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이 아닌 디지털 도서관을 기대하며
반쪽이 아닌 디지털 도서관을 기대하며
  • 문재석 기자
  • 승인 2003.03.0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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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정보화 시대라고 굳이 강조하는 것이 더 구식으로 보일 정도의 정보화된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이러한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하지만 아쉽게도 도서관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빽빽하게 놓여져 있는 책상과 곰팡이 냄새 나는 서가를 연상하는 것이 사실이다. 미래보다는 과거에, 동적이기보단 정적인 인쇄 매체에 의존해 올 수밖에 없었던 도서관의 시스템을 떠올리면 당연할 지도 모른다.

이러한 시대의 변화를 수용하여 도서관도 스스로 디지털 도서관으로의 진화를 수년 전부터 꾀하여왔다. 인덱스 카드가 사라지고 컴퓨터를 통해 자료를 검색할 수 있는 전자 도서관으로의 변화 이후 디지털 도서관에 가장 근접한 모델이라 하는 LG 상남 도서관은 97년 개관 당시 건물 내에 단 한권의 인쇄물도 배치하지 않은 채 모두 컴퓨터를 통해 접근이 가능하게 디지털화하였다. 개관 초기에는 많은 자료를 고속 스캐너를 이용하여 디지털화하는 쾌거를 보인 이 도서관이 그러나, 2000년 저작권 보호법 시행 이후 그 위상이나 사용 빈도가 많이 낮아져 디지털만을 추구하는 도서관이 가지는 한계를 명백하게 보여주기도 하였다. 그렇다고 디지털도서관이 단지 책을 스캔하여 인터넷으로 볼 수 있는 서비스만을 제공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디지털도서관은 디지털화할 수 있는 그 모든 정보, Text 뿐만이 아니라 mp3 등의 음성 정보, 강의나 다큐멘터리, 뉴스 아카이브와 같은 동영상 자료, eBook과 전자 저널을 모두 포함한 자료를 컴퓨터 를 통해 더 나아가 인터넷을 통해서 볼 수 있는 시스템의 도서관을 의미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디지털화된 정보만을 제공하는 도서관을 디지털 도서관으로 지칭할 수도 있겠지만 실제 저작권 보호법에 의해 디지털화되지 못하는 자료의 양 또한 방대하기 때문에 디지털 정보만을 고집하면서 도서관으로서의 역할을 다 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청암 학술정보관은 기존의 인쇄매체로 된 정보 뿐만이 아니라 전자 자료 또한 열람할 수 있는, Analog와 Digital의 상호 보완적인 도서관이다. 아직 모든 장비를 갖추지는 못했지만 정식개관 때까지 300여대의 최신 PC로 이루어진 검색대와 동영상 편집기, 스캐너 등의 아날로그 자료를 디지털화 하는 장비 등도 갖출 계획이며, 강의 및 교육자료를 전산 센터의 서버에 저장하여 이용자들이 장소와 시간에 구애 없이 자료를 접할 수 있게 된다.

무은재 도서관 시절부터 제공되어 오던 전자저널은 그 수가 대폭 확대되어 사용할 수 있게 되고 외국 대학에서도 시도되고 있는 인터넷 원격 강의를 위한 설비 또한 디지털 도서관으로서의 청암 학술정보관의 면모다. 점차 전자 정보가 많아지는 추세임을 감안하면 그 넓은 자리가 디지털 도서관으로는 큰 의미를 지니지는 않겠지만 훗날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유연성의 측면에서 본다면 높게 살 만하다. 이렇듯 시설이나 장비의 측면으로 미루어 보았을 때 도서관은 앞으로 과거 정보의 검색과 습득 뿐만이 아니라 새로운 정보를 창출하고 이용자에게 전달하는 역할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런 기능을 원활하게 수행하기 위해서 필수인 홈페이지는 아직 그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저작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보안 시스템부터 시작해서 이용자의 요구를 반영할 수 있는 유연성, 자신이 필요로 하는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접근성들을 고려한 홈페이지가 완벽하게 작동을 하고 있을 때야 비로소 디지털 도서관이 개관을 하였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자체 도서 검색 시스템인 Digital Linnet을 기반으로 할지 아니면 또 다른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하게 될지, 오프라인 도서관을 얼마만큼 인터넷 상에 구현을 해낼 수 있을지 많은 이들의 귀추가 주목된다. 그 동안의 학교 관련 홈페이지를 보았을 때 과연 새롭게 열리는 도서관의 홈페이지는 과연 그 기능을 다 할 수 있을 지 의문이라는 부정적인 의견도 학내에 존재하는 만큼, 특정 회사의 브라우저만을 통하여야만 이용 가능하거나, 이용자 수를 예측하지 못하여 서버가 감당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면 그야말로 반쪽 짜리 디지털 도서관이라는 오명을 가지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