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CH의 외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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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정묵 기자
  • 승인 2002.03.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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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적 융화 전제되어야 ‘국제화’된 캠퍼스 가능


작년 여름, ‘영어 공용화 캠퍼스’로 크게 주목받은 바 있는 우리 대학의 ‘캠퍼스 국제화’. 지역에 치우친 핸디캡을 극복하고 세계 유수의 대학들과 경쟁하는 대학으로 가기 위해 우리 대학이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캠퍼스 국제화의 한가운데에는 외국인 유치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현재 학내 구성원 중 외국인은 비전임교원 13명, 연구원 41명, 정규학생 13명, 교환학생 2명, 철강대학원 19명으로 총 91명이며 중국, 인도, 베트남, 미국, 러시아, 우크라이나 등의 출신이다. 이들이 생활하는 포항공대에서도 국제화를 추구하는 또 하나의 작은 사회 ‘포항공대’의 모습이 나타나고 있을까.

외국인들은 대체적으로 우리 대학의 연구 시설 및 연구 지원 체제에는 만족한 반응을 보였으나 불편을 호소하는 부분이 없지 않았다.

우선, 식사 문제가 있다. 중국, 대만인들의 경우에는 식생활이 크게 다르지 않고 특별히 가리는 음식이 없어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지만 다른 외국인들은 거의 한식 메뉴로 하나만 나오는 학생 식당 밥이 달갑지 않으나 한식 외의 식사를 할 곳이 드문데다 취사가 가능한 대학원 아파트의 경우 별도의 방값이 필요해 큰 고민이 되고 있다. 특히 인도인들의 경우, 종교적인 이유로 특정 음식을 먹지 않거나 채식주의자가 있어 기숙사에서의 취사를 요구해 학교 측과 마찰을 유발하기도 했는데 오는 6월에 학교 측에서 인수한 인화지구 낙원아파트에 입주하기로 합의를 본 상태이다.

또 다른 문제는 의사소통의 문제이다. 대다수 외국인들이 우리말을 구사하지 못하는 관계로 같은 연구실 사람이 아닌 일반 학내 구성원과의 의사소통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 상태이다. 학교에서는 수준별로 5개 반을 구성하여 주중에 두 번씩 수업을 하는 한국어 강좌를 열고 있어 30여명이 참가하고 있으나 다수를 차지하는 연구원들의 경우, 주중에 정해진 시간을 두고 수업에 참가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이러한 의사소통의 장애는 다른 활동에도 장벽이 되고 있어 외국인의 연구 활동 외에 다른 형태의 학내 활동이나 대인 관계가 거의 없다. 특히, 대부분 외국인들이 같은 연구실 사람들 외에는 거의 대화를 나눠 보지 못 했다고 한다.

이 같은 문제는 학교 정책이 ‘연구 이외의 것’, 곧 문화적 차이에 대한 인정, 교류의 필요성에 대한 이해의 한계에 부닥친 때문이다. 현재, 학교 측의 외국인 지원 프로그램 중 ‘문화 체험’이 이번 학기부터 마련되어 2주일에 한 번씩 포스코, 경주, 죽도시장 등에 대한 방문이 이뤄져 외국인들의 좋은 반응을 얻고 있으나 실질적 문화 경험 효과는 미지수다. 작년부터 외국인 간의 친목도모를 위해 마련된 ‘외국인의 밤’ 행사는 다양한 외국인 상호간의 친분을 넓혀 주었으나 일반 학내 구성원과는 거리가 있는 행사이다. 또한, 외국인과의 교류의 장 역할을 수행할 ‘국제관(I-House)’ 건립은 아직 계획 단계에 머무르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바닉(전자-컴퓨터공학부 박사후 연구원)씨 등은 각국 고유의 요리를 배워보는 ‘food fair(요리 시연회)’를 제안한다. “서로 시간이 안 맞고 하니 처음부터 큰 행사는 힘들 것이다. 두세명이라도 이곳(외국인들이 주로 쓰고 있는 남자 기숙사 20동)으로 찾아와 무엇이 서로에게 잘 맞는지를 알아가며 모임을 늘려 나가자.”는 취지이다. 물론 이는 행사의 한 형태이겠지만 서로에 대한 점차적인 이해와 교류의 확대를 분명히 제시하고 우리의 관심이 필요함을 짚어내기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또한 그들의 열의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대학이 공부만 하는 곳이 아니듯이 캠퍼스 국제화 역시 외국의 우수 두뇌를 ‘데려오는’ 데에만 그 본뜻이 있지 않다. 외국인들에 대한 이해, 그리고 그들과의 교류를 통해 그들을 우리 구성원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비단 그들의 더 나은 ‘유학 생활’을 위한 것일 뿐만 아니라, 국제화를 표방하는 우리들의 당면과제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