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사람 저런얘기] 최순선(복지회 학생식당 근무)
[이런사람 저런얘기] 최순선(복지회 학생식당 근무)
  • 백정현 기자
  • 승인 2000.05.0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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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 받아줄 때 가장 보람있어요”
식질개선이다, 식대인상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학생식당에 적어도 한사람만큼은 우리의 주목을 끌고 있다. ‘맛있게 드세요.’, ‘즐거운 주말 되세요’. 단 몇 마디의 말로 스타가 되버린, 학생식당 아주머니 한 분이 식당에 오는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고 있다. 올해 서른 여덟인 최순선씨가 첫 주인공이 된 것은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그가 학생식당에서 일한 지 올해로 4년째이다. 학생식당에서 근무하는 분 중에서는 나이가 젊은 축에 속하는 그는 이번에 식질개선 정책이 시행되면서 아주머니들도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에 학생들에게 말을 건네게 되었다고 한다. “난 ‘내가 대접받고 싶고, 내가 일등하고 싶으면 먼저 남을 대접하고 일등으로 만들어 준다’라는 지론을 갖고 있답니다. 내가 먼저 고개를 숙이면서 학생을 위해주고 잘해주면, 자연히 상대방도 고개를 숙이게 된다는 생각이죠. 사실 학생들에게 인사를 바라지는 않아요. 나는 서비스하는 사람이고, 학생들은 돈을 내고 서비스를 받는 사람들이니까... 그래도 왠지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학생들 공부하는 거 힘들어 하고, 스트레스 받는 게 안쓰럽기도 하구요” 항상 끊임없이 변화하며, 고정된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에 학생들에게 말을 건네게 되었다고 한다.
“학생들하고 마주대할 때가 가장 보람있어요. 내가 인사를 했을 때 받아주지 않아도 괜찮은데, 굉장히 고맙게 받아들이면서 ‘너무 맛있게 잘 먹겠다’고 하는 학생들을 볼때마다 그런 것들이 너무 고맙고 가슴이 뛰어요”

그는 현재 우리 학교의 직원으로 있는 남편을 둔 주부이며, 인근 초등학교에 다니는 학생의 학부형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때때로 포스비에도 들어오면서 우리 학교에 대해서 다른 사람들 못지 않게 많이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고, 학부형으로서도 학생들의 마음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고, 또한 젊기에 학생들과 공감대를 많이 공유할 수 있다는 면도 지니고 있다. “지난번에 학생식당에 대해서 통신상(posb, tims)에서 말이 많을때는 솔직히 속이 많이 상하기도 했어요. 그것뿐만이 아니라, 예들 들어 밥을 먹다가 반찬에서 이물질이 나오면 아주머니들게 얘기하면 정말 미안하다는 말이라도 하고 싶은데 그러지를 않더라구요. 불만이 있으면 아주머니들에게 말해서 해결할 수 있는 것들도 있을 텐데, 그냥 통신망에 올려놓으면... 마음이 아프더라구요.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하고 있어요. 무심코 내가 (통신망의) 보드에 한마디 하는 것에 아주머니들이 얼마나 속상해 할까 하는 생각을 해 주었으면 해요.”

에피소드 하나. 학생식당에서 학생들에게 배식하면서 인사를 한다는 말을 들은 남편 왈 “‘맛있게 드세요’ 여섯글자를 1,200명에게 말하면 하루에 대충 책 반권씩은 읽는구나.”라고 했단다. 학생식당의 배식이 담당이 돌아가면서 하기 때문에 아마도 앞으로는 학생들의 얼굴을 자주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단다. “사실 나는 나이가 어려서 학생들이 동생처럼 보이는데, 다른 아주머니들은 장성한 아들을 둔 분들도 계시니까, 나처럼 인사하기가 쉽지가 않거든요. 다른 아주머니들이 인사를 안한다고 나쁘게 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학생들이 학생식당 근무 체험을 꼭 한번씩 해봤으면 한다는 말을 했다. “학생들한테 바라는 거요? 글쎄요.... 한가지 있네요. 저넉식사를 좀 일찍 와서 먹었으면 좋겠어요. 7시 넘어서 식사하러 오면 그 한사람 때문에 식당 정리가 많이 늦어지는 것도 있지만, 사실 반찬도 없는데 밥을 주기가 미안하거든요. 대충 있는거 아무거나 줄 수도 없고. 그리고 꼭 아침을 먹었으면 해요.”

새벽 4시에 일어나서 학생들의 식사를 책임진다는 일이 결코 쉽지는 않아 보였다. 한사람의 주부이자, 학부형으로써 책임감과 서비스정신을 가지고 항상 변화하려는 자세로 일을 하는 모습은 그가 단지 학교의 직원으로 우리 옆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그는 우리 주변에 있는, 잘 알지는 못하지만 가장 중요할 수도 있는 한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