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교수제를 제대로 살리자
지도교수제를 제대로 살리자
  • 송양희 기자
  • 승인 2005.04.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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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 연구부담·학생수 증가 등으로 갈수록 퇴색
▲ "갑자기 찾아온 봄" 벚꽃이 만개한 78계단 위 언덕
소수정예교육을 지향하는 우리학교는 개교 당시부터 실질적인 지도교수제도를 운영해오고 있다. 교수당 학생 비율이 1:6으로 낮다는 장점을 살려 모든 학생들에게 지도교수를 배정하고 올해부터는 무학과 학생들에게도 희망학과의 지도교수를 배정하고 있다.

이러한 지도교수제도는 학생들이 교수와의 상담과 대화를 통해 올바른 대학 생활을 누리고 진로 등 다양한 문제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 우리학교의 큰 장점이자 자랑거리이기도 했다. 제1회 졸업생이며 최근 우리학교 화학공학과 교수로 부임한 전상민 교수는 “초창기에는 지도교수에게 신상 및 학업문제, 군대, 수업, 장학, 진학 등 다양한 조언을 받았다”고 한다. 또 올해 수석으로 졸업한 서수경(화공 01) 학우 역시 졸업인터뷰에서 지도교수에게 감사의 말을 거듭 전하면서 교수·학생 간의 긴밀한 관계 유지를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우리학교에서 학생이 지도교수에게 조언을 구하는 등 지도교수제가 활발히 운영되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윤주성(전자 04) 학우는 “지도회식이나 수강신청·정정표 등의 확인을 위해서만 지도교수님을 찾고 있다”며 “지도교수님과의 관계가 가까워지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또한 구자강(화학) 교수는 “학생들이 기숙사에서 동료·선배들과 고민을 나눌 뿐 더 이상 지도교수를 찾지 않는다”고 말한다.

방승양(컴공) 교수는 이렇게 지도교수제도가 유명무실해진 데는 교수들의 연구업적에 대한 부담이 큰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말한다. 특히 우리학교는 연구중심대학으로서 많은 역량을 연구에 쓰고 있다. 방 교수는 “같이 연구를 하는 대학원생과는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을 볼 때 지도교수에게 학부생에 대한 관심이 없다기 보다는 시간이 부족해 학부생과 많은 대화를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적극성 결여 또한 문제점으로 꼽힌다. 구자강 교수는 “예전에 비해 학생들의 적극성이 많이 떨어진다”며 “교수의 시간을 뺏어 미안해하거나 교수를 대하기 어렵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전상민 교수는 초기에 비해 학생수가 많은 것이 예전과 같은 지도교수제도의 모습을 기대하기 힘들게 만든다고 했다.

불합리한 시스템 역시 지도교수제 활성화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모든 학과에서 신입생의 지도교수 배정 시 임의로 지도교수를 배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제도적인 지도교수와 졸업논문·연구참여의 지도교수가 달라지게 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화학과에서는 4학년 때 졸업논문·연구참여의 교수를 따라 지도교수 변경을 허락하고 있으며, 화학공학과에서는 매년 지도교수를 변경하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많은 혼란이 있어 컴퓨터공학과에서는 화학과와 비슷한 시스템에서 지도교수를 변경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 합리적인 지도교수제도의 시스템을 찾지 못하고 있다.

최근 학교에서는 마스터 플랜을 통해 지도교수제도를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마스터 플랜에 따르면 학생들에게 교수와의 직접적인 만남은 상당히 어려울 수도 있으므로 대학원생을 포함하여 활성화 시키려 하고 있다. 최학순 연구지원팀장은 “대학원생은 많은 시간을 교수와 함께 하여 친밀한 관계를 유지할 뿐 아니라 학부생에게는 선배가 되므로 중간에서 원활한 관계 유지에 도움이 될 것이다” 고 말했다. 하지만 이 역시 실질적인 문제점을 해결하지는 못한다는 지적이 많다. 방승양 교수는 “지도교수제의 다양화를 위해서는 도움이 되겠지만 이보다는 학교에서 재정적 지원 등 실질적인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초기에는 학교차원에서 학생지도비 형식으로 지원이 있었지만 현재는 학과차원에서 이뤄지고 있어 지급되지 않는 과가 많다. 또한 교수평가를 담당하는 인사위원회에서도 전적으로 연구업적을 위주로 평가가 이루어지고 있는 등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해 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구자강 교수는 교수들의 인식이 변화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구 교수는 “교수는 지식을 파는 지식장사꾼이 아니다”며 “학생들에게 관심을 갖고 지도하는 teacher로서의 역량을 길러야 한다”고 말했다.

방승양 교수는 작은 규모라는 우리학교의 특색을 살린 지도교수제도가 활성화 되었을 때 친밀한 관계 이외에도 많은 이득이 있다고 말한다. 실제 방 교수는 1주일에 한번씩 학생들과 만남의 시간을 통해 인간적인 관계 유지뿐만 아니라 새로운 정보와 수업에 대한 아이디어를 찾는다고 했다.

현재 초창기보다 늘어난 학생들과 교수들이 예전의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교수와 학생 모두 서로에게 관심을 가져야 한다. 임경순(인문사회학부) 교수는 “연구중심대학은 연구만을 통해서가 아니라 연구와 후진 양성이 동시에 이루어질 때 의미가 있다”며 “지도교수와 학생 간의 잦은 만남을 통한 친밀한 관계 유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스승으로서의 역량을 강조하는 구자강 교수는 “실제 우리학교 교수들은 학생들은 싫어할지 모르겠으나 만나자고 요청할 때 거절할 사람은 없다”며 “학생들이 적극성을 갖고 지도교수제도를 이용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