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3] 새로운 가능성으로서의 인터넷 문화
[풍경3] 새로운 가능성으로서의 인터넷 문화
  • 이경환 / 캐논사랑 동호회원
  • 승인 2002.10.3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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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서도 사람 사는 향기가

“사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많은 이들이 그랬던 것처럼 나도 이곳을 우연치 않게 들리게 된 곳이다. 처음 들리면서 뭐 다른 곳과 별 차이 없겠지란 생각, 글 올리면 이런 저런 말도 많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왠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회원가입을 하고서의 몇 번의 글을 올리면서 느낀 그 따뜻함을 아직 나는 잊을 수 없다.

나는 인터넷이라는 곳에 대하여 그다지 큰 매력은 느끼지 못하고 살아가는 사람 중의 하나였다. 익명성을 무기로 활동하는 인터넷의 특성상 과연 “이런 모습을 이들이 보여줄 수 있을까?“ 라는 의심섞인 생각을 한동안은 지니고 있었다. 허나 단지 사진을 찍기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주체가 된 ‘캐논사랑’은 정말로 그랬다. “사진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이 바로 이곳의 모습을 가장 잘 규정짓는 말이 아닐까.

그 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이곳의 자랑인 자체적으로 운영되어지는 벼룩시장, 처음 가입을 한 후 일정 점수에 도달을 해야지만 출입을 할 수 있는 곳. 그 문제를 운영진의 단독결정으로 회원의 등급을 매겼다면 문제가 있었겠지만 이는 많은 수의 회원들의 투표로 이루어진 일이었다. 또 다른 몇 가지의 알지못했던 불협화음은 운영진의 수많은 고민과 노력으로 신뢰만으로도 거래를 할 수 있는 곳으로 바뀌어졌다. 물론 큰 돈이 오가는 사진 장비이다 보니 여러 문제가 생길 수 있겠지만 이곳의 벼룩시장은 신뢰를 바탕으로 한 자유게시판과도 같다. “캐논 사랑 분들에게만”, “캐논 사랑 분들에게 먼저”라는 말은 이곳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문구다.

얼마 전에는 다른 기종의 카메라를 사용하는 한 동호회에서 두 아이가 너무나 아픈 일이 있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었고 그냥 한 명, 두 명 모이더니 이들을 돕겠다고 나섰다. 며칠 사이에 사람들의 사랑이 넘쳐 흘렀다. 장비를 파시던 분, 성금을 보내시던 분, 필름이라도 팔겠다던 분. 며칠 사이에 이백만원이 넘는 돈과 많은 사람의 정성이 한군데 모여 아이들에게 전달되었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느끼듯, 시스템도 매우 중요하다. 캐논사랑이 아무런 회칙과 규율이 없는 곳이었다면 지금의 이 위치에 올라서지 못했을 것이다. 질문답변게시판을 제외하고는 회원 가입을 해야만 글을 작성할 수 있고, 일정 점수 이상에 도달해야만 벼룩시장에 들어갈 수 있다. 의미없이 “퍼”오는 글들은 사람들의 눈총을 사고, 벼룩 시장 이외의 곳에서 판매 혹은 구매글을 올리면 벌점을 먹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람을 규제하는 규칙들보다도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고자 하는 마음, 그리고 자신의 단기적 이익보다는 캐논사랑이라는 동호회를 아끼고자 하는 마음이 앞선다는 것이다. 금지와 규율은 사람을 피동적으로 만들지만 칭찬과 배려는 사람을 적극적으로 (인터넷 동호회에서 가장 필요한 부분이라 할 수 있는) 만들어준다고 본다. 캐논 사랑이 이렇게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법과 규칙이 없이도 살 수 있을 만큼 서로를 챙겨주었기 때문이 아닐까.

사람들을 만나서 떠들고 같이 술 한잔하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도 나누며, 인생선배들의 조언과 흔히 말하는 장비 뽐뿌(좋은 장비를 사고 싶게끔 만드는 것)를 하는 이곳은 참 살만한 곳이다. 사진과 더불어 사진을 사랑하고 사람을 사랑할 줄 아는 곳 바로 이곳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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