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언] 가상 공간이 아닌 새로운 확장된 공간으로서의 인터넷
[제언] 가상 공간이 아닌 새로운 확장된 공간으로서의 인터넷
  • 박종훈 기자
  • 승인 2002.10.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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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학교의 학생들에게 인터넷을 사용한다는 것은 이미 생활 속의 일부이다. 인터넷을 통해 수강신청을 하고 숙제를 제출하는 것은 기본이고 웹포스비나 분반 게시판을 살펴보면 우리 학교 학생의 문화조차 그 속에 녹아 들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인터넷이 하루라도 되지 않는 날은 온갖 활동들이 마비될 정도이다. 포스테키안의 생활에 학교에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것 다음으로 큰 여파를 미치는 게 인터넷 연결이 끊기는 사건일 것이다.

이제 인터넷은 새로운 ‘도구’의 의미를 뛰어 넘어 우리의 생활과 동떨어진 가상 공간으로서 성립하는 것이 아닌 새로운 확장된 사회적 공간으로서 존재한다. 그럼에도 아직 ‘인터넷 사용’의 의미를 ‘텔레비전 시청’ 정도로 바라볼 뿐만 아니라, 그 ‘사용’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유도하려는 노력이 부족한 것 같아 아쉬울 때가 많다. 이제 인터넷에 대한 필요이상의 편견과 낙관을 모두 버리고, 있는 그대로의 인터넷, 그리고 인터넷의 문화를 살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미래학자, 사회학자, 문화 평론가 등의 그룹에서 형성된 인터넷에 대한 수많은 사회 담론들에 묻혀버린 인터넷을 바라보는 시각에서 벗어난 분석이 필요하다. 인터넷이 우리의 생활 속에서 충분히 자리잡기 전에는 규명할 수 없었던 온라인 공간의 모습들이 이제 하나 둘씩 실체를 드러내는 까닭이다. 인터넷이 사람들 사이에 충분히 자리잡기 이전에 생겨났던 추측들 대신 새로운 분석들이 필요한 시점이다.

인터넷이 공유와 협동의 공간이 될 것이며 기존의 자본주의 논리를 벗어나 정보의 평등화를 이끌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줄 것이라는 예측은 시간이 지날수록 힘을 잃어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인터넷 유저의 확대는 인터넷 공간이 더 이상 사회로부터 유리된 채 존재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인터넷의 규모가 확대될수록 점점 더 많은 자본이 유입되었던 과정은 기존의 인터넷이 가지고 있던 성격을 결정적으로 바꾸었다. 전자결재나 전자투표 등 사회ㆍ경제적으로 중요한 일들이 인터넷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것은 사람들의 생활 일부를 인터넷 공간 속으로 편입시켜버렸기 때문이다.

인터넷의 이러한 변화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인터넷이 거대화ㆍ보편화는 이제 거꾸로 온라인의 문화가 오프라인의 문화를 바꿔버릴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게 되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정보에의 실시간 접근의 가능화와 각 개인들을 지리적 거리에 관계없이 이어줄 수 있는 인터넷의 특징이 현실 사회에 막대한 영향력을 가지게 만든 것이다. 인터넷의 익명성ㆍ접근성이 다른 사람들을 사귀고 대하는데 있어 패러다임의 변화를 가져올 정도로 중요해졌다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어느 대상 집단에 뿌리깊게 박혀 있는 성격마저도 바꿀 정도로 강력하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노사모, 개혁국민정당의 등장을 이끌어낸 것이 바로 그 일례이다.

인터넷이 이렇게 강력한 영향력을 지니고 우리의 생활 속으로 파고들기 시작한 이상 이제 인터넷 공간의 변화는 곧 현실 사회의 변화를 의미한다. 그리고 그 온라인 공간 또한 오프라인 세계의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온겳의?공간의 문제는 어느 것 하나에만 기인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둘 중 어느것 하나만 바라볼 수 있는 시대는 지났으며 이러한 상황을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적절한 조화를 이룸으로써 발전적인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노력이 절실할 수밖에 없다.

인터넷이란 개념이 처음 등장했을 무렵, 인터넷은 현실과 완전히 동떨어진 가상공간으로서의 모습을 띄고 있었고 사람들은 거기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했었다. 하지만 인터넷의 규모가 커지고 사용자가 늘어남에 따라 인터넷이 이전과 같은 형태와 달리 오프라인과 영향을 주고 받기 시작했다. 오프라인과 온라인 둘을 더 이상 둘로 나누어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인터넷은 일반 사람들의 생활 속에 깊숙이 들어와 생활의 일부가 되었다. 이제 인터넷이 더 이상 온라인 상에서만 완결성을 가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바람직한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위치관계를 모색해야 할 시기가 온 것이다. 인터넷이 열어준 온라인상의 공간도 결국은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가 만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