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함께 만들어 가야할 이공학도의 길
모두가 함께 만들어 가야할 이공학도의 길
  • 류정은 기자
  • 승인 2002.09.18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자연과학과 공학 분야의 전문인이 되기 위해 꿈을 갖고 들어온 우리 학교 여학생들. 솔직히 우리 학교 진학을 결정하는 것은 쉽지 않은 선택이었기에 그들의 각오는 비장하다. 상위 1% 내에 들 정도면 자신이 하고 싶은 분야를 충분히 선택할 수 있음에도 자신의 꿈을 찾아 이공계 학문을 선택했고 집에서 나와 타지에서 기숙사 생활 하는 것을 감내하기로 결정한 후 내린 선택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여학생들은 매우 소수의 인원만이 존재할 뿐이기에 선택에 있어서 많은 고려가 필요했을 것이다. 목표를 실현하며 마이너리티로서 위축되지 않고 여학생의 장점을 살려나가기 위해 어떻게 대학생활을 꾸려나갈 것인가.

우선 여학생들이 겪게 되는 문제점이 무엇인지 인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구성원들이 실제 생활 속에서 문제의식을 가질 때 개선 방향을 모색하고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비단 여학생들에게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학생생활연구소 소장 김정기 교수(인문)는 “남학생들은 이성적으로는 남녀평등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지만 자신의 이익과 관련될 때 머릿속 생각과 다르게 행동하는 이중성을 보인다”며 “불균형한 성비에 의하여 남학생들에게 여성의 대상화, 극과 극으로 치닿는 왜곡, 과장된 인식이 나타난다”고 지적한다.

이제는 남학생들도 기존의 보수적인 사고방식을 떨쳐버리고 개방적인 관점에서 여학생 문제를 바라보아야 한다. 여학생들의 생활이 대다수인 남학생들의 생활과 비슷한 상황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지금의 모습이 당연시 여겨지고 문제될 것이 없다고 느낄지도 모르지만 그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연세대학교의 경우 학회 내에서 여성이라는 주제와 관련하여 세미나를 여는 등 서로 이야기하는 시간을 통하여 여학생들에 대한 편견을 교정하는 시간을 가진다고 한다. 각자에 대한 고정관념에 빠지지 않고 인식을 새로이 하며 스스로 항상 문제의식을 가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서로에 대해 제대로 된 이해를 하기 위해서 학교 인문사회학부 강좌에 여성학 강좌 개설을 요구해 볼 법한 일이다.

여학생들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문제도 중요하다. 공대 여학생은 ‘남자 아니면 공주’라는 왜곡된 표현에 현혹되다보면 여학생들은 과연 스스로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가지게 된다. 그러나 실상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보면 우리 학교 여학생들은 자신의 능력에 대해 자신감을 가지고 있어 자아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으며 진취적인 성향을 보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학부 저학년일수록 자신을 ‘여성’과학도로 인지하는 것이 떨어지지만 그것은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 학교 여학생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이 여성임을 인식하고 여성으로 당면하게 될 문제들을 자연스럽게 이해하며 대처할 능력을 가지고 있다. 지금은 실력을 쌓고 자신의 퀄리티를 높이는 데에 치중해야 할 것이다. 학계의 경우 아직 여교수가 많지는 않지만 여자라는 잣대로 불평등하게 대접받는 일은 적은 편이다.
특히 여성이라는 것으로 자신을 미리 얽어매는 것은 옳지 않다. 문제를 인식할 경우 미리 알고 대처해보자는 것이고, 고민으로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이 아니라 의식 있는 생각들이 합쳐져 구조적인 문제들이 해결될 실마리를 제공해보자는 것이다. 여학생들은 적극적으로 삶의 주인공으로서 자신의 삶을 선택할 수 있는 삶을 살 수 있도록 항상 생각하고 점검해야 할 것이다.

또한 여학생들이 올바른 방향을 찾아가기 위해서 여학생들이 지향해야 할 모델이 필요하다. 우리와 같은 분야에서 공부하고 현장에서 뛰고 있는 졸업생들을 초청하여 정기적인 세미나를 갖거나 여자 교수들과 대화하는 기회를 많이 가지는 것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이라 할 수 있다. 여학생 간의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장기적으로 볼 때 이공계 분야의 여교수가 많아지고 이공계로 진학하는 여학생 수가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지금보다 많은 점이 개선될 것이다.

한편, 일부 여학생들은 여학생들만의 모임을 갖는 것에 대해서는 이미 남학생을 배제한 배타성을 띄기 때문에 오히려 남녀를 구분짓게 될 수 있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남학생과 여학생을 구분해서 다른 시각으로 보는 것은 분명 잘못이다. 남학생, 여학생임을 떠나서 우리는 모두 포항공대생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로 다른 특성을 인지하고 각자의 장점을 살리는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공식적인 조직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실제로 여학생들이 학교 시설을 사용하는 데에서 느끼는 불편함도 공식적인 조직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 인문사회학동 건물에 부족한 여자 화장실 문제나 생리대 자판기 설치의 부족 등 학교의 시설 문제는 개인 차원에서 해결하기 힘든 문제이기 때문이다. 비합리적인 시설상의 문제는 적극적인 행동으로 해결할 수 있다.

우리 학교의 환경이 부정적인 요소도 많지만 학문에 열중하는 전반적인 분위기는 여학생들 스스로에게도 남학생과 대등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환경이다. 남학생 또한 여학생들과 함께 공부하면서 같은 분야의 동료라는 의식을 가지는 등 사고 방식이 많이 바뀔 수 있다. 우리의 이러한 환경 속에서 여학생들은 자신의 미래에 대한 책임감을 가질 수 있는 목표의식을 확립하고 날카로운 문제의식을 키워나가야 한다. 여학생이 작은 비율을 차지하는 점에서 생겨나는 문제점을 개선하려는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그와 동시에 여학생들은 수가 적기에 자신의 노력 여하에 따라 돋보이는 존재가 될 수 있음을 이해해야 한다. 남학생들은 여학생에 대한 의식을 바로하고 마이너리티로서 겪는 어려움에 대해서는 따뜻한 눈길로 바라보아야 한다. 결국 여학생이 겪는 문제는 학교의 모든 구성원들이 노력하여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