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적인 것이 최고인가
자연적인 것이 최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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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2.09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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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적인 것이 가장 좋다는 사상이 있다. 자연법칙을 발견해 자연을 우리 뜻대로 움직이고자 하는 자연과학도로서는 과연 자연적인 것이 가장 좋은 것인지 한 번쯤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이다. 과학자의 이상은 자연을 파괴함이 없이 인류의 행복에 기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자연으로 돌아가자는 운동이 있다. 그런데 자연에 돌아가 사는 것이 가능한 것은 발달한 과학기술 덕이다. 사회에 부가 쌓여있지 않으면, 동물처럼 온종일 먹을 것과 입을 것을 생산하느라 바빠, 해외여행 등 여유 있는 인간적인 삶은 불가능하다. 어떤 사람들이 산과 들에서 자연적인 삶이 가능하다면, 그것은 다른 사람들이 도시와 공장에서 생필품을 생산하며 비자연적인 삶을 살기 때문이다.
자연은 우리를 죽이려 한다. 수두 홍역 천연두 파상풍 소아마비 디프테리아 등 헤아릴 수 없는 질병과 지진 해일 폭풍 기상 이상 화산 폭발 등 자연재해로 죽이려 한다. 기근과 가뭄도 있다. 이것들을 용케 피한다 해도 예기치 못한 재난이 닥친다. 6500만 년 전 백악기의 소행성 충돌은 공룡 등 지구상 생물을 거의 다 죽였다. 지금도 소행성 충돌의 위험은 여전히 존재한다. 지금이야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며 운에 맡길 뿐이지만, 언젠가 과학이 발달하면 이것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죽지 않으려면 자연을 통제해야 한다.
식물과 동물은 유전자를 공유한다. 식물의 유전자는 반 이상이 동물과 일치한다. 그래서 식물의 유전자를 동물이 이용하는 것이 가능하고 그 역도 가능하다. 일부 진딧물은 식물에서 광합성 유전자를 훔쳐 광합성을 하고, 후손에게 그 유전자를 물려준다. 북극의 어류에게는 부동(不凍) 유전자가 있는데, 생물학자들은 이를 식물에 이식하여 추위에 얼지 않는 토마토를 만든다.
밀은 이삭이 많이 열리면 쓰러지는 경향이 있다. 과학자들은 소출은 많지만 줄기가 가는 밀과 줄기는 굵지만 소출이 적은 앉은뱅이 야생 밀을 교배시켜, 이삭이 많이 열려도 쓰러지지 않는 줄기가 굵은 신종 밀을 만들어 냈다. 소출이 자그마치 기존 밀의 4~5배 정도나 됐다. 인도인들은 유전자 조작 식품이라고 반대했지만(인도 오리사 지방정부는 자연을 파괴하고 오염시킨다고 중앙정부가 승인한 포스코 제철공장 건설도 막았다), 멕시코가 도입해 일거에 식량문제를 해결하자, 뒤늦게 받아들여 식량문제를 해결했다.
문명의 역사는 자연을 변형시킨 역사이다. 고대 중국인들은 황하 유역에 모여 살며 농사를 지었다. 문제는 홍수였다. 개간하느라 야산의 나무를 베어내자 홍수가 심해졌다. 요 임금은 곤을 고용해 9년 동안이나 홍수를 잡으려 했으나 실패했다. 순은 곤을 귀양 보내 죽이고 곤의 아들 우를 고용해 13년 만에 홍수를 잡았다. 그 과정에서 우는 과로로 반신불수가 됐다. 그만큼 홍수를 잡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황하는 크게 홍수가 지면 물줄기가 바뀌었다. 자연적으로 바뀌는 물줄기를 운하를 건설해서 인위적으로 손을 본다고 해서 자연에 거스르는 일이라고 비난할 수는 없을 것이다.
4대강 사업이 숨은 의도는 운하 건설이라는 의심을 받으며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지만, 인류문명발전에 지대한 공을 세운 운하는 반자연적인 일이다. 여러 나라를 흐르는 유럽의 라인강에는 수많은 갑문이 있다. 갑문은 물고기들의 자유로운 이동을 방해하고 막지만 설치돼 있다. 상류와 하류 사이에 고도 차이가 크면, 갑문을 이용해 배를 상류로 끌어올리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수나라는 여러 강을 연결하여 항주부터 낙양까지 운하를 뚫었다. 이로 인하여 남방의 농산물이 북으로 이동하여 기아가 해결되고 경제활동도 크게 신장했다. 명나라는 이 운하를 수도 북경까지 확장했다.
강을 자연적으로 놓아두면 상류에서 흘러오는 토사로 인하여 하상(河床)이 높아져 홍수를 유발한다. 주기적으로 준설(浚渫)이 필요한 이유이다. 지금이야 기계 발달로 준설작업이 용이하지만 옛날에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강둑을 높이는 정도였다. 순 임금이 고용한 우는 농로 사이에 수로를 많이 뚫어 범람한 물을 분산시키는 기술을 고안했다.
유엔 건강기구에 의하면 매년 30만 명이 농약 중독으로 죽는다. 주로 후진국에서 일어난다. 과학자들은 유전자 조작 기법으로 박테리아에서 유전자를 뽑아 방글라데시의 주요 농산물인 가지에 주입해 농약 사용 없이 병충해를 이기게 했다. 도입된 유전자는 해충을 죽이지만 사람과 동물에게는 무해하다. 이 GMO 가지는 맛이 좋고 농약에 오염되지 않아 크게는 50% 정도 더 비싸게 팔린다.
과학기술의 발달은 산업 발달을 가져오고, 산업 발달은 환경오염을 가져오지만, 과학기술은 다시 환경을 정화한다. 산업 발달의 결과로 사회에 부가 쌓이면, 오염 정화장치와 시설을 감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일에는 과도기적인 폐단이 있기 마련이다. 이것을 이유로 과학기술 개발을 멈추면 진보는 일어나지 않는다. 언젠가 환경오염 없이 물질과 에너지를 생산하는 날 인류는 선배들의 희생과 노고에 감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