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과학대중화인가?
왜 과학대중화인가?
  • 김정묵 기자
  • 승인 2002.08.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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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부정 못할 과학기술 발전의 ‘대전제’

우리 일상생활에서 과학기술의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이 있을까? 근래의 정보통신기술 발달에 의한 생활의 변화에서 보듯이 거대 과학기술 문명 속에서의 삶은 대중들의 생활 구석구석에 과학기술 진보의 산물들을 심어서 그 양상을 송두리째 바꾸고 있다. 이렇듯 대중과 과학기술은 밀접한 관계를 갖게 되었지만 아직도 대중에게 ‘과학’이란 존재는 부담스러운 것이기만 하다.

과학기술과 관련된 사안들은 개개인의 일상생활의 변화 외에도 각종 시설물의 환경 영향 평가와 같은 사회적 현안을 비롯해 ‘인간 복제’, ‘유전자 치료’와 같은 윤리적인 문제까지 포괄하는 광범위하게 진전되어 있으며, 이에 대한 판단과 의사결정은 각 사회와 인류 전체의 발전겾齊릿?물론이고, 그 존립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다. 따라서 각 개인이 각자가 맞닥뜨린 문제, 그리고 사회와 인류의 진로에 대한 판단을 할 수 있는 지식을 갖추는 과정-과학대중화-는 더 이상 선택의 문제일 수 없다. 또한, 과학기술자에 있어서는 ‘과학기술’ 분야의 ‘전문가’로서 저변을 넓히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은 의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과학대중화는 과학기술계에 ‘의무’로서만 존재하진 않는다. 과학대중화를 통한 저변의 확대는 과학기술계 전반의 입지 강화를 위한 선택이다.

최근의 이공계 위기와 관련된 이공계 지원자 감소와 같은 문제의 해법 중 하나는 과학 대중화에 의한 저변확대를 통해 미래의 과학기술 인력 확보에 있다 할 것이다. 과학기술계 뿐만 아니라 여러 학계와 문화계 등 사회 각 분야에 지원하는 인력은 기본적으로 자신의 관심과 애정에 달려있다. 그런데 현재의 부적절한 과학 교육으로 과학을 ‘느껴’보지도 못한 고교생들에게 어떻게 과학기술계로의 진학 권유가 와닿을 수 있을까.

또한 과학기술 분야 투자에 대한 대중의 동의 과정으로서도 과학대중화는 필요하다. 모든 학문이 금전적 지원을 필요로 하지만 그중에서도 과학기술은 그 특성상 엄청난 지원을 필요로 한다. 게놈 프로젝트나 입자 가속기와 같은 현대의 거대과학은 그 엄청난 규모로서 과학이 지원 없이는 성립될 수 없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비단 거대과학 뿐만 아니라 각종 과학기술 분야의 연구비-특히나 과학 분야-는 거의 국가에 의해서 지원되고 있는 상황에서 실제로 세금을 내는 국민들로부터 지원에 대한 동의를 얻기 위한 과정으로서 과학대중화가 필요하다.

오늘날까지 과학기술계에 대한 지원의 근거였던 ‘경제 논리’는 이러한 점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과학기술 투자->과학기술 발전->국가 경쟁력 향상’ 이라는 경제주의겙晥甦聆퓽?논리 아래에서 이루어진 과학기술에 대한 투자는 기초과학 분야에 대한 미미한 지원뿐만이 아니라 인기있는 특정 분야에 대한 과도한 집중으로 지원의 비효율성을 불러일으키고 기형적 학문 발전을 초래해 온 것이 사실이다. 반면, 동시에 이 ‘경제 논리’야말로 현대 우리 사회에서 합의가 이루어져왔던 가치라는 점에서 대중의 동의를 구하는 것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 것인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지난 1999년, 존 글렌 전 미 상원의원을 우주에 보낸 것을 ‘크게 발표한’ NASA의 의도는 “NASA의 예산을 두배로 늘려야 한다”는 존 글렌 의원의 발언에서 쉽게 유출할 수 있다. 얼핏 국가적 또는 경제적 이익과 무관해 보이는 NASA-사실은 NASA의 개발품들이 많이 상용화 되었지만-가 엄청난 예산을 얻어온 배경에는 대중에 대한 접근이 있었던 것이다.

과학대중화는 결코 대중에 대한 시혜가 아니다. 그것은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의무이자, 과학기술자로서 꿈을 이루기 위한 수단이기도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