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식축사] 여러분들이 미래를 창조하고 발명하기를
[입학식축사] 여러분들이 미래를 창조하고 발명하기를
  • 한국과학문화재단 이사장 최영환
  • 승인 2003.03.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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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동해벌의 ‘과학혁명’을 조용히 잉태해 가고 있는 이곳 포항공과대학교에서, 그리고 한국의 미래를 빛낼 준재들이 함께 모여 새로운 시작과 도약을 다짐하는 이 의미 깊은 자리에서 축하의 인사를 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 것을 무한한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먼저 오랜만에 포항공과대학의 교정을 밟은 저로서는 남다른 감회가 가슴에 젖어옴을 느끼게 됩니다. 지난 1989년으로 기억됩니다. 당시 허허벌판이었던 방사광가속기 센터의 예정부지를 저와 함께 거닐면서 로렌스 버클리연구소 이야기를 비롯 신설 포항공과대학의 장래 비전을 열심히 설명하던 고 김호길 초대총장님, 여러가지 인연으로 저와 친히 지냈던 김총장님의 모습이 생생히 떠오르기 때문입니다. 오늘 이 자리에 서서 여러분의 빛나는 모습을 보면서, 시대를 앞서가는 선각자이셨던 한 과학자의 꿈과 집념과 열정이 얼마나 커다란 현실로 이렇게 열매 맺도록 한것인가를 새삼 절감하게 됩니다.

개교한지 16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포항공과대학은 실로 엄청난 성장과 발전을 이룩해 왔습니다. 지방에 위치한 지리적 불리성이 많은 제약과 어려움을 주는 한국적 상황을 생각하면 이것은 하나의 이변이요 기적이라고 해도 결코 지나친 말이 아닐 것입니다. 이제 포항공과대학은 훌륭하신 최우수 교수진, 최첨단의 연구시설, 부족함이 없는 교육환경, 그리고 재능과 의욕과 자부심에 넘치는 학생들, 이러한 기본요소들을 잘 결합시켜 교육과 연구의 성과지표면에서 국내굴지의 수준을 넘어 아시아의 정상급에 도달하였습니다.

홍콩의 Asia Week지가 포항공과대학을 ‘아시아 최우수 과학기술대학’으로 선정한 것은 너무도 당연한 객관적 평가의 결과라고 확신합니다. 앞으로 멀지 않아 ‘한국의 Caltech’이 되고 세계수준의 연구중심대학권으로 진입하는 것은, 허황된 꿈이 아닌 현실적인 가능성으로 예고되는 단계에 접어 들고 있다고 여겨 집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여러분이 어려운 경쟁의 관문을 뚫고 명문 포항공과대학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누군가 ‘인생은 만남’이요 ‘삶은 선택’이라고 했습니다. 여러분이 포항공과대학과 만났다는 것은 여러분의 인생에 있어서 커다란 행운입니다. 여러분이 포항공과대학을 선택했다는 사실은 여러분의 앞날을 위해 좋은 기회를 얻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왜냐하면 포항공과대학이 제공해 주는 여건과 미래에의 가능성이 신입생 여러분으로 하여금 각자의 원대한 포부를 펼칠수 있도록 해주는 튼튼한 터전을 제공해줄 것이 확실하기 때문입니다.

신입생 여러분이 앞으로 인생의 성취를 얼마나 크고 알차게 이룩하느냐 하는 것은오로지 여러분 자신에게 달려있습니다. 여러분 각자의 자세, 의지, 열정, 창의력….이러한 요소들이 여러분의 인생을 결정할 것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오늘에 이르기까지 역사는 끊임없이 흘러 왔고 사회는 크고 작게 변동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살아갈 향후의 50여년 세월은 지나온 어느 시대보다도 변화의 속도기 빠르고 폭은 넓으며 깊이는 구조적일 것입니다. 그러한 변화의 근저에는, 여러가지 복합적일 수 있겠습니다만, 과학기술이라는 인자가 그 핵심위치에 자리하고 있임을 여러분도 동의하리라 믿어집니다. 이제 산업혁명을 거치고 정보혁명의 차원을 넘어 멀지 않아 새로운 양상의 융합적인 ‘과학혁명의 시대’가 전개될 것으로 예견됩니다.

가까운 미래에 닥칠 이러한 시대상황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것이겠습니까? 바로 이 자리에 계시는 예비 과학기술인들이 바람직한 사회변동과 미래창조의 시대적 주역이 될것임을 확실하게 함의(Implication)해 주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여러분의 역할과 책임이 지대합니다. 아울러 여러분의 위상과 품격과 주가가 대단히 높아질 것임이 명백합니다.

