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모 총장 취임식과 새 총장의 과제
박찬모 총장 취임식과 새 총장의 과제
  • 이남우 기자
  • 승인 2003.09.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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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대학-구성원 화합 도모와 재정여건 개선 가장 시급
지난 9월 4일 제4대 박찬모 총장 취임식이 열렸다. 지난 해 10월부터 총장대행직을 수행해 오기는 했으나 이 취임식을 통해 명실상부한 박찬모 총장체제가 시작된 것이다.

많은 우여곡절 끝에 출범하게 된 것인 만큼 부담감도 큰데다 실제로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학교 전체적으로 위기의식이 팽배한 가운데 침체된 이 분위기를 혁신적으로 바꾸어 줄 총장을 기대하였던 구성원들이었다. 그런데 총장 선임 과정에서 불거져 나온 여러 문제들은 구성원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주었고 이것은 재단과의 갈등, 나아가 새로이 선임된 총장체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져 본부로서는 행정을 해나가는데 있어 또 하나의 큰 걸림돌로 작용하게 되어버렸다.

하지만 이런 때일수록 구성원들이 현 총장체제에 가지고 있는 불신을 없애기 위한 노력이 시급히 선행되어야 한다.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구성원들이 가지고 있는 학교 발전방향은 어떠한 것인지, 그리고 그들이 바라는 학교의 모습이란 어떤 것인지, 이에 대한 여론 수렴을 충분히 한 다음 본부의 기본 방침과 함께 조율하여 일을 기획하고 진행시켜 정책적인 부분에서 구성원들의 합의를 얻어내어 본부에 대한 불신감을 없애야만 한다.

박찬모 총장이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만 하는 당면과제는 무엇보다도 박찬모 총장 또한 취임사에서 첫 번째로 언급했듯이 구성원들의 화합을 도모하는 일이다. 최근 교수와 직원, 학생들 사이에는 학과행사 등을 통한 화합의 자리가 만들어지고 있어 앞으로 더 좋은 관계로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교수들과 재단간의 갈등은 총장 선임 문제를 비롯하여 교직원들의 급여인상 결정이 미뤄지는 등 재단과의 마찰이 총장 취임 후인 지금에도 크게 나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갈등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교수평의회는 최근 재단의 지나친 학교 행정에 대한 간섭으로 학교의 연구 분위기가 침체되고 있다며 이를 시정해 줄 것을 요청하는 건의서를 채택하여 이사회에 제출하고자 교수들의 서명을 받고 있다. 만약 과반수이상의 교수들의 서명을 받지 못할 경우에는 건의서 채택은 원점으로 돌리는 대신 이에 대한 책임의 의미로 교수 평의회 집행부 전원이 사퇴하겠다는 입장을 고려하고 있어 건의서 채택 여부와 상관없이 재단과의 관계 개선과 현 총장체제에 주어진 일부 구성원들의 불신회복이라는 과제는 쉽게 해결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박찬모 총장은 하루라도 빨리 갈등이 해소될 수 있도록 ‘해결사’ 역할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상호불만이 해소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는 것은 물론이요, 구성원들과 직접 만나 설득을 통해 서로가 합의점에 도달할 수 있게끔 조정자 역할도 충실히 해야만 한다. 이것은 분명 구성원간의 화합도모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며 또한 박찬모 총장의 능력을 구성원들에게 공식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로도 작용할 것이다.

이 문제 못지않게 박찬모 총장이 취임사 마지막에서 강조한 재원의 확보 문제 또한 아주 중요한 문제이다. 그러나 취임사에서 나온 이야기보다는 좀더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방안의 모색이 필요하다. 한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현재까지는 재단에 있는 원금의 이자를 통해 대부분의 학교 운영금을 충당해 왔지만 이자율이 경기침체에 따라 계속 낮아져 이르면 수년 내에 원금을 사용해야만 하는 상황에 이를 수도 있을 것이라며 문제의 심각성을 경고했다.

세계 유수대학들의 재정구조를 살펴보면 재학생의 등록금, 연구비의 오버헤드, 재단의 지원금과 연구기금이 각각 전체 학교 운영금의 1/3씩을 차지하고 있는 반면, 우리 학교의 경우에는 등록금 의존율이 10%이하로 극히 낮고, 재단전입금과 연구기금의 의존율이 상당히 높은 구조이다. 그렇다고 외국처럼 등록금을 올리는 것은 재학생 수가 적기 때문에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고, 더 많은 오버헤드를 가져오는 것도 우리나라의 경제, 산업 구조상 기대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우리나라 환경에 맞는 재정구조를 만들 수 있게끔 현실적이고 장기적인 재정 계획이 세워져야만 하며, 이 계획은 다음 총장 체제에서도 이어질 수 있도록 재단으로부터의 지속적인 지원도 보장받아야 할 것이다.

이 같은 사안들은 가장 시급한 사안들일 뿐이며 기본적으로 현재 상태 유지에 필요한 사안들일 뿐이다. 우리대학은 대내외적으로 개교 이래 김호길 학장의 급작스런 서거 이후 또 한번 중요한 시기를 맞았다. 그리고 그 전망을 밝게 보기 보다는 비관적 전망이 압도적인 것이 사실이다. 박찬모 총장을 비롯한 대학 당국은 그만큼 무거운 짐을 지고 나선 것인 만큼, 구성원들도 불신만을 할 것이 아니라 믿음을 가지고 추진하는 일들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지원을 해주는 그러한 서로에 대한 이해와 노력이 가장 필요한 시기임을 모두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