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식치사] 이사장 유상부
[졸업식치사] 이사장 유상부
  • 이사장 유상부
  • 승인 2003.02.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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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속의 과학한국 실현토록 매진하길

오늘 영예로운 포항공과대학교의 학위를 받게 된 졸업생과 학부모님들, 그리고 자리를 함께 하신 가족 친지 여러분께 축하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동안 형설의 공을 쌓고 새로운 출발을 하는 이 뜻깊은 자리에서 몇가지 당부의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인류 문화는 정신 문화와 물질 문명의 양대 축이 이끌어 왔습니다. 그러다가 1800년대에 이르러서는 물질 문명 중에서도 과학기술이 눈부신 발전을 하면서 그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었습니다.

그 결과 불의 발견 이후 인류의 생활을 바꾼 가장 위대한 변화라고 하는 산업혁명이 일어났습니다. 산업혁명 이후 각국의 GNP는 그 격차가 크게 벌어졌고, 결국 강대국과 약소국을 극명하게 갈라놓는 역사적 분기점이 되었습니다. 그 후 열강들의 각축이 치열해졌으며, 과학기술에 뒤쳐진 나라는 국제사회에서 패배와 수모를 면치 못하였습니다. 과학 기술의 발달 없이는 국가 안보마저 지킬 수 없음을 오늘날의 세계가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제 과학기술은 개인의 행복과 국가의 존립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서 인류의 미래와 운명을 좌우하는 가장 큰 요소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어떠합니까? 영국에서 시작한 산업혁명이 각 국으로 확산되고, 오늘의 일본을 있게 한 명치유신이 진행되는 그 시기에 우리는 쇄국정책으로 일관하다가 과학기술 발전의 결정적 기회를 놓치고 말았습니다. 그 결과는 우리 모두가 너무나 잘 알고있는 역사적 비극입니다.

그러면 지금은 어떠합니까? 1960년대 이후 개발 주도 시대에 각광을 받던 이공계가 최근에 와서는 다시 그 선호도가 크게 떨어지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단 한가지 편하게, 안이하게 살아보자는 것입니다.

苦盡甘來(고진감래)라는 격언이 있습니다. 고생해야 좋은 일이 생긴다는 말입니다. 뼈를 깍는 노력없이는 결코 개인의 행복이나 국가의 번영이 있을 수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졸업생 여러분에게 거는 국가적 기대는 매우 큽니다. 또한 미지의 세계에 도전하는 여러분의 앞날에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습니다.

우리가 개발 주도시대의 일시적 성공에 안주하는 동안 후발 국가들의 추격으로 우리의 상당수 전통산업은 경쟁력을 상실하였으며, 새로운 첨단분야 개척에 필요한 기술개발을 소홀히 함으로써 선진국과의 격차를 좁히지도 못하였습니다. 교통과 통신기술의 발달은 지역간의 한계를 극복하게 해 준 반면, 세계를 무한경쟁의 지구촌으로 만들어 놓았습니다. 이러한 경쟁의 심화는 변화하는 환경에 얼마나 잘 대처하느냐에 따라 심각한 위기가 될 수도 있으며, 반대로 큰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위기를 새로운 차원의 성장을 도모하기 위한 계기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1901년부터 작년까지 수여된 노벨상의 국가별 통계를 보면 미국이 275개, 영국 89개, 독일 74개, 프랑스 47개 등 모두 724개입니다.

학교별 노벨상 수상 통계를 보면, 수상자가 다닌 학부와 석 박사 학위를 취득한 대학이 다르고, 수상 교수들도 출신 학교와 실제 노벨상을 받은 연구시의 재직 학교가 달라 일관성있는 숫자가 없었으나, 두자리 수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대학교가 무려 열 한개나 되었습니다(케임브리지대, 시카고대, 컬럼비아대, MIT, 캘리포니아주립대, 하버드대, 괴팅겐대, 옥스퍼드대, 스탠포드대, 칼텍, 뮌헨대).

최연소 노벨상 수상은 25세(1915년 X선을 연구한 공로로 물리학상을 받은 윌리엄 로렌스 브래그), 최고령 수상자는 87세(1966년 암 발생에 관련된 바이러스를 발견해 상을 받은 페이던 라우스, 1973년 꿀벌의 행동양식 연구로 상을 받은 칼 폰 프리슈 등 2명)이며, 2관왕도 4명이나 됩니다. 이 중 경제학상은 1969년부터 수여되었지만 대부분의 노벨상이 과학 기술분야에 수여된 것은 여러분이 잘 아시는 일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아직 학문분야에서 단 한 개의 노벨상도 받지 못하였습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포항공대는 아시아에서 제일가는 공대라는 평가를 받은 바 있습니다. 이 캠퍼스에서 세계적인 과학자나 세계적인 업적이 하루 속히 나올 것을 우리 함께 다짐합시다.

우리 국민의 우수성은 세계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습니다. 다만 역사적으로 과학기술을 소홀히 하였고, 지금도 대학의 3대 기능인 교육, 연구, 봉사 중 연구의 비중을 획기적으로 강화하지 못한 탓입니다. 다행히 포항공대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연구 중심대학을 표방하고 설립되었습니다. 김호길 초대 총장은 15년 또는 20년쯤 후에는 연구중심대학에서 뛰어난 연구가 나올 수가 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그때는 포스코가 포항공대의 산하 기업체가 될 것이라는 유머를 담은 장담도 하였습니다.

포항공대 설립 초기에 용단을 내리고 부임하신 교수님들의 이와 같은 초심이 계속 유지되면 반드시 좋은 성과가 있을 것입니다. 또한 학문적 성취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훌륭한 과학기술을 이룩하여 이것을 응용하면 빌 게이츠와 같이 국가 경제에 큰 도움을 주는 사업가도 많이 배출될 것입니다. 그때는 우리 모두 포항공대 도서관 앞 광장의, 미래의 과학자像을 위해 비워 둔 좌대에 세워진 위대한 과학자像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 포항공대를 졸업하는 여러분들은 이와 같은 업적을 낼 수 있는 충분한 자질의 소유자임을 자타가 공인하고 있습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습니다. 졸업생 여러분들의 분발을 당부합니다.

친애하는 포항공대인 여러분. 우리 모두는 건학이념에 담긴 큰 뜻을 바탕으로, 과학에 대한 창의적인 연구 능력과 함께 변화와 혁신을 선도할 수 있는 리더십을 갖춘 우수한 인재를 지속적으로 양성함으로써, 포항공대가 세계 속의 과학 한국을 실현할 요람으로 자리매김하도록 매진합시다. 또한, 포항공대인으로서의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고 우리의 모든 역량을 한데 모아 세계 최고 수준의 명문 사학을 만들어 나갑시다. 끝으로, 오늘 이 자리가 있기까지 헌신해 오신 박찬모 총장대행을 비롯한 교수 및 학교 관계자 여러분과 포항공대를 아껴주신 모든 분들께도 이 자리를 빌어 심심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졸업생 여러분들과 포항공대의 앞날에 무궁한 발전과 행운이 함께 하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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