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적 병역거부와 대체복무도입 논쟁
양심적 병역거부와 대체복무도입 논쟁
  • 김정묵 기자
  • 승인 2002.11.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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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가기 싫다. 대한민국 남성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머리 속에 떠올릴 법한 생각이다. 머리가 굳는다, 시간 아깝다, 답답하다, 여자친구 때문에 등등 이유는 제각각이지만. 그러나 병역기피자가 되면 징역과 함께 정상적 사회생활이 거의 불가능해지는 현실 앞에 대부분 병역의 의무를 다한다. 그러나 이러한 제약 앞에서도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서 군대를 거부한 것이 ‘양심적 병역거부’이다.

50여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분단과 30여년에 걸친 군사독재는 양심적 병역거부를 수용할 수 없어 주로 여호와의 증인, 제칠일 안식일 예수재림교 등의 기독교 계통 종교신자들이 입영거부, 혹은 훈련 중 집총 거부 등으로 징역을 살았고 91년 이후에만 해도 약 4000여명 이상, 현재에도 1300여명이 교도소에 있다.

엄청난 숫자의 사람들이 직접적인 형태로 인권을 제한받는 가운데 이러한 현실이 본격적으로 사회 이슈화된 것은 불과 2년여 전, 지난 2001년 초 한겨레21의 보도와 장영달, 정대철 의원 등의 대정부질문, 11월의 국가인권위원회 출범 등을 통해서다. 그러나 국방부의 불허방침과 여호와의 증인을 이단으로 규정하고 있는 일부 보수 기독교 세력의 견제 등으로 논의는 크게 진전되지 못 했다. 그런 와중에 지난 2001년 12월의 불교신자 오태양씨의 양심적 병역거부 선언은 큰 전환점이 되었다. 종교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이단시 되어오던 여호와의 증인들만의 문제가 아닌 사회 전반의 인권 문제 차원으로 새로운 접근을 하게 된 것이다. 이후 대학가를 중심으로 양심적 병역거부선언이 이어졌고 종교단체 및 시민단체에서도 지지를 밝히게 된 것은 물론, 국회에서도 관련입법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형평성과 양심의 자유를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병역 제도는 가능한 것인가. 우리와 유사한 분단 체제를 가지고 있는 대만의 경우, 2000년 7월부터 대체복무를 도입했다. 신체등급을 현역, 체대역(대체복무 대상자), 면제로 구별하여 대체복무를 원하는 사람은 체대역에 지원할 수 있도록 하며, 대신에 현역의 경우 22개월인 복무기간에 4개월을 더 복무하도록 하였다. 특히, 종교적 이유로 체대역을 신청하여 군사훈련을 받지 않는 이들의 경우는 현역의 1.5배인 31개월을 복무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도입 첫해에 5000명 정원에 9000명이 지원했던 대체복무 지원자가 다음해 미달을 기록했으며 종교적 이유의 대체 복무지원자는 40여명 수준이다.

우리나라도 이미 공익근무요원, 산업기능요원, 전문연구요원 등 총 13만여명이 실질적 대체복무를 하고 있는 실정이지만 이들의 대체복무를 수용하는 것은 ‘국가적 이익’의 논리이다. 그래서 양심적 병역거부 논쟁은 우리 사회가 집단적 이익 외에도 개인의 인권이라는 가치를 받아들일 수 있는가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