의 해법 모색

작년 5월초, 고려대에서 김정배 전 총장이 총장추천 위원회에 의해 제 15대 총장으로 선출되자, 교수 측과 학생 측에서 재단이 총장을 일방적으로 선임한 총장 선출 과정상의 문제를 제기하면서 총장연임 반대 운동이 불붙었다.

고려대 교수협의회(이하 교수협)는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를 출범시키고 김 전 총장 연임 용인 불가 및 재단 이사회의 총장 연임 결정 즉시 철회, 재단 이사진의 사퇴 등을 주장하며 학생들과 1백여명의 교수들이 본관 앞에서 침묵 시위를 벌이고 김총장 해임 권고안을 가결시켰다.

학생들도 안암총학생회와 단과대 학생회가 김 전 총장의 도덕성 및 누차 지적되었던 독단적 행정, 민주적 리더십에 문제를 제기하며 총장 연임 반대서명 운동을 벌이는 등 총장 연임을 둘러싸고 재단과 극한 대립 상황으로 치달았다.

고려대 이사회가 사립학교법과 정관에 따른 적법한 절차를 따랐다는 근거를 대며 김 전 총장 선임은 정당하다고 주장하였지만, 비대위에서는 총장선거 규정이 공정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비민주적이라고 지적하며 더 나아가 사립학교법과 정관 자체의 문제점까지 제기하였다.

결국 6월, 김 전 총장은 교무회의를 통해 15대 총장직 사임을 공식적으로 밝혀 총장 연임반대 운동은 일단락되었다. 이후 고려대는 총장 서리를 선출하고 8개월의 총장 서리 체제동안 총장추천위원회의 규칙을 개정, 올해 2월 어윤대 교수를 제 15대 총장으로 선임하기에 이르러 약 1년을 끌어오던 총장 선임을 둘러싼 일련의 사태는 종결되었다. 그러나 총장 후보 검증 과정 및 선출 과정에서 학생과 교직원의 참여도가 제한적이었으며 바뀐 규정에 대해 비합리성의 문제가 제기되는 등 사립학교법과 관련한 총장 선출 규정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한편 대구대학교는 재단 이사회와 학교의 관계를 재정립한 대표적 모범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 95년 당시만 해도 대구대학교 총장에 당선되었던 윤덕홍 현 교육부총리가 학교와 이사회와의 갈등으로 교육부 감사를 통해 해직되기도 하는 등 교내의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 이후 교수 협의회와 총학생회가 주축이 되어 이사회와 학교의 관계를 재정비하는 등의 노력이 이루어졌다. 그 결과 재단 이사회가 새롭게 구성되었으며 대구대학교는 현재 대학 운영의 민주화를 교수 협의회의 역할 강화를 통해 상당부분 이루어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그리고 대구대학교 총장으로 있던 윤덕홍 교수는 당시의 개혁활동에 대해 높이 평가받아 올해 2월 교육부총리직을 맡게 되었다.

현재 대구대학교는 윤덕홍 교수가 1년의 임기를 남기고 교육부총리직에 임명됨에 따라 총장직무대행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앞으로 교수협의회의 주도로 ‘총장궐위시 후임 총장선출 기한규정’에 따라 오는 5월 22일 제 8대 총장선거를 실시할 예정에 있으나 직원, 학생이 배제된 총장 선출 방식에 반발하고 있어 또다른 갈등이 잠복되어 있는 상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