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이렇게 보냈다Ⅰ기금캠프 참가기
이들은 이렇게 보냈다Ⅰ기금캠프 참가기
  • 이혁 / 물리 2
  • 승인 2002.03.0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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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허무’하지 않은 방학을 보낼 수 있었다

물리학과에는 학생연구참여 기금캠프라는 것이 있다. 학생들에게 방학동안 어느 정도의 자금을 지원해주고 학생 스스로 주제를 정해서 관련된 공부와 연구를 한 뒤 보고서를 제출하는 것이다. 예전에 어느 분께서 익명으로 물리학과에 학생연구기금을 출연하여 이 돈으로 운영되는 학생연구참여는 현재는 그분의 뜻을 기려 타학교 물리학과학생에게까지 문호를넓혀서 기금캠프를 열고 있다.

이번 2001년 겨울방학 기금캠프에는 총 두 팀이 참가했다. 한양대학교에서 3명이 한팀을 이루어 간단한 모델링을 통해서 비선형적인 카오스 현상을 알아보는 것을 주제로 잡았고, 나는 물리학과 98학번 선배와 한팀이 되어서 블랙홀 주위에 생기는 부착원반에 대한 공부를 주제로 잡았다.

솔직히 처음 기금캠프를 알게 된 건 방학동안 학교 기숙사에 남기 위한 방법을 찾는 과정에서였다. 이 방법 밖에 없게 되자, 이왕 하는거 좀 잘해봐야지 하는 생각을 했다. 사실 나는 앞으로 이런 천체현상과 우주를 연구하는 분야를 전공하려 한다. 나와 한팀을 이룬 98학번 선배 역시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었기에 이번 기금캠프에서의 공부는 단지 보고서를 내기 위한 목적보다 앞으로의 공부를 하기 위한 초석을 다지자는 의도가 더 컸던 것이다. 또한 연구라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가를 몸소 체험하는 데도 좋은 기회였다.

학기중에는 교과과정 외의 것을 공부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평소에 정말 관심있던 분야에 대해서 공부하고 실험도 해보는 기회는 사실 이런 기금캠프가 아니라면 일반 학생 신분으로는 얻기 힘들다. 이번에 우리팀이 정한 주제가 실험은 도저히 불가능하고 또한 그에 관한 배경 지식이 너무 없어서 좀 힘들긴 했지만, 그래도 관련된 논문도 많이 찾아보고, 직접 관련 분야의 전문가분들을 만나 얘기도 나누고 궁금했던 것도 여쭤보고, 또 운좋게도 관련된 국제 학술회의가 우리학교에서 열려서 그 행사에도 참여해 보는 등 정말 귀중한 경험이되었다.

지난 1월 9일부터 12일 사이에 아태이론물리센터에서 ‘BLACK HOLE ASTROPHYSICS’라는 주제로 6th winter school이 열렸다. 때마침 좋은 기회라 생각해 같이 하는 선배와 함께 참석하게 되었다. 그런데, 그전에 한양대학교 물리학과 이현규 교수님께 조언을 구하고자 메일을 보냈는데, 운이 좋은 것인지 그 분이 이번 워크샵의 주관자 중 한분이셨다. 사실 이 워크샵은 우리수준에는 너무 어려웠다. 그래서 직접적으로 도움이 된건 별로 없었다. 하지만 강연시간 이외에 여러 전문가분들과 얘기도 나누고 또 다른 대학원 형들이랑 얘기를 나누면서 많은 것을 배울수 있었다. 그리고 이현규 교수님께 직접 한양대학교로 찾아가서 공부하면서 궁금한 것들을 여쭤볼 수 있게 찾아 뵙는다는 약속을 하고 1월 29일 서울에 가서 또 더 많은 것들을 배우고 왔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혼자서 논문을 찾고 책을 뒤지며 공부를 해나가는건 참으로 힘들었다. 어떤 논문을 찾으면 그걸 이해하기 위해서 다른 것을 찾아야하고 또 그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또 다른 것을 찾아야 하고 정말 끝을 모르고 논문만 찾아나가야 했다. 하지만, 그런 과정에서 조금씩 조금씩 배워나갈 수 있었다. 체계적이지도 못하고 효율적이지도 못한 길이었지만, 연구라는 것이 그렇게 이루어 지기에 직접 그 어려움을 몸소 체험할 수 있는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

사실 그동안 방학 때 너무 허무하게 보낸 적이 많았다. 오히려 학기중에 강의 듣고 공부한 것보다, 방학동안 이런 기회를 맞아, 스스로 기금캠프에 참여해 보았던 것이 더 알차고 보람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일까, 이번 겨울방학은 왠지 뭔가를 했다는 느낌이 든다. 기회가 된다면 이런 행사에 많이 참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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