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을 어떻게 볼 것인가?
대학원을 어떻게 볼 것인가?
  • 조준호 / 전자 교수
  • 승인 2018.02.09 13:3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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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교수와 대학원생의 관계를 보는 시각에는 크게 세 종류가 있다. 극단적이지만 대표적인 두 시각이 있고 중간에 해당하는 여러 시각이 또 한 묶음으로 있다. 첫 번째는 대학원생과 지도교수의 관계를, 학부를 마치고 세부 분야를 정해 연구를 시작하는 초보 연구자로서의 피 조언자(advisee)와 이 젊은이의 연구에 조언하는 경험 많은 조언자(advisor)의 관계로 보는 것이다. 이 시각 아래에서 대학원생은 학교에 등록금을 내고 그 대가로써 연구에 필요한 자료에 대한 접근권과 학습 및 연구 공간 등의 자원을 사용한 권리, 그리고 지도교수로부터 조언을 받을 권리를 갖는다. 즉, 지도교수와 대학원은 서비스 제공자이며, 대학원생은 이 서비스를 제공받아 전문가로 성장하려는 교육 소비자이며, 대학원은 대학원생이 내는 등록금으로 운영되는 곳이다. 당연히 같은 연구실의 대학원생들은 유사한 주제를 연구함으로써 같은 지도교수로부터 조언을 얻는 평등한 인격체들의 집합이 된다.
두 번째는 지도교수와 대학원생의 관계를, 중세의 장인(master)과 그의 작은 공장 겸 가게에서 일하며 기술을 배우는 도제(apprentice)의 관계로 보는 것이다. 이 시각 아래에서 대학원생은 일하는 대가로써 숙식을 제공받고 공작 기계와 기구에의 접근을 허락받으며 장인과 선배 도제들로부터 기술을 배울 기회를 얻는다. 즉, 지도교수와 그가 속한 대학원은 고용주이며, 대학원생은 피고용인이며, 대학원과 연구실은 장인이 도제들과 함께 물건을 생산하고 판매하여 발생한 수익으로 운영되는 곳이다. 당연히 같은 연구실의 대학원생들은 상명하복의 수직 계층구조를 갖는 조직원들의 집합이 된다.
나는 미국으로 유학을 가 박사과정을 밟은 문과 계통의 교수들이 특히 첫 번째 시각을 가지고 있는 것을 많이 보아왔다. 그들은 자비로 유학을 가서 대학원에서 수업 조교로 일함으로써 조교 수당을 받아 학비에 보탰다. 지도교수는 조언자로서 대학원생에게 언제나 친절하게 대했으며 만약 자신의 전문 분야가 학생의 연구 주제와 방향이 맞지 않아 조언이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으면 기꺼이 새로운 지도교수를 찾아 조언자를 바꿀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논문은 당연히 학생 단독 저자로 발표되었으며 지도 교수와 연구실의 다른 대학원생은 자신을 동료 연구자로 대해 주었다.
반면, 설령 미국에서 박사과정을 밟았다 해도 실험이 많은 이과 계통이나 공과 계통의 교수들은 상당수가 두 번째 시각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보아왔다. 그들은 아주 짧은 시간 자비로 대학원을 다닌 후 곧 연구조교로 고용되었거나 처음부터 지도교수에게 연구 조교로 고용되어 유학을 떠났기에, 그들의 등록금과 생활비는 지도교수가 대부분 부담하였다. 지도교수는 연구과제를 수주하여 이 등록금과 생활비를 마련하는데, 이번 연구 결과물의 품질이 다음번 연구과제 수주의 성공 여부와 직결되었기에 언제나 긴장 속에서 대학원생들에게 끊임없는 ‘질책’과 ‘압박’을 가했다. 지시 사항을 잘 이행하지 못하는 대학원생은 몇 번의 경고가 있고 난 뒤에는 해고되곤 했다. 물론 해고된 대학원생도 스스로 등록금을 내면 대학원이 제공하는 기본적인 도서나 전산 자원, 그리고 강의에 접근할 수 있었지만, 연구실에 속한 최첨단, 초고가의 연구 장비와 기계, 기구에의 접근은 허용되지 않았고 등록금은 매우 비쌌기에 연구 조교로 고용되지 않고서 박사학위를 딴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논문은 당연히 연구에 함께 참여하여 실험의 이런저런 부분을 나누어 수행한 여러 대학원생의 공저로 발표되었으며 지도 교수와 연구실의 선배 대학원생은 자신을 피고용인과 하급자로 대했다.
그러나 어느 경우든 이들은 한국에 와서 교수가 될 수 있을 정도로 성공적인 대학원생이었기에, 그 끝은 아름다운 해피엔딩이었다. 대학원생이 일정 수준에 이르면 지도교수와 논문심사위원회는 기쁜 마음으로 박사학위를 수여하였고 지도교수와 선배 대학원생은 이후 이들을 독립적이고 대등한 학자로 인정해 주었다. 따라서 미국에서의 대학원생 시절은 이공계라 할지라도 비록 힘들기는 하지만 지도교수와 선배 대학원생들의 스파르타식 교육과 훈련, 그리고 훌륭한 연구 환경하에서 학자로서 크게 성장한 아름다운 시절로 세간에 알려졌다. 반면 미국에서 성공적이지 못했던 대학원생들이 겪은 “You are fired!”의 고통은 거의 한국에 알려지지 않고 있다. 미국 대학원생 일반의 고달픈 삶이 잘 묘사된 PHD comics라는 만화 시리즈가 20년째 절찬리에 인터넷(http://phdcomics.com)에 연재되고 있고 심지어 영화로도 2탄까지 제작된 사실을 아는 한국 사람은 많지 않다.
그렇다면 이공계 연구를 수행하는 우리 대학의 연구실들은 어떨까? 아마 대부분의 교수-학생 관계가 장인-도제의 관계와 유사할 것이고, 연구실은 장인의 공장 겸 가게와 유사할 것이다. 지난 13년간 우리 학교에 근무하면서 나는 학생들이 대학원생과 지도 교수의 관계에 대해 기대하고 있는 것이 현실과 달라 크고 작은 문제가 일어나는 일들을 여러 차례 보아 왔다. 아마도 대학원에 대한 현실적이지 못한 시각이 이들 문제의 원인이었을 지도 모르겠다. 오늘부터 자신을 장인의 도제라고, 연구실을 장인의 공장 겸 가게라고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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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19 02:37:21
결론 = 대학원생! 나의 노예가 되어라!