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학교법 개정운동에 비춰본 포항공대
사립학교법 개정운동에 비춰본 포항공대
  • 박종훈 기자
  • 승인 2003.04.1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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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 대학운영을 위해

우리나라 교육 현실에서 사립학교법 개정이 갖는 의미는 사립 재단과 학교의 개혁을 위한 제도적 도구의 역할이다. 이제껏 사학 교육계가 기형적이고 모순적인 형태로 변질되면서 이를 개혁하기 위한 출발점으로서 법으로 재단과 대학의 관계를 명확히 하기 위한 움직임이 일어난 것이다.

이에 비해 우리 학교와 재단 이사회는 설립 초기부터 지금까지 우리나라 다른 일반 사립대학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상호 신뢰와 협동 속에서 학교의 발전을 이루어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대학 운영이 방향성을 상실하고 학교 전체가 정체기로 빠져드는 듯한 분위기가 형성되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일 것이다. 거기다가 이번 신임 총장의 선임이 자꾸만 지연되며 학내 구성원 사이에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최근에 들어선 대학 운영 전반에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는 인식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사회와 교직원, 학생의 관계가 재정립되고 새로운 대학운영의 모델이 제시되어야 할 시점이다. 게다가 대학을 발전시키는 데에는 제도의 영역을 탈피하는 대학만의 독자적인 운영 문화가 필요하기에 그러한 대학 운영의 모델 제시는 더욱 절실하다.

우리 사회 발전과정에서의 ‘성장이냐, 민주화냐’ 논란처럼 개교 초창기에는 어느 정도 본부 중심의 일방적 대학 운영이 용납되었으나 이후 여전히 변화에 걸맞는 새로운 대학 운영 모델의 제시는 아직 이뤄내지 못했고, 구성원의 의견이 실제 대학운영전반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여론이 점차 높아져가고 있다. 한 교수는 “학교가 의사결정의 구심점이 없이 마치 바이러스가 환경에 적응하듯이 운영되고 있다.”는 비유까지 할 정도였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은 학내의 여론을 수렴할 수 있는 대학의 의사결정체제 확립과 이를 통해 학교의 발전을 장기적으로 바라보고 논의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방법이다.

그리고 학내의 의견을 결집할 수 있는 대학 의사결정체제 확립의 중요성을 제기하는 여론에는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이사회로부터 언제나 지속적인 관심만을 바랄 수만은 없다는 것을 지난 8개월 간의 총장 공석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겪으면서 이미 경험했지 않았냐는 것이다. 외부의 환경 변화에 흔들리지 않고 학교를 운영해 나갈 수 있으려면 실질적으로 연구하고 교육을 담당하는 학교의 구성원들이 학교의 발전 방향을 제시하고 이끌어나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입장은 우리 나라 사학계에서 많은 대학의 이사회가 이사장 1인의 사적 보조기관으로 전락하고 있는 현실을 개혁하기 위한 핵심적 제도로 학교 운영의 민주화와 대학 의사결정기구의 보장이 논의되고 있는 상황을 볼 때 더욱 설득력을 갖는다.

이러한 실질적 의사결정기구의 부재는 교수평의회의 위상 재정립을 바라는 쪽으로 그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 89년 구성된 이후 교수평의회는 학칙에 규정된 교수들의 대의기구로서 교수회의 권한을 위임받은 형태로 운영되어 왔다. 이 과정에서 대학 운영의 자문기구 역할을 맡으면서 주요사안에 대해서는 의사결정권을 갖는 방향으로 학내의 여론을 수렴하여 심의할 수 있는 역할을 맡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교수평의회 구성의 목적이었다. 그런데 지금에 와선 기본적인 교수평의회의 역할인 학사와 교무에 관한 논의 외엔 기대만큼의 역할을 충분히 해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사실 교수평의회가 의결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고 지금과 같이 지지부진하게 된 경위를 찾자는 것은 마치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를 논하는 것과 같다. 대학 운영에 평의회의 역할이 충분히 자리잡지 못했던 상황에서 교수평의회에 중요 사안에 대한 의결권이 제대로 주어지지 않았던 결과가 교수들의 참여와 관심부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 것이다. 지금으로선 재단 이사회와 총장, 교수 평의회의 역할 재정립으로 이 악순환을 푸는 것이 우선시되어야 한다.

비단 이러한 문제들 뿐만 아니라 거시적인 관점에서는 우리 학교와 재단 이사회와의 새로운 동반자적 관계 설정도 절실하다. 이제까지 우리 학교 재단 이사장은 관례적으로 포스코 회장이 맡아 왔었다. 하지만 포스코의 회장 선출 문제와 우리 학교의 총장 선임을 연관시켜 생각하거나 보직자 임면권 때문에 재단 이사회와 마찰을 빚어야 하는 지금과 같은 상황이 정상은 아님은 분명하다.

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에는 이사회의 역할에 관한 논의도 포함된다. 포항공과대학교 법인의 이사는 한 개인이 맡는 명예직이나 감투직 또는 당연직이 아니다. 대학 운영 전반에 대한 책임을 한시적으로 위임받아 그 권한에 따르는 책임을 분명히 가지는 자리이다. 포항공과대학교 재단 법인의 이사회가 학교의 발전에 무관심하고 무기력하다는 평이 나오지 않도록 이사회의 기본적 의무만이 아니라 대학의 장기적 발전을 이룰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갖고 노력하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

무엇보다도 이 모든 일들은 재단과 대학 구성원들의 깊은 이해와 신뢰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 재단과 학교의 권한에 선을 긋고 서로를 대립적인 관계로 보는 것은 전적으로 잘못된 시각이다. 재단 이사회와 학교의 모든 구성원들은 기본적으로 대학이 목표하는 이상에 따르는 교육과 연구를 효과적으로 이뤄내기 위한 동반자적 관계이기 때문이다. 이는 서로가 단지 이해 관계를 같이하는 파트너로서가 아닌 대학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더 높은 차원의 목적에서 궤를 같이 하는 한 배를 탄 공동운명체임을 각인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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