과학사학자이자 과학철학자였던 Thomas Kuhn(1922~1996)은 일찍이 ‘과학혁명의 구조’는 연속적이 아닌 비연속적이고 단절적인 것이라고 했습니다. 찬반이 없지는 않았지만 많은 석학들이 이에 동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무척 묵은 사례가 되겠습니다만, 진공관에서 반도체, 프로펠러기에서 제트기, 천연섬유에서 합성섬유, 테이프에서 컴펙트 디스크로의 전환은 이러한 과학기술 혁명의 비연속성을 잘 말해주고 있습니다.

맥켄지사에서 다년간 일했던 Richard Foster 박사는 모든 과학기술에는 한계가 있다고 전제하고 기술진보는 유년기를 거쳐 폭발적으로 급신장하고 성숙과 더불어 완만하게 된다는 S곡선 주장을 펴고 있습니다. 그는 기술들은 이러한 S곡선을 각각 그리면서 사라지고 이어서 다시 새로운 S곡선이 형성되기 시작한다고 이야기하면서, 그러한 기술의 S곡선들 사이에 단절이 생긴다는 사실을 수많은 사례를 통해 입증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21세기에는 이러한 과학기술의 비연속과 단절의 현상들이 훨씬 빈번히 일어날 것임이 틀림없습니다. 이것은 혁신지향적이고 창의적인 과학기술인들에게는 새로운 도전과 공격의 기회가 더욱 더 많아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무릇 미래는 ‘불확실의 영역’입니다. 하지만 ‘가능성의 영역’입니다. 그래서 미래는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창조되고 발명되는 것이라고들 합니다. 우수한 두뇌를 가진 여러분들은 포항공과대학이라는 경쟁력있는 터전을 바탕으로 하여 앞으로 닥쳐올 좋은 기회들을 살릴 수 있는 능력과 지혜의 배양을 위해서 미리 ’25시의 준비’를 단단히 해나가야 할 것입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사정은 종래의 점진적 기술혁신(Incremental innovation)에서 탈피하고 근원적 기술혁신(Radical innovation)을 통해 새로운 산업, 새로운 국부의 원천을 창출해야할 필요성이 계속 절박해 질것임이 너무도 분명합니다. 따라서 젊은 여러분에게 거는 국가 사회적 기대가 참으로 크지않을 수 없습니다.

과학기술을 전공한 여러분의 앞길에는 많은 가능성이 열려 있습니다. 여러분은 비단 과학기술계 뿐 아니라 산업계를 비롯한 사회 각분야의 지도자로 진출 할 수 있을것입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이자리의 여러분들 중에서 과학기술분야의 노벨상수상자도 많이 나와 주셔야 하겠지만, 기업의 CEO는 물론이고 우리나라의 대통령도 배출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그래야만 본격적인 과학혁명의 시대를 맞이하여 치열한 국제경쟁에서 우리나라가 생존하고 발전해 갈수 있을 것입니다.

시대는 바야흐로 세계화와 지방화의 시대가 동시에 전개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대조류에 부응하여 출범한 신정부에서도 우리나라가 밖으로 동북아의 중심국가가 되고 안으로 지역의 균형발전을 추구해 갈것을 국정의 핵심과제로 설정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정권차원을 넘은 필연의 대세라고 하겠고, 이러한 시대흐름은 포항공과대학으로 하여금 더욱더 유리한 입장에 있도록 해줄 것입니다. 앞으로 포항공과대학은 동해안의 포항·울산 지역을 포괄하는 미래지향적인 과학기술 산업 집적지역의 구심적인 핵이되어 동북아시아와 세계를 향해 우뚝 솟아날 날이 멀지 않을 것임을 확신합니다.

로마의 명장 시저는 일찍이 서아시아지역의 대전투에서 승리를 거두고 조국의 원로원에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 (Vini, Vidi, Vici)’의 명구절을 보냈습니다. 여러분들께서도 ‘포항에 왔노라, 탐구하고 준비했노라, 과학혁명을 이룩했노라’ 그래서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란 명구를 후세에 남겨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끝으로 오늘 이 소중한 자리를 마련해주신 존경하는 박찬모 총장을 비롯하여 교직원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오늘의 포항공과대학의 기틀을 마련해주신 박태준회장님과 고 김호길 초대총장님께 이 자리를 빌어 고개숙여 경의를 표합니다. 그리고 비전과 신념을 가지고 포항공과대학 육성에 정성을 기울여 주시는 유상부 회장님과 재단의 임직원 여러분께도 뜨거운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거듭해서 오늘 새로운 시작을 힘차게 다짐하는 학사, 석사, 박사과정의 신입생 여러분들에게 아무쪼록 커다란 영광이 있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