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을 배려한 캠퍼스 만들기
▶장애인을 배려한 캠퍼스 만들기
  • 임강훈 기자
  • 승인 2002.04.1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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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호킹이 방문한대도 이런 시설로 남겨둘까

우리대학은 소수정예 교육을 지향하는 대학이다. 그래서 학생 수가 타 대학에 비해 매우 적은 편이고, 그래서인지 학교 내에서 신체 장애를 가지고 있는 학생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장애학생이 없으니 당연히 장애학생을 지원하는 업무를 맡아보는 부서가 따로 없을뿐더러 그 시설도 많이 미비한 편이다.

물론 우리대학에도 별도의 지원없이는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해갈 수 없을 정도의 장애를 가진 학생이 한명도 없었던 것은 아니다. 10여년 전 다리가 불편해 전동휠체어를 이용하지 않고서는 한발짝도 내딛기 힘든 학생이 입학을 하였고, 전동휠체어를 구입-제공, 교내 모든 건물에 경사로 설치 등 그 학생을 위한 많은 지원이 이루어졌다. 이 덕분에 개교후 몇 년 지나지 않은 우리학교 캠퍼스에 장애인을 배려한 시설에 대한 고민이 이루어진 셈이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대학의 장애인 정책으로는 장애를 가진 학생이 쉽게 우리학교 진학을 결정하기에 불충분하다.

사실 이러한 부분은 우리대학의 문제이기 이전에 우리나라의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가 낙후되어 있어 장애인들이 고등교육을 받을 기회가 쉽게 주어지지 못한다는데에 문제가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전 국민의 의식개혁이 이루어지기를 기다리기 이전에 우리대학이 먼저 장애인들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어야 마땅할 것이다.

국내에서 장애인을 위한 정책-시설이 거의 완벽하게 이루어진 대학으로 대구대학교를 꼽을 수 있다. 대구대에서는 매년 장애자특례전형의 신입생을 선발하여 현재 325명의 장애인 학생(우리나라 전체 장애인 대학생 수의 약 30%)이 재학중이며 장애학생지원센터가 있어 타부서의 장애학생지원을 총괄하고 있다. 물론 개교 당시부터 복지 대학을 추구해온 종합대학인 대구대와 우리대학을 비교한다는 것은 무리가 있으나, 훌륭한 장애학생 지원 체계를 갖추고 있는 대구대학교로부터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을 찾아야 할 것이다.

시설 비교

대구대의 경우 교내 모든 건물에 경사로가 설치되어 있는 것은 물론이고 대학내 거의 모든 화장실에 대,소변시설 및 세면기에 장애학생을 위한 시설이 갖추어져 있다. 그 외에도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안내판, 점자보도블럭 및 음성유도시설이 대학 곳곳에 설치되어 있으며, 신체부자유자를 위한 휠체어용 책상, 자동출입문 등도 마련되어 있다.

우리학 역시 각 건물에 경사로가 설치되어 있고, 거의 모든 건물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어 사실상 다리가 불편한 학생이 이동을 하는데 직접적인 장애는 없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경사로의 경우 임시방편으로 설치되었던 것이라 폭이 매우 좁고 손잡이와 같은 보조장치가 전혀 설치되어있지 않아 몸이 많이 불편한 장애자에게는 여전히 걸림돌로 작용한다. 또한 최근에 지어진 건물을 제외하고는 화장실에 장애인을 배려한 시설이 전혀 되어있지 않다. 입구가 2층에 있는 도서관의 경우 휠체어를 타고서는 안으로 들어갈 방법이 없고, 기기비품 운반시에만 활용하는 1층에서의 엘리베이터 가동에 의존해야 한다.

장애학생 지원 정책 비교

대구대에서는 장애학생지원센터에서 장애학생의 장애의 영역에 따라 각각의 지원 서비스를 제공한다. 시작 장애를 가진 학생의 경우 점자도서관 운영, 전자도서 및 점자도서 제작, 점역서비스, 시험 대필자 지원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청각 장애를 가진 학생에게는 교양 과목 수화 통역사 배정, 강의 자료 온라인 서비스, 노트북 대여, 시험 대필자 지원 등을 하고 있다. 또한 지체 장애를 가진 학생에게는 생활도우미 지원, 시험 대필자 지원이 이루어진다. 이밖에도 학습도우미 지원, 장애등급에 따른 장학금지급, 생활상담 및 실태 조사, 장애학생 부모초청 간담회 및 장애인 영화제, 장애체험 행사 실시 등 여러 가지 직간접적인 지원이 이루어진다.

우리대학의 경우 사실상 그러한 업무를 맡아보는 부서가 없으며, 장애학생이 입학하면 학생지원팀에서 개별적으로 지원을 하게 된다. 하지만 임시방편적인 지원으로는 부족한 점이 많을 수밖에 없다.

지금 현재 우리대학에 가장 시급한 장애인지원정책은 가장 기초적인 시설부터 마련을 해나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우리대학에서 당장 장애학생을 위한 완벽한 시설 및 정책을 갖추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기는 하나 계속해서 장애학생에 대해 임시방편적인 지원만을 해서는 진정한 장애복지가 이루어진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경사로 정비, 장애자를 위한 화장실 시설 구비 등을 단계적으로 시행해나가야 한다. 그런 다음에야 학교에 입학하는 장애학생의 장애 영역에 따른 대응방안을 모색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스티븐 호킹 박사가 우리대학을 방문한다고 가정했을 때 어떻게 그에게 학교 안내를 해줘야할 것인가를 생각하면 참으로 난감해진다. 언젠가는 우리나라도 장애인이 어디를 가더라도 큰 불편없이 활동할 수 있는 복지선진국이 되기를 바라며 세계적인 연구중심대학을 표방하고 있는 우리대학이 그 모범이 되어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