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대학 운영의 올바른 방향
사립대학 운영의 올바른 방향
  • 김삼호/한국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
  • 승인 2003.04.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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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한과 역할 위임으로 상호견제와 균형 이뤄야

우리나라는 대학의 84%, 대학생의 78.1%가 사립대학에 속할 정도로.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을 만큼 고등교육에서 사립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우리나라 대학이 사립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것은 정부가 고등교육에 대한 책임을 다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사립대학이 제대로 자리를 잡았다면 각기 다른 설립이념을 지닌 사립대학의 특성상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대학들이 많아졌을 가능성도 있다. 특히 저렴한 학비로 교육불평등 문제를 해소하고, 국가에 필요한 인재를 육성한다는 목적으로 설립된 국립대학과 달리, 설립자의 교육이념에 따라 자유롭게 설립된 사립대학은 다양한 분야의 인재를 육성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립대학은 이러한 역할을 하지 못한 채 위기의 한복판에 서 있다. 상당수 사립대학 법인 운영자들이 공공재인 대학을 ‘사적 소유물’로 바라보면서 ‘설립 이념’ 구현보다는 양적 팽창을 통해 법인의 자산을 불리는 수단으로 악용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대학이 법인 운영자의 시각에 따라 좌지우지되면서 인사,조직,재정 운영 부분에서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지 못했으며, 대학 구성원들은 이 과정에서 철저히 대상화됨으로써 대학 주체로서의 자기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

국가별로 약간씩 차이는 있지만, 외국대학에서는 통상 법인 이사회가 ‘대학의 사명과 목표’를 설정하고, 교육프로그램도 승인하며, 교직원도 임면하면서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 하지만 권한의 대부분을 대학 구성원에게 위임하고 하부의 권고와 추천에 의하여 대학을 운영하기 때문에 이사회가 권한을 멋대로 휘두르는 일은 거의 없다. 때문에 외국대학은 국내 사립대학과 달리 대학 구성원들의 중지를 모아 고유의 설립이념에 따라 특색있는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우리나라 사립대학이 질적인 발전을 이루고 설립이념을 올곧게 구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법인과 대학의 왜곡된 역할을 재조정해야 한다. 법인은 대학에 대한 통제와 간섭의 유혹을 떨쳐내고 권한과 역할을 대학에 위임해야 하며, 대학은 독자적인 시각과 내용으로 대학 발전 방안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뿐만 아니라 법인의 일방적인 논리나 기업운영 논리가 아닌 대학만의 특색 있는 운영 논리가 있어야 한다. 대학의 역사와 전통, 구성원의 특징, 당면한 문제와 상황 등에 따라 그 내용이 달라질 수 있겠지만, 대학 구성원의 주체적 자아실현과 공공의 이익에 복무한다는 교육의 본질적 측면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법인과 대학의 관계 재정립을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이 대학의 ‘의사결정구조’를 민주화하는 것이다. 대학 민주주의는 대학의 공공성과 자주성을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이며, 대학 구성원들이 서로간에 신뢰를 쌓고 전체의 능력을 학교발전을 위해 결집시킬 수 있는 힘이 될 수 있다. 또한 대학 구성원이 협동하여 하나의 목표를 지향할 때만이 효과적이고 성공적인 대학을 만들 수 있다. 따라서 법인과 대학당국은 교수, 학생, 직원이 학사 운영에 적극 나설 수 있도록 견인해 주어야 하며, 구성원들 역시 대학의 주체로서 자기 역할을 다할 수 있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대학 구성원들은 대학의 현실적 상황뿐만 아니라 미래의 환경 변화에도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대학의 이념과 목적, 목표에 대한 끊임없는 성찰과 토론이 있어야 할 것이다.

대학의 ‘의사결정’ 모델을 하나로 통일시켜 언급하기는 힘들지만, 행정ㆍ재정 및 인사를 비롯한 학교 운영 전반에 법인 및 학교 당국뿐만 아니라 대학 구성원들도 참여시켜 상호견제와 균형을 이루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교수ㆍ학생ㆍ직원의 자율적 자치 활동이 전면 보장되어야 하며, 대학 당국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어야 할 것이다. 물론 경우에 따라 참여 대상과 범위가 다를 수 있겠지만 이 역시 토론과정을 통해 합리적으로 조정해 나간다면 별다른 어려움을